소와목동,1963년, 95×128cm
소한, 1956년, 50×71.5cm
정물, 1934년, 63×78cm
한일, 캔버스유채1954년, 128×190cm
시장, 1962년, 104×198cm
외양간, 1961년, 26.5×45cm
양지,1964년, 129×301cm
귀로, 1967년, 71×90cm
박상옥의 작품에 등장하는 어린아이들의 모습은 작가 자신의 유년의 기억을 옮겨 놓은 듯 넉넉하고 조용하다. 시간마저 멈춰버린 것처럼 화폭 속에 고스란히 토속성이 묻어난다. 이것은 단순히 박상옥이 한국의 풍물과 자연을 소재로 했기 때문이 아니라, 화가 자신의 한국인 고유의 심성과 정서를 담아내기 위한 무던한 노력이 스며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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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태어나 동경 제국미술학교를 졸업하고, 선전과 국전을 중심으로 활동한 박상옥은 덩치가 아주 큰 거구였다. 또한 술과 여행을 좋아하는 호탕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
해방 후, 조선미술가동맹을 결성하고 광복 후에 이인성, 오지호, 박영선 등과 더불어 독립미술협회를 창립했으며, 구상화가들의 모임인 ‘목우회'의 창립회원이기도 한 박상옥은 소박하고 토속적인 소재를 통해 한국적인 미감이 살아 있는 작품을 그린 화가이다. 그의 작품은 흙 내음이 물씬 풍긴다. 따라서 사람들은 그의 작품 속에서 아련한 향수를 느낀다. 흘러간 시대 속에 숨겨진 한국적인 정서가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어린 아이들이 토담 곁에서 토끼와 닭, 소와 함께 노는 광경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잠재되어 있는, 투박하고 굵은 한국적인 조형을 일깨우기에 충분하다. 박상옥은 서민들의 삶과 전통적인 풍물에 대한 애정을 화면에 담아 서민과 현실의 삶으로부터 멀어지는 미술계 사이에서 견제자 역할을 하였다. 박상옥의작품은 전체적으로 조용한 시선으로 이동된다. 그리고 서정적인 토속의 세계가 느껴진다. 그의 작품 속에서 ‘고향의 봄'이라는 노래가 연상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런 소재들은 실제로 화가가 어린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서 그린 것이다. 가난하지만 정겨웠던 어린 시절의 추억은 그의 작품 속에서 아주 중요한 몫을 차지한다. 전국으로 여행을 하면서 우리나라의 산천 풍경을 많이 그린 박상옥은 목우회의 회원이나, 일요 화가 회원들과 함께 서울 근교나 한반도에 흩어져 있는 수려한 자연 풍경을 화폭에 담기에 바빴다. 그러면서 자연과 풍물을 관조적인 시각으로 그려내었다. 대상을 적당한 거리를 두고 바라보면서 자신의 감정 상태를 직접적으로 반영하기보다는 한발치 물러서서 조용하게 바라보는 자세를 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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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소박하면서도 친근감을 주는 소재를 택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소재의 분위기를 잘 살리기 위해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기법으로 표현하였다. 투박한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붓질을 거칠게 하고, 세부적인 묘사도 생략하였다. 박상옥의 기법은 다른 화가들의 기법과 달랐다. 윤곽선을 거의 그리지 않고, 거친 붓터치로 툭툭 그리면서 투박하게 형태를 묘사했다. 그런데도 그의 작품이 정적인 분위기로 흐르는 것은 박상옥 자신이 내면 속에 정적인 미를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상옥의작품은 이처럼 향토색이 그림 전체를 지배한다. 그림 속에 그려진 흙바닥을 손으로 만지면 왠지 진흙이 묻어 날 것 같다. 토끼 또한 금방이라도 깡충깡충 뛰어다닐 것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사람들의 시선이 흙이나 토끼에게 이끌릴 수밖에 없는 것은 박상옥이 바로 이 점을 의도했기 때문이다. 그는 작품을 제작하기 전에 구도 자체를 미리 의도적으로 염두에 두었다. 가운데를 비워 두는 원형구도를 이용하여 사람들의 시선을 원형의 공간으로 빼앗았던 것이다. 그가 한가롭고, 조용한 느낌을 살림과 동시에 사람들의 시선이 몰리는 원형 구도를 많이 사용한 것은 정적이고 조용한 우리의 전통화에서 느껴지는 정서와 일맥상통한다. 그렇다면 그의 이러한 경향은 그가 혼자서 추구한 것일까? |
박상옥은 19세기 서양화가들의 작품세계에서 영향을 받았다. 쿠르베의 <해먹>이란 작품을 보면 그 일상의 모습이 조용한 시점으로 그려지고 있다. 박상옥의 <소와 목동> 이란 작품 역시, 대상을 한발치 떨어져서 조용하게 관조하는 태도로 그려져 있다. 결국 그는 대상을 통해 역동적인 생명감이나 화가의 감정을 분출하기보다는, 조용하고 잔잔하게 바라보면서 주제를 부각시키는 방법을 택한 것이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마치 시간이 머무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풍경화를 통해서 관조적인 작품 세계를 이끈 박상옥은 향토적인 색채가 담긴 토속적 소재들로 일관된 작품 세계를 구사하였다. 그와 동시에 때묻지 않은 동심의 세계와 한국적인 정서를 끊임없이 추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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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미술이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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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옥의 표현 기법
박상옥은 주로 서민들의 일상 풍경이나 한국적인 풍물들을 주요 소재로 삼았다. 그 소재가 주는 전통적인 느낌을 화면에 충실히 담아내기 위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표현방식을 구사하기도 했다. 그의 작품의 첫 번째 특징은 ‘정적인 분위기를 강조한 구성'이다. 그는 그릴 대상을 일정한 거리에 두고, 그것을 관조적인 시각으로 그려냈다. 구도는 원형 구도를 많이 택하였다. 나즈막한 담장을 배경으로 오른편의 화단과 왼편 건물의 일면이 좌우대칭으로 그려져 있고, 그 주위에 사람들이 둥글게 모여 있고, 인물 사이의 둥근 부분을 비워둠으로써 한가함과 조용한 분위기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단조로운 색채로 채색된 원형 안에 비어 있는 공간은 정적인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키고, 감상자의 시선을 화면 속의 인물과 일치시키는 효과를 보인다. 이런 구성방식은 실제 상황이 아니라 화가의 의도에 따라 연출된 것이다. 두 번째 특징은 투박한 형태 표현으로, 그의 작품을 보면 왠지 마무리가 덜 된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인물이나 동물, 사물의 형태를 윤곽선이 거의 없이 단순하게 그렸다. 뿐만 아니라 세부 묘사도 생략하여 전체적인 움직임을 꼼꼼하게 묘사하지 않았고, 인물의 이목구비조차 자세하게 표현하지 않았다. 이러한 형태 표현은 투박하고 거칠고, 세련되지 못한 느낌이 들지만 한국적인 소재를 토속적이고 정감 있게 묘사하려는 화가의 의도와 아주 잘 맞아 떨어진다. 세 번째 특징은 작품 속에 한국적 미감을 더한 요인으로 색채의 사용을 들 수 있다. 그는 주로 황토색 계열의 색채를 사용하면서 고유의 토속적 느낌을 최대한 살리고 있다. 그의 작품을 보면 마당이 황토색 계열로 채색된 것은 물론, 하늘색조차 황토색 계열로 칠해져 있다. 이처럼 마당과 하늘은 물론, 의상이나 배경들을 채색할 때도 황토색을 섞어 화면을 채우고 있는 것은 박상옥이 그의 작품에서 의도하는 토속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이 된다. 또한 그의 채색 방법은 초기와 후반기에 차이를 보이는데, 초기작품 <유동>이 거친 붓놀림으로 물감을 두텁게 바르는 것에 반해, 후반기 작품 <양지>는 물감층이 얇고, 부드럽게 변화된 것이다. 하지만 향토적인 색채 선택만은 변함없이 일관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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