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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 추락

영원한 울트라 2006. 5. 6. 11:17

조종사 희생정신이 관람객 살린듯

 

[한겨레] 어린이날을 맞아 1천명이 넘는 가족 단위 관람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저공 곡예비행중이던 전투기 1대가 추락했으나 다행히 관람석에서 벗어난 지역에 떨어져 대형사고를 면했다.

5일 오전 11시51분께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공군 10전투비행단 비행장에서 어린이날 행사를 위해 진행되던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의 곡예비행 도중 A-37B 전투기 1대가 비행장 활주로에 추락했다.

공군은 “ 남쪽과 북쪽에서 2대의 비행기가 등장해 ‘나이프 에지(knife edge)’라는 곡예비행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었는데 북쪽에서 진입한 사고기가 회전을 두번이나 한 뒤 상승하지 못한 채 곧바로 추락했다”고 발표했다. ‘나이프 에지’ 기술은 2대의 전투기가 엑스(X)자로 교차비행하면서 옆으로 360도 회전한 뒤 상승하는 것을 말한다. 사고 순간은 이날 행사가 3분의 1쯤 진행되던 때였다.








추락 전투기 조종사는 김도현(33·공사 44기) 소령(진급 예정)으로, 330m 상공에서 추락을 시작한 전투기는 기지내 활주로와 보조활주로 사이에 떨어졌으며, 김 소령은 전투기 추락과 함께 숨졌다고 공군은 밝혔다.

관람석에는 에어쇼를 구경하던 방문객 1300명이 있었으나 전투기가 1.8㎞ 떨어진 지점에 추락해 관람객 인명 피해는 없었다.

이와 관련해 공군 관계자는 “조종사가 빠른 속도로 저공 곡예비행을 하는 상황이어서 조종사가 끝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고 기체를 관람석 멀리까지 끌고간 것으로 보인다”면서 “조종사는 자신이 살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가능한 한 민간인 피해가 없도록 조종하게끔 교육을 받는다“고 말했다.

어린이날을 맞아 기지개방 행사가 열린 공군 수원비행장에는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관람객들이 찾아와 활주로 주변에서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에어쇼를 관람하고 있었다.

공군은 김은기 공군참모차장(중장)을 사고조사위원장으로 하는 조사위를 구성해 기체결함 등 다양한 방면에서 사고원인을 조사중이다. 공군은 사고원인이 규명될 때까지 사고기와 동일한 A-37기종 30여대의 비행을 전면 중단했다고 밝혔다. 사고기종인 A-37B 전투기는 1976년 도입된 낡은 기종으로 날개가 커 곡예비행에 많이 쓰인다. 공군은 곡예비행 외에도 육군 항공지원작전을 위해 A-37 2대 대대를 운용하고 있다.




블랙이글 소속 전투기가 추락한 것은 1998년 강원도 춘천에서 에어쇼를 앞두고 고난도 곡예비행 연습을 하던 중 전투기 2대의 날개가 서로 부딪히면서 1대가 추락한 것을 포함해 이번이 2번째다.

김도형 기자 aip20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