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 젖먹이 키우는 50대 父情
"집 나간 아내가 돌아와 세 식구가 다시 오순도순 산다면 더 이상 바랄 게 뭐 있겠어요."
강한 햇빛이 콘크리트 바닥을 뜨겁게 달군 4일 오후 2시경 대전역.
검게 그을린 얼굴에 철 지난 두꺼운 점퍼를 입은 김모(54)씨는 뙤약볕을 피해 겨우 그늘을 찾아 태어난 지 두 달밖에 안 된 딸아이를 땅바닥에 내려놓았다.
앉을 곳을 어렵사리 찾는 김씨는 가방에서 기저귀를 꺼내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 틈에서 딸아이의 기저귀를 갈았다.
뜨거운 지열에 빨갛게 얼굴이 상기된 딸아이는 거의 탈진한 상태였다.
김씨는 딸아이에게 부채질을 하고 물을 먹여도 열이 가시지 않자 결국 지하철 역으로 내려갔다. 차가운 지하도 콘크리트바닥이 이때만큼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날은 더위지는데, 아이 분유가 상해서 탈이나 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탈없이 자라 주었으면 좋겠는데…"
뒤로는 배낭을 메고 앞으로는 딸아이를 안고 하루 종일 대전역 주변을 배회하는 김씨.
김씨가 생후 2개월 된 딸아이와 역 전에 나오게 된 건 두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막노동을 하면서 근근이 하루하루를 연명하던 김씨는 6년 전 뺑소니 사고를 당해 한 쪽다리를 크게 다치면서 설상가상으로 생계수단마저 잃게 됐다.
살아갈 의욕조차 잃은 김씨였지만 다행히 국민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선정돼 한달에 30만 원씩을 받으며 단칸방에서 고단한 삶을 이어갔다.
갈 곳도, 할 일도 없는 김씨였지만 대전역은 유일한 나들이 장소였다.
정처없이 떠도는 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소주 한 잔을 기울이면서 어느덧 대전역 노숙자 대부분과 벗이 됐다.
김씨는 이 벗들 중 자신보다 서너살 많은 사람과 친해졌고, 그의 소개로 정모(38·여)씨를 만나 살림까지 차리게 됐다.
정신지체 2급의 정씨와 조그만 단칸방에서 살림을 꾸린 김씨는 두 달 전 딸아이를 얻어 여느 중년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삶을 살아 갈수 있다는 소박한 꿈을 갖게 됐다.
그러나 아내는 딸아이를 낳자마자 한마디 말도 남기지 않고 집을 나갔고, 김씨는 하루아침에 젖먹이를 혼자 책임져야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매달 나오는 30만 원의 지원금 중 방세를 빼고 나면 아이에게 먹일 분유와 기저귀를 대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눈앞이 캄캄해 한때 사회복지지설에 맡길까 고민했던 김씨는 환갑이 다 돼 얻은 핏줄을 차마 남의 손에 맡길 수가 없었다고 한다.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정말 속상합니다. 아이 에미라도 있으면 그나마 나을 텐데….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내 핏줄인데…. 힘들어도 열심히 키워봐야죠."
김씨는 영문도 모르고 생글생글 웃는 아이를 안고 혹시나 집을 나갔던 아내가 돌아오지는 않을까 실낱 같은 기대를 하며 대전역 출구로 눈길을 돌렸다.
충청투데이 이경미 기자 buena@cctoday.co.kr /노컷뉴스 제휴사
강한 햇빛이 콘크리트 바닥을 뜨겁게 달군 4일 오후 2시경 대전역.
검게 그을린 얼굴에 철 지난 두꺼운 점퍼를 입은 김모(54)씨는 뙤약볕을 피해 겨우 그늘을 찾아 태어난 지 두 달밖에 안 된 딸아이를 땅바닥에 내려놓았다.
앉을 곳을 어렵사리 찾는 김씨는 가방에서 기저귀를 꺼내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 틈에서 딸아이의 기저귀를 갈았다.
뜨거운 지열에 빨갛게 얼굴이 상기된 딸아이는 거의 탈진한 상태였다.
김씨는 딸아이에게 부채질을 하고 물을 먹여도 열이 가시지 않자 결국 지하철 역으로 내려갔다. 차가운 지하도 콘크리트바닥이 이때만큼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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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은 더위지는데, 아이 분유가 상해서 탈이나 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탈없이 자라 주었으면 좋겠는데…"
뒤로는 배낭을 메고 앞으로는 딸아이를 안고 하루 종일 대전역 주변을 배회하는 김씨.
김씨가 생후 2개월 된 딸아이와 역 전에 나오게 된 건 두 달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막노동을 하면서 근근이 하루하루를 연명하던 김씨는 6년 전 뺑소니 사고를 당해 한 쪽다리를 크게 다치면서 설상가상으로 생계수단마저 잃게 됐다.
살아갈 의욕조차 잃은 김씨였지만 다행히 국민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선정돼 한달에 30만 원씩을 받으며 단칸방에서 고단한 삶을 이어갔다.
갈 곳도, 할 일도 없는 김씨였지만 대전역은 유일한 나들이 장소였다.
정처없이 떠도는 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소주 한 잔을 기울이면서 어느덧 대전역 노숙자 대부분과 벗이 됐다.
김씨는 이 벗들 중 자신보다 서너살 많은 사람과 친해졌고, 그의 소개로 정모(38·여)씨를 만나 살림까지 차리게 됐다.
정신지체 2급의 정씨와 조그만 단칸방에서 살림을 꾸린 김씨는 두 달 전 딸아이를 얻어 여느 중년들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삶을 살아 갈수 있다는 소박한 꿈을 갖게 됐다.
그러나 아내는 딸아이를 낳자마자 한마디 말도 남기지 않고 집을 나갔고, 김씨는 하루아침에 젖먹이를 혼자 책임져야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매달 나오는 30만 원의 지원금 중 방세를 빼고 나면 아이에게 먹일 분유와 기저귀를 대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눈앞이 캄캄해 한때 사회복지지설에 맡길까 고민했던 김씨는 환갑이 다 돼 얻은 핏줄을 차마 남의 손에 맡길 수가 없었다고 한다.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정말 속상합니다. 아이 에미라도 있으면 그나마 나을 텐데….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내 핏줄인데…. 힘들어도 열심히 키워봐야죠."
김씨는 영문도 모르고 생글생글 웃는 아이를 안고 혹시나 집을 나갔던 아내가 돌아오지는 않을까 실낱 같은 기대를 하며 대전역 출구로 눈길을 돌렸다.
충청투데이 이경미 기자 buena@cctoday.co.kr /노컷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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