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성원
강성원이 최초로 문화적 충격을 느낀 곳은 폼페이(Pompeii) 유적을 방문한 자리에서였던 것 같다. 후일 그는 이때 받았던 충격을 '2천여년 전의 화려하고 음탕한 벽화나 웅장한 대리석 기둥과 욕탕, 그리고 거실, 화산재에 엉겨 굳어버린 인간의 어리석은 형태도 아닌 오로지 뿌연 먼지와 더불어 흑갈빛으로 퇴색되어 쌓인 각종 옹기들의 아가리에 서려 있는 기(氣)'를 보았다고 작가노트에서 술회하고 있다. 폼페이(Pompeii) 유적을 접했을 때 느꼈던 신비스런 체험을 기술하고 있는 강성원의 이 글은 적어도 두 가지 점에서 거의 작품 이해에 다가갈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 준다. 첫째는 '화려함' 과 '음탕함'으로 대변되는 '고깃덩어리'의 이미지요. 둘째는 그의 작업의 양식적 본질을 이루는 표현행위가 갖는 '기(氣)'의 발산이 그것이다. 격렬한 회화적 제스처, 으깨지고 뭉개져 흘러내리는 안료, 다양한 이미지의 조합과 이로부터 파생되는 신화적이며 제의적인 분위기, 양의 머리와 고기로 대변되는 뭉클한 느낌 따위로 표현되는 강성원의 작업은 이와같은 시대적 분위기의 산물이다. 폼페이(Pompeii) 유적으로부터 받은 충격과 영감을 회화적 산물로 재생시키기 위해 고심하던 그에게 있어서 이처럼 모티브와 이미지들은 안성맞춤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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