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랑/ART 뉴스

기지개 켠 미술 시장 돈 몰린다… 국제아트페어 등에 투자 열풍

영원한 울트라 2006. 6. 19. 15:18
기지개 켠 미술 시장 돈 몰린다… 국제아트페어 등에 투자 열풍
[동아일보 2006-06-07 04:29]    

[동아일보]

《지난달 26∼30일 서울 코엑스 태평양홀에서 열린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에서는 피카소의 드로잉부터 젊은 작가의 작품까지 총 1100여 점, 74억 원의 미술품이 팔렸다. 2005년의 판매액은 50억 원. 한국화랑협회에 따르면 관람객도 지난해에 비해 배가 늘어나 5일간 총 5만여 명이 다녀갔다. ㈜서울옥션은 올해 열린 두 번의 메이저 경매를 통해 전년도 총낙찰금액 112억 원보다 많은 122억 원의 낙찰액을 기록했다. 100회 기념 경매가 포함되긴 했어도 가파른 상승세가 아닐 수 없다. 지난달 28일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 출품된 김동유의 ‘마릴린 먼로 vs 마오 주석’은 추정가의 25배가 넘는 3억2000만 원대에 팔려 화제를 모았다. 한국 작가의 작품 32점 중 31점이 낙찰돼 상품으로서 한국 미술품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22일까지 아라리오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중국 작가 왕광이의 개인전에 나온 작품들은 개막 전에 전부 팔렸다.》

미술시장이 움직이고 있다. 10여 년 동안 침체의 늪에 빠져 있던 미술계에서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는 것. 일부에선 적절한 투자 대상을 찾고 있는 사람들이 금융상품과 부동산을 거쳐 미술시장을 주목하고 있다고 말한다. 신진 컬렉터와 새로운 자본이 유입되면서 미술시장의 수요층이 두꺼워졌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중국 미술시장에 불어 닥친 열풍도 국내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중산층이 미술시장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도 주목되는 현상. 지난달 2∼14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아트페어 ‘김과장, 전시장 가는 날’을 보자. 신예작가들을 선보이는 아트서울전과 구상작가들이 참여하는 한국구상대제전 등으로 이뤄진 이 아트페어에 1만8000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판매는 전년 대비 1부 20%, 2부 15%가 늘었다. 마니프조직위원회가 주관한 이 행사에선 ‘과장 직함’ 명함을 가진 사람의 일행은 무료 입장시키고, 초보 컬렉터를 대상으로 작품 구입 요령 등 세미나를 열었다. 그 덕분에 중저가 소품이 많이 팔렸다는 게 주최 측의 평가다.

그렇다면 국내 미술시장은 호황에 접어든 것일까? 미술계에서는 ‘나아지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양극화만 심해졌다’는 볼멘 반응도 나오고 있다. 특히 미술품이 1차적으로 거래되는 화랑 쪽에선 “과거에 워낙 침체됐던 시장이 조금 되살아나는 것일 뿐”이라고 진단한다. 선화랑 이재언 실장은 “미술시장의 주류를 이루는 일반 전시는 외환위기 이후 계속 하향곡선을 그려 왔다”며 “작가를 발굴하고 키우는 화랑의 기능이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의 호황을 말하기는 이르다”고 강조한다.

한 화랑 대표는 “경매회사들은 몇몇 블루칩 작가들을 중심으로 호황을 누리고, 1회성 장터인 아트페어에서는 외국 화랑들의 비싼 작품들이 주로 팔렸다”며 “국내 화랑, 특히 군소화랑에서 거래되는 미술품의 거래는 미약한 편”이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경매와 아트페어 등을 통해 ‘투자’ 대상으로서의 미술품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아트사이드 이동재 대표는 “미술시장이 장기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화랑들이 장기적 안목을 갖고 미술 대중화를 위해 애호가층을 넓히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미술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선 작가를 아끼는 좋은 컬렉터들이 늘어나야 한다. 노화랑의 노승진 대표는 “그림은 지명도가 아니라 눈과 마음으로 봐야 한다”며 컬렉터의 안목과 애정을 강조했다. 필립강 갤러리의 강효주 대표는 “미술의 1차 시장은 화랑임에도 요즘처럼 경매 시장만 지나치게 부각되는 것은 문제”라며 “좋은 컬렉터가 되기 위해서는 선택의 폭이 넓은 화랑을 찾아 다양한 작품을 감상한 뒤 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더불어 국내외에서 공히 인정받을 수 있는 작품 가격에 대한 객관적 분석과 평가, 화랑들의 국제화를 위한 노력 등이 미술시장 발전을 위한 과제로 지적된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 미술 재테크는 이렇게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의 대표를 거쳐 K옥션을 설립한 김순응 대표가 최근 미술품을 즐기고 사는 요령을 담은 책 ‘돈이 되는 미술’(학고재)을 펴냈다. 그는 이 책에서 “미술품은 잘만 접근하면 삶을 풍요롭게 해 주고 자산관리나 재산 증식에도 도움이 되지만 잘못된 길로 들어서면 정서적인 아픔은 물론 재산상의 손실을 초래하게 된다”며 미술 재테크 가이드를 소개했다. 그가 귀띔하는 투자 노하우 중 일부.

①내가 좋아하는 작품은 팔기도 쉽다 ②돈 없고 눈 있으면 특정 분야의 테마 컬렉션을 시도하라 ③최고의 공부는 작품을 직접 사 보는 것이다 ④작품과 작품 가격을 머릿속에 입력해 두라 ⑤유통 물량이 있어야 작품 가격이 오른다 ⑥도록이나 포스터에 실린 작품을 노려라 ⑦경매가를 맹신하지 말라 ⑧작가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작가, 진지한 컬렉터를 거느린 작가를 수소문하라 ⑨가격이 막 오르기 시작한 작품을 사라 ⑩믿을 만한 곳에서 사라.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