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랑/ART 뉴스

한창호의 <영화, 미술의 언어를 꿈꾸다>

영원한 울트라 2006. 7. 1. 12:58
미술의 언어로 영화를 읽는다
    
[신간 소개] 한창호의 <영화, 미술의 언어를 꿈꾸다>

[데일리안 윤순년]
◇ ⓒ 돌베게
이탈리아에서 영화를 공부하고, 미술과 클래식 음악, 오페라에 대해서도 마니아적 열정과 깊은 식견을 가진 저자는, 명작 영화의 독특한 미학 뒤에 숨겨진 회화 작품을 날카롭게 간파해내어, ‘영화 미학의 발달사’와 더불어 그 속에 스며든 ‘서양미술사의 흐름’을 친절하게 짚어주고 있다.

저자는, 서양미술사의 연대기를 따라 ‘르네상스 미술’부터 ‘팝아트’까지 7개의 주요한 미술사조로 각 장을 나누고, 그 미술 양식으로부터 영향받은 영화들을 소개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미술사조의 미학과 특징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책에는, 미술을 전공했거나 미술에 대한 사랑이 지극한 감독들이 서양미술사의 대표적인 주제, 모티프, 미술작품의 이미지를 자신의 영화 속에 어떻게 인용했는지, 미술의 이미지로 등장인물의 감정과 영화의 줄거리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했는지가 잘 담겨 있다.

피터 그리너웨이, 팀 버튼, 브뉘엘 등 이 책에서 소개되는 감독들은 사랑하는 화가의 작품을 스크린에 그대로 옮겨오기도 하고, ‘미술작품의 주제와 미술가의 창작 의도’를 영화 속 등장인물의 심리를 묘사하거나 영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적절하게 이용하기도 했다.

르네상스 미술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는 파졸리니, 펠리니, 타비아니 형제 같은 이탈리아 감독들은 자신의 영화 속에 르네상스 미술의 대표적인 회화 작품을 녹여내 아름다운 화면을 만들어냈다. 안토니오니와 고다르, 베르톨루치의 전복적·반전통적인 영화에는 전통을 거부하는 반항의 미학 팝아트의 정신과 이미지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영화를 감상하는 데에도 해당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영화를 좋아하는 독자들이, 논리적으로 일사불란하게 전개되는 영화의 스토리에만 집중하지 않고, 영화 속에 표현된 회화적 구도의 의미나 영화의 주조를 이루는 컬러의 상징, 배경으로 나오는 그림의 주제와 등장인물들과의 관계성에 주목해서 영화를 본다면, ‘영화의 아름다움’, 더 나아가 ‘예술의 아름다움’을 향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씨네 21』에 연재됐던 ‘영화와 미술’ 칼럼 중 35편을 책으로 묶어낸 것이다. 전작 『영화, 그림 속을 걷고 싶다』가 인간의 심리와 정서, 사랑과 죽음을 중심으로 한 7가지 주제를 통해 영화의 상상력이 미술을 어떻게 사용했는가를 그려내면서, ‘영화와 미술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새로운 영화 읽기를 시도했다면, 후속편이자 완결편이라 할 수 있는 이 책 『영화, 미술의 언어를 꿈꾸다』는 미술사조를 중심으로 좀더 이론적이고 체계적인 구성으로 영화와 미술의 관계를 논하고 있다.

‘영화 속의 서양미술사’, 르네상스 미술부터 팝아트까지
후발주자인 영화는 전통적인 시각예술인 미술, 특히 그림으로부터 많은 아이디어를 훔쳐오기 시작했다. 조르주 멜리에스의 작업 이후 수많은 회화 이미지들이 영화에 인용되었는데, 영화의 역사뿐 아니라 미술의 역사도 깊은 유럽의 영화들, 특히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영화들에서 ‘미술’의 흔적을 자주 볼 수 있다.

유명하지만 너무나 낯선 ‘유럽의 거장 감독들의 재발견’
새로운 영화 형식을 보여주거나 미술작품을 인용해서 독특한 이미지를 만들어냈던 파졸리니, 안토니오니, 브뉘엘, 펠리니, 고다르 등 이 책에서 주로 다뤄지는 유럽 감독들은, 우리들에게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너무나 유명한 인물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많은 작품들을 쉽게 접할 수 없는 우리들로서는, 그들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갖게 되는 등 그들의 실체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이 책에는 영화 일을 하기 전 감독들의 경력과 그들에게 영향을 끼친 화가들의 작품 세계, 한 작가의 여러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주제의식, 그들이 이뤄낸 영화의 새로운 미학적·형식적 성취 등이 담겨 있어, 그들의 작품 세계를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특히 명쾌한 주제 전달과 단순한 플롯이 주를 이루는 요즘의 감각적인 영화들에 많이 익숙해진 독자들에게 이 감독들과의 만남은,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한 ‘고전의 중요성’을 재확인시켜줌과 동시에 영화를 보는 또 하나의 ‘눈’을 더해줄 것이다./ 윤순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