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랑/국내작가소개방

이경성님 작품

영원한 울트라 2006. 10. 7. 11:57


 

이 경 성

 



이경성_떨기나무-처음사랑_혼합재료_100호_2003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이경성 홈페이지로 갑니다.








이경성, 추억이 익어가는 공간 ● 시간이 흘렀어도 변치 않는 것이 있다. 마음속에 간직된 순수한 시절에 대한 그리움이다. 할머니와 손자가 질화로를 가운데 두고 마주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옛 시절을 기억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말을 하지 않을 뿐 누구나 그런 기억을 마음의 갈피에 고이 담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바쁜 일과에 묻혀 지내지만 이따금씩 철부지 적을 더듬어보는 것도 즐겁다. 이경성씨는 때 묻지 않았던 시절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풀어간다. 아이들이 신나게 뛰놀면서 꿈과 희망을 키워가는 초등학교 운동장을 등장시킨다. 너른 운동장이 훤하게 드러난다. 먼지가 풀풀 날리는 운동장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한 기분이다. 궁궐처럼 크게만 보였던 교정이건만 다 자라고 나서 가보면 그다지 크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여간 교정을 생각하면 처음으로 세상을 배운 곳, 인생의 축소판인 학창시절이 퍼뜩 떠오른다. 퍼덕이는 새의 날개짓처럼 옛 추억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 그의 작업은 질박한 표정을 자랑한다. 무뚝뚝하지만 정감이 듬뿍 배어나는 뚝배기나 맷돌을 보는 것같은 뉘앙스를 풍긴다. 갈색톤으로 도포되어 있는 공간에 이미지를 넣고 자유로이 드로잉을 가했다. 나지막한 교사(校舍), 그 위에 휘날리는 태극기, 듬직한 교목, 학교마다 하나씩은 세워졌던 세종대왕이나 이순신장군같은 위인상, 운동장 주위를 둘러싼 놀이기구와 운동기구, 교정 귀퉁이에 있는 백엽상 등 그의 작품은 여지없이 실제의 초등학교를 닮았다. 실인즉 작가는 1997년부터 용인 주변의 초등학교를 돌며 교정을 화폭에 담아왔다. 호기심에 가득 찬 큰 눈망울로 세상을 보았고, 이와 함께 희망의 싹을 키웠던, 마음속에 간직한 아름다운 초등학교에 대한 기억을 회상하며 그때의 추억을 누리기 위함이었으리라. 기억에서조차 가물가물한 초등학교 교정을 상기시켜주는 그림을 보면서 감상자는 한동안 잊어버렸던 과거로 숨가쁘게 달려간다.





이경성_떨기나무-처음사랑_혼합재료_50호_2006





이경성_떨기나무-처음사랑_혼합재료_10호_2006



그의 작업은 단숨에 이뤄지지 않는다. 두툼한 마티에르가 암시하듯이 그의 작업은 여러 번의 밑칠과 여러 혼합재료에 의해 형성된다. 재료를 만지고 혼합하고 부치고 소묘하고 선을 긋고 이기고 채색하는 일체의 과정에 눈을 뗄 수가 없다. 물감이 덮이고 쌓여 두께감을 만들어내고 질료의 중량감을 갖는다. 거기에 몇몇 드로잉이 추가됨으로써 비로소 화면은 어엿한 존재감을 확보하게 된다. 그의 작업은 힘든 노고의 댓가로 얻어진 것이다. 밀도 있는 바탕을 얻기 위해 무려 6개월간이나 소요된다고 한다. 나같이 참을 성없는 사람이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작품이다. 그 때문인지 그의 화면은 대단히 구축적이다. 견갑류 과일의 껍질처럼 단단한 표면감을 자랑한다. 채색을 한 뒤에 갈아내기, 또 채색을 한 뒤에 갈아내기를 무수히 반복한 결과이다. 그렇게 하여 한층 내실있는 공간을 조성하게 되는 것이다. 작가는 진짜같은 분위기를 내기 위해 실제 운동장에서 느낄 수 있는 탄탄한 촉각효과를 재연해냈다. 이경성씨는 그림 그리는 것을 농부가 애지중지 논밭을 가꾸듯이 한다. 땅을 정지하듯 캔버스를 평편하게 만들고, 씨를 뿌리듯 윤곽과 기초를 잡으며, 잡초를 제거하듯이 불필요한 부분을 묻어버리거나 없애버리며, 거름을 주듯이 아무 표정도 없는 화면에 채색을 하여 다정한 표정을 준다. 가을걷이의 기쁨이 있듯이 작가는 작업에서 희열을 얻는다. 이경성씨는 농부의 성실함을 귀감으로 삼아 작업한다. 이렇듯 그의 회화는 손끝의 재치나 기발한 아이디어에 의해서 얻어진 것이라기보다 장인적인 성실함에 의해 얻어진 것이다. 사람의 시선을 한눈에 잡아끄는 산뜻한 매력은 없어도 인간미가 훈훈하게 넘쳐흐르고, 그래서 인지 작품을 다 본 뒤에도 자꾸만 잔상이 남아 오랫동안 마음에서 떠나지 않는다.





이경성_떨기나무-처음사랑_혼합재료_50호_2004





이경성_떨기나무-처음사랑_혼합재료_100호_2002



그는 자신의 작품에 <떨기나무 - 처음 사랑>이란 타이틀을 부쳤다. 사회의 첫걸음을 띠는 소년의 설레임을 담은 것같다. 세상을 자기의 놀이터라도 된 양 흥미진진하게, 천진하게 바라보았다. 학교는 아이가 세상으로 들어가게 다리를 놓아주었다. 교정을 그린 그의 작품에 눈길을 뗄 수가 없는 것은 아마도 이런 깊은 기억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운동장에 새겨진 자전거 바퀴자국, 방과후 친구들과 함께 놀던 놀이기구들, 쉬는 시간이면 하루살이처럼 우르르 몰려나와 장난을 쳤던 기억들이 오버랩 된다. 어린 시절이 꼭 즐거운 것만은 아닐 것이다. 그곳에서 사랑과 함께 배반과 미움을 접하고, 기쁨과 함께 아픔과 서러움도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가난의 갈피를 한 켜 한 켜 넘기면서 인생에 눈 떠가는 것도 이 시절부터이다. 어린 소년은 이 때문에 나이에 걸맞지 않게 조숙해진다. 삶의 스산한 아픔을 배우는 것도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이다. 우리의 향수를 자극한다고 할까, 그의 그림은 우리를 철딱서니 없었던, 그래서 좋았던 시절을 환기시킨다. 돌이켜보면 지난 경험치고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고 한다. 유년시절의 이야기들이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익어간다. ■ 서성록





이경성_떨기나무-처음사랑_혼합재료_10호_2006





이경성_떨기나무-처음사랑_혼합재료_100호_2004



'미술사랑 > 국내작가소개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행운의 그림  (0) 2006.10.21
김경옥  (0) 2006.10.19
조영남  (0) 2006.08.02
안성하  (0) 2006.07.28
낸시랭  (0) 2006.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