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이 지나면 아침은 오는데 그날의 맥주 잔에는 달빛이 고여 있었다.대학로 골목 끝, 간판도 흐릿한 생맥주 집. 천장에 매달린 형광등이 깜빡일 때마다 벽에 걸린 레트로 포스터들이 숨죽인 듯 움직였다. 철제 의자에 앉으면 차가운 냉기가 허벅지를 스며들었고, 테이블 위에는 늘 촉촉한 물기와 함께 누군가의 낙서가 남아있었다. 그곳에선 밤이 깊을수록 사람들의 어깨가 무뎌졌다. 취한 이들이 허공을 향해 내뱉는 수다, 입가에 맺힌 거품, 그리고 유독 높게 울려 퍼지던 주크박스의 노래—그 모든 것이 뒤섞여 한 편의 서사시처럼 느껴졌다. 그 서사시의 한 소절에 쥬다스 프리스트의 〈Before the Dawn〉이 있었다. 헤비 메탈 밴드의 이름을 단번에 외치던 그들이 내뱉은 발라드는 어쩐지 그 공간과 찰떡이었다. 스피커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