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삶/요즘세상!

한국의 고3

영원한 울트라 2006. 10. 21. 09:49

[한국의 高3]“침도 약도 소용없는 고3병, 대학가면 낫겠지”



고3도 혈기왕성한 10대임이 틀림없다. 서울 한 고등학교 잔디밭에서 고3 학생들이 쉬는 시간에 씨름을 하며 활짝 웃고 있다.

누구나 고3이 되면 ‘직업병’에 걸린다. 과도한 입시 스트레스는 두통을 만든다. 어깨와 허리통증을 1년 내내 달고 산다. 10대 답지 않다. 비만도 심하다.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어서다. 치료법은 없다. 고3의 긴 터널에서 벗어나야 한다. 서울 ㅅ여고 3학년 김서연양(18·가명)은 ‘별종’으로 꼽힌다. 변비가 없기 때문이다. 친구들은 매일 ‘대장과의 전쟁’을 치른다. 그 중 1명은 3주 동안이나 볼 일을 못봤다. 결국 병원에 갔다.

김양은 대신 머리와 허리가 아프다. 의사는 ‘오래 앉아 있어서 생긴 병’이라고 말했다. 통증을 덜려면 자세를 바로잡아야 하지만 쉽지 않다.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는 게 오히려 더 힘들다. 물리치료도 받고 침도 맞아봤지만 효과가 없다. 참는 수 밖에 없다. 대학 가면 다 괜찮아질 것이다.



요통에 비하면 불규칙적으로 찾아오는 두통은 견딜 만 하다. 머리 속에 딱따구리 새가 들어온 것 같지만 오래가지는 않는다. 김양은 “요통과 두통 모두 고3이 되자마자 생겼다”며 “입시만 끝나면 다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ㄱ여고 3학년 서지영양(18·가명). 시원시원한 성격 덕에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그러나 ‘고3병’을 피해갈 수는 없는 모양이다. 지난 3월부터 위가 쓰리기 시작했다. 병원에서는 소화불량 진단을 내렸다.

위장이 약한 편이긴 했지만 약을 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아플 때마다 병원에 갈 수 없어 미리 타놓은 약으로 그때그때 ‘땜질’을 하며 버틴다.



수시모집 원서를 준비할 때는 난데없이 변비까지 찾아왔다. 대학을 정하고 원서접수할 때까지 며칠동안 볼 일을 보지 못했다. 막혔던 대장은 수시모집이 끝나자 간신히 뚫렸다. 최근에는 비만이 가장 큰 고민거리다. 7월 중순 이후 급격하게 살이 쪘다. 자율학습을 마치고 독서실 가는 길에 항상 군것질을 한다.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지난해보다 무려 10㎏이 늘었다. 대학가서 가장 먼저 할 일이 다이어트다.

건장한 체격의 김명성군(18·가명)은 토요일마다 동네 정형외과를 찾는다. 어깨와 허리에 물리치료를 받는다. 쉬는 시간 짬짬이 운동을 했던 지난해까지는 아픈 곳이 없었다. 요즘은 ‘허리 아프다’는 말을 엄마보다 자주 한다. 책상 앞에 웅크리고 앉아 있다보면 어깨가 좁아지는 느낌이다. 수능을 마친 뒤 친구들과 농구 한 판하면 모든 통증이 사라질 것 같다.

ㄱ고 3학년 박은진양(18·가명)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생리통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생리통은 남의 일로 여겼다. 그러나 고3이 된 뒤에는 한 달에 한 번씩 ‘지옥’에 다녀온다.

진통제를 먹어도 아무 소용이 없다. 끝까지 참아보다가 정 안 되면 조퇴한다. 그나마 공결로 처리되니 다행이다. 생리통 때문에 스트레스도 하나 더 늘었다. ‘수능날 생리를 하면 어쩌나’하는 걱정에 밥이 안 넘어간다.

경향신문이 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대학 진학 희망자 10명중 6명은 ‘직업병’을 앓고 있었다. 피로와 스트레스 해소법으로는 ‘잔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하루 1시간 정도라도 취미활동을 하는 고3은 절반에 못미쳤다. 고3들에게 피로와 스트레스, 질병은 숙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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