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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물 (1954) ]
이 그림 속에 등장하는 백자와 국화 등은 도천이 생전에 가장 사랑하던 한국적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소재들입니다. 그는 백자를 두고 자신의 친구라고 말하였을 정도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요. 이렇게 그가 향토적 소재로부터 느끼는 친밀감과 애정은 일제시대에 억압받았던 민족적 정서에 대한 그리움일 것입니다.
코스모스 (1958) ]
코스모스 또한 조선의 가을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름답고 우아한 꽃이죠. 밝은 조선의 풍요로운 가을 햇살처럼, 코스모스 또한 우리 민족의 정서를 풍요롭게 하는 소재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흐드러진 듯한 꽃들이지만 우아하면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품위를 잃지 않고 있는 것이 한결 같은 민족의 자부심과 일맥상통 하는 듯 합니다.
성균관 풍경 (1959) ]
그는 정물화를 주로 그렸으나, 비원이나 성균관 등과 같은 고궁이나 전통 가옥을 소재로 하는 풍경화도 종종 그려내었습니다. 그는 우아하면서도 품위있는 조선 민족의 정서를 반영할 수 있는 소재들을 대상으로 그림을 그렸는 데요, 위의 그림에서도 당당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은행나무와 함께 고풍스러운 성균관의 가을 풍경을 담아내었습니다.
[ 정물 (1966) ]
두 점의 이조 백자들과 사과, 모과 등 여러 과일들을 정갈하게 배치해 낸 정물화입니다. 우리나라 전통의 탁자 위에 사물들을 흐트러짐 없이 배치해 놓아 도상봉 특유의 엄격함과 자기 절제의 의식이 엿보이기도 합니다. 또한 작가 특유의 무게감있는 색조 분위기로 인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차분한 자아 성찰의 기회를 얻게 하기도 합니다.
백일홍 (1967) ]
노랑과 주황, 분홍, 빨강 등 모두 화려한 색이지만 도천은 이러한 꽃들의 색을 더욱 어둡게 하고, 뒷배경 또한 어둡게 처리하여 매우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었습니다. 그리고 한두송이가 아닌 스무 송이 이상의 꽃들을 도천만의 백자에 담아 한가운데에 배치함으로써 도상봉 특유의 진중한 분위기의 그림이 만들어졌습니다.
고관설경 (1969) ]
하얀 눈이 내린 전통 가옥의 모습을 눈덮힌 가지들이 인상적인 나무들과 함께 배치하여 그려놓았습니다. 어느 것 하나 흐트러짐 이나 별다른 것도 없이 자신만의 세계를 관조하듯 도천의 그림은 조용히 일상생활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꽃 (1971) ]
하얀 국화와 노란 백일홍 그리고 라일락 등을 흰 화병에 꽂아 놓고, 무늬가 있는 천으로 뒷 배경을 삼아서 그려진 그림입니다. 여러 가지의 꽃들을 모아놓은 그의 그림은 실로 싱그러우면서도 견고한 느낌을 주고 있지요. 또한 빛을 받은 국화의 화사한 흰색이 매우 인상적이며 꽃과 잎들의 묘사에서도 섬세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 개나리 (1973) ]
화사하면서도 차분한 느낌의 노랑색으로 그려진 개나리 한다발이 화폭에 하나 가득 놓여 있습니다. 따뜻한 느낌의 개나리가 하얀 백자에 꽂혀 있어서 그 우아함이 더해져 있는 듯 합니다. 이렇듯 도상봉이 그리는 꽃들은 우리에게 친숙하며, 가까이에 존재하는 것들입니다. 이는 우리의 정서를 반영한다 볼 수 있습니다.
비원 풍경 (1973) ]
도천이 그린 풍경화들은 대부분 조용한 분위기의 공간 안에서 그 공간을 관조하는 시선으로 그려진 것들입니다. 어느 누구의 방해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공간을 채우고 있는 풍경들을 보면서 그는 그 풍경과 같은 마음으로 살기를 바란 것 같습니다. 그 또한 세상의 유혹이나 명예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작품 세계를 이루어간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 안개꽃 (1974) ]
하얀 안개꽃이 주는 차분하면서도 풍성한 느낌이 화면에 가득한 이 작품또한 그의 여러 정물화와 같은 의미에서 그려진 작품이죠. 물론 사진과 같지는 않더라도, 안개가 주는 이미지를 매우 정확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입니다. 그러기에 가벼운 안개라 할 지라도 결코 가볍지 않은 그림으로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