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댕의‘생각하는 사람’ |
“ ‘생각하는 사람’은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자세로는 오래 생각하기는커녕 숨 쉬기조차 힘들다.”
프랑스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Rodin·1840~1917)의 대표작인 ‘생각하는 사람(Le Penseur)’은 깊은 생각에 빠진 사람이 아니라 높은 곳에서 잠깐 아래를 내려다보는 사람을 표현한 것이라는 의학적 해석이 나왔다. 대한법의학회 명예회장인 문국진(文國鎭) 고려대 명예교수(대한민국학술원 회원)는 최근 월간지 ‘동아약보’ 기고문을 통해 이 같은 의견을 밝혔다.
문 교수는 “손을 뺨이나 턱에 대는 자기 접촉은 ‘생각 중’ ‘깊은 사고에 잠겨 있는 중’을 뜻하는 몸짓 언어지만 ‘생각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손가락이 아니라 오른손 수배부(손등 부위)를 턱 밑으로 넣고 얼굴과 접촉하고 있으며, 오른쪽 팔과 손목을 직각으로 꺾고 있는 불안한 자세다. 또 잔등과 측복부(배 옆부분) 근육에 힘을 줘 근육들이 솟아났고, 발바닥에도 힘을 줘 오른쪽 발가락들은 구부러진 상태다. 호흡과 관련 있는 측흉부(가슴 옆부분)의 대원근(겨드랑이의 근육)과 광배근(등의 하반부와 위팔뼈 상부를 연결하는 근육)에도 힘이 가해져 돌출돼 있다. 한마디로 힘이 꽉 들어가 호흡이 곤란한 자세다.
그렇다면? 문 교수는 “작품을 옆에서 보면 허리와 잔등을 구부린 상태로 얼굴과 눈길도 아래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래 이 작품은 로댕이 1880년 대작 ‘지옥의 문’을 만들 때 문 위에 앉아 있는 모습으로 제작했던 것이다. 그러니까 ‘높은 곳에서 지옥 같은 세상을 내려다보며 애끊는 슬픔 때문에 일시적으로 흥분된 상태로 전신에 힘을 준 모습’이라는 해석이다.
이에 대해 미술평론가 이주헌씨는 “이 작품은 단테를 모델로 만든 것으로 인간 실존 앞에서 깊은 사색에 잠긴 철학자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생각하기 불편한 자세인 것은 맞지만, 미술 작가는 미학적 측면에서 조형미가 뛰어난 자세로 작품을 만든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국 미술사학자 곰브리치는 저서 ‘서양미술사’ 중 고대 그리스의 청동상 ‘원반 던지는 사람’을 설명하면서 “이것은 실제 동작을 표현한 게 아니라 예술 작품이기 때문에 이 자세를 모델로 연습했던 현대의 운동 선수들은 실패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로댕의 대표작 '생각하는 사람'은 실제로 생각하기에 적절한 자세일까? 법의학자인 문국진 고려대 명예교수(대한민국학술원 회원)는 의학적 견지에서 "오래 생각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호흡마저 곤란한 자세"라고 지적했다. /유석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