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랑/그림 이야기

작가이력도 모르고 그림 사서야

영원한 울트라 2007. 10. 9. 00:49

작가이력도 모르고 그림 사서야


2007년 5월 17일 한국경제신문

崔炳植 < 경희대 교수·미술평론가 > 



  '대체투자'라는 말이 한동안 자금운용 전문가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탈출구처럼 보였다.

 
잇달아 출시된 국내 아트펀드에 관심이 집중된 것도 그렇지만 이제 미술품 또한 대체투자의 한 분야로서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심지어는 "'예술'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창작'과만 관련된 말이 아니라 '투자'와도 관련된 말이며, 예술품이 이미 진귀한 생활장식품으로 바뀌었다"는 말까지 거슬리지 않는다
.

 
이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세계 아트마켓은 여전히 상승일로다
.
 
2006
년 소더비와 크리스티경매의 총 판매액은 75억달러(한화 약 7조원)를 넘었고 전년 대비 20%대 이상 상승했다.

 
중국의 경우도 2006 28개 경매 통산(通算) 156억 위안(한화 약 18720억원)을 기록했다
.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세계적으로 약 20여개의 아트펀드가 새롭게 설립됐고 차이나펀드, 인도미술 펀드 등이 신규로 출시되면서 더욱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우리나라의 미술시장 역시 최근 3년간 급성장했다.
그러나 해외시장의 흐름에 비하면 이제 플랫폼을 벗어난 기차일 뿐이다
.
  그간 침체된 경기 탓도 있지만 아직도 '미술품'하면 왠지 특수계층의 전유물처럼 인식되면서 저변으로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
.
여러 선진국에서 미술시장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애호' '투자'가 동시에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다
.

 
이러한 매력은 부유층뿐 아니라 자신의 능력에 맞는 취미생활을 다양하게 즐길 수 있어야하며,보다 쉬운 정보습득과 이해를 통해서만이 가능하다
.
 
시장을 교란(攪亂)하는 기획경매다,아니다는 논란도 많았지만 최근 우리나라의 경매시장이 활황으로 가는 가장 단적인 근거가 여기에 있다
.
 
프리뷰를 통해 작품과 가격대를 다양하게 비교해볼 수 있고, 인터넷으로도 과거 경매작품들과 비교분석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

 
시장정보가 수면으로 올라오면서 애호가들이 즉각적인 화답을 한 셈이다
.
그러나 거시적으로 보면 아직도 객관적인 정보의 구축이 태부족이고, 애호가들의 유입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만한 연구나 통계가 초보적인 수준에 그친다
.

 
경매체계도 빈약한 취급 품목과 제한된 소수 작가들만의 고가행진이 반복되는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
 
해외사례이지만 프랑스에 본부를 두고 있는 아트프라이스닷컴은 2500만 경매회사의 가격 아이템과 37만명의 작가들에 대한 작품가격, 서명, 경력 등에 대한 제반 자료검색이 가능하다
.

 
또한 작가별 마켓가격 변동추이, 장르, 국가별 분류에 의한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210만명의 검색 네티즌과 110만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으며,전세계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
 
중국 미술시장의 정보검색창으로 유명한 야창예술망(雅昌藝術網,artron.com) 3000개 이상의 경매장, 80만건 이상의 경매품, 1000개소 이상의 갤러리, 5만명 이상의 작가 뉴스와 700명 이상의 작가별 가격지수 검색이 가능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8000만명을 넘는 중국컬렉터들의 궁금증을 탄탄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안정적인 시장구축을 위해서는 그간 '오리무중'으로만 통했던 갤러리거래의 점진적인 공개 등으로 총괄적인 시장정보를 구축하고 S&P500, 코스피 지수 정도는 아니더라도 실시간으로 접근하고 이해될 만한 거래동향을 제공해야 한다
.

 
여기에 전문가들의 시장분석, 비평, 전망 등이 구체화돼야 하며 관련 연구서적과 전문지 등도 활성화돼야만 초보자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다
.
 
나아가 글로벌시대를 맞아 해외미술품 유입(流入)에 대한 대책과 진출을 위한 내부적인 준비 역시 중요하다
.

 
일부 단기 투자 중심의 가격상승, 인기작가들의 상업성 편승 등 부정적인 요소들 역시 하루속히 개선돼야 한다
.
 
이러한 과제들에 대한 진중한 대처는 아직도 멀게만 느껴지는 대다수 애호층의 시장진입을 가능토록 하는 필수요건이며그들에게 '대체투자'의 새로운 분야로 부각시키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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