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정독-여섯개의 키워드 통해 다양한 인간상 들춰내 |
박제 지음 | 아트북스 |
‘그림 정독'은 일반 미술서적과는 전혀 다르다. 글쓴이가 그림에 대한 시시콜콜한 감상을 적어놓는 대신에 단 여섯 점의 그림을 놓고 다양한 각도에서 그림을 분석하며 세상 이야기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선택한 그림은 브뤼헐의 ‘이카로스의 추락', 푸케의 ‘믈룅의 두 폭 그림', 고갱의 ‘마나오 투파파우', 판 데르 베이던의 ‘최후의 심판', 프리드리히의 ‘아침해를 맞이하는 여인', 도메니코 티에폴로의 ‘신세계' 등 여섯 점. 이 그림에서 인간의 한계, 역사의 비밀, 인간의 마음속 깊숙이 자리한 두려움, 당대의 내세관, 영적인 존재를 갈구하는 인간의 바람, 인간의 미래에 대한 기대와 두려움을 읽어낸다.
특히 독자에게 인간과 세계를 이해시키는 그림 감상의 키워드는 추락, 증인, 낙원, 심판, 빛, 그늘 등 여섯 개다. 저자는 이 키워드를 통해 그림 속 여섯 가지 인간상을 들춰내며 그림 속에 담긴 ‘너무나' 많은 내용을 이야기한다. 그림을 통해 역사, 신화, 과학, 사회, 경제, 자연, 종교 등 인간이 만들고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폴 고갱의 ‘마나오 투파파우'는 인간의 두려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화면을 꽉 채우도록 가로 누운 한 여인을 그린 이 그림 뒤편에는 음산한 기운을 풍기는 검은 존재가 등장한다. 이 검은색 인물이 바로 ‘죽음의 혼'이다. 유럽 문명을 등지고 원시적인 자연과 문명의 때가 묻지 않은 세계를 찾아나선 고갱이었지만 그는 이곳에서 어려운 생활탓에 죽음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는 게 저자의 해설이다.
또 피터르 브뤼헐의 ‘이카로스의 추락'은 밀랍으로 만든 날개를 달고 하늘 높이 오르려 했던 이카로스가 뜨거운 태양 빛에 날개가 녹아 결국 바다로 추락한다는 신화를 그린 그림이다. 그런데 이 그림을 보면 밀랍 날개를 달고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는 소년의 모습은 두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화면 오른쪽에 막 바다 속으로 머리부터 빠져 미처 가라앉지 않은 한 쌍의 다리가 눈에 들어올 뿐이다. 바로 추락하여 바다에 빠져버린 이카로스를 통해 화가는 인간의 한계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노정용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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