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경쟁/방송통신정책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의 주요 쟁점

영원한 울트라 2007. 10. 22. 17:09
제목 없음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의 주요 쟁점



                                                              성균관대 신방과 강사

                                                              이남표






  1. 융합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


  방송과 통신은 전통적으로 서로 다른 이념과 정책목표를 가지고 성장해왔다. 규제의 측면에서 볼 때 통신은 산업적 측면을, 방송은 공익적 측면을 강조해왔다. 방송은 희소한 자원인 전파를 국민 다수의 복리증진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정책목표에 따라서 규제 중심적인 정책목표를 제기해왔고, 통신은 효율성과 시장원리를 바탕으로 규제보다는 공정한 경쟁의 원칙을 제시하는데 치중해왔다. 서로 다른 이념과 정책목표는 <표 1>에서 볼 수 있듯, 방송과 통신 서비스의 커뮤니케이션 유형과 성격이 다르다는 사실에서 비롯한다.


<표 1)> 방송과 통신 서비스의 특징

<표 1)> 방송과 통신 서비스의 특징

출처: 석호익․김성태(2002: 4)

구분

통신

방송

지상파방송

케이블TV․위성방송

서비스 유형

음성, 데이터

영상

영상

사회적 확산

커뮤니케이션 특성

양방향

일방향

일방향

커뮤니케이션 형태

1:1

1:불특정다수

1:특정다수

(유료시청자)

정보수용과정

비밀보장

(능동적)

수신의 자유

(수동적)

수신의 자유

(수동적)

내용 규제

약함

강함

강함



  그러나 인터넷을 포함한 경계영역 서비스의 등장과 확산은 이념적․법제적 혼란을 빚어내기 시작했다. 적어도 기술적․산업적으로는 분리되어 있던 방송의 통신의 경계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따라서 방송과 통신의 융합은 이제 더 이상 낯선 현상이 아니다. 아래 <그림 1>의 계층모델(layer model)이 보여주듯, 전송로(망), 서비스, 사업자, 수신기의 모든 영역에서 융합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림 1)> 방송통신융합에 따른 산업구조의 변화: 계층모델

<그림 1)> 방송통신융합에 따른 산업구조의 변화: 계층모델

출처: 정인숙(2004: 46)

출처: 정인숙(2004: 46)


 



  무엇보다도 문제는 기술적․산업적 융합 현상이 법제와 이념의 현재적 수준을 앞서나가고 있다는 사실로부터 발생한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몇몇 문제점들로는 다음을 꼽을 수 있다(정인숙, 2004: 47).


■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의 경우, 현행법상 통신사업자는 ‘신고’만으로 서비스 가능(전기통신사업법상 ‘부가통신’)하지만 SO는 그렇지 못하다(방송법상 ‘방송’). 이에 따라서 사업자 간 차별적 규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 2004년 개정방송법의 경우, 데이터방송 시장에서 발생하는 공정거래위반에 대한 사례를 현행법상 공정거래법과 전기통신사업법 중 어느 법에 우선적 근거를 두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는 방송과 통신의 결합서비스(bundling)에 대한 법적 근거의 미비 때문이다.


  당연하게도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의 정비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 지점에서 크게 보아 서로 다른 두 가지 관점이 존재한다. 거칠게 구분하자면, 첫 번째 시각은 방송과 통신의 경계선이 (적어도 현재적으로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반면, 두 번째 시각은 그러한 경계가 기술적․산업적 측면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도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물론 양쪽 관점 모두가 큰 틀에서 동의하는 내용이 있다. 통합방송법에 따라서 새롭게 방송위원회가 출범한 지난 2000년 이후로 방송과 통신의 융합에 따른 정책․규제 기구의 통합에 관해서 많은 논의가 있었다. 이러한 논의들은 저마다의 강조점과 결론은 조금씩 다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즉, 현재 크게 삼원화1) 되어 있는 정책․규제 기구의 조정(또는 통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방송 및 통신 관련법이 정하고 있는 정책․규제 기구의 구조는 기본적으로 방송위원회, 문화관광부, 정보통신부 사이에 상시적인 갈등 요소로 존재하고 있다. 전반적인 방송정책은 방송위원회가 관장하고 있으나, 방송영상산업의 진흥 정책을 수립할 경우에는 반드시 문화관광부 장관과 합의하여야 한다. 또한 방송기술과 시설에 관한 사항은 정보통신부 장관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문화관광부가 영상산업진흥정책의 수립ㆍ시행 등을 담당하며, 정보통신부가 방송기술, 시설관련 정책을 관장하는 다원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송종길․최용준, 2001: 129).”


<표 2)> 정책 및 규제 기구의 구조

<표 2)> 정책 및 규제 기구의 구조

출처: 이상식(2001: 208)

 

방송

통신

정책부문

방송위원회, 문화관광부,

정보통신부

정보통신부

규제부문

인허가

방송위원회, 정보통신부

정보통신부

심의

방송위원회

정보통신윤리위원회

경쟁

방송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정보통신부, 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이러한 구조는 정책, 인허가, 심의, 경쟁의 각 부문에서 업무 영역의 중복과 혼재를 일으키는 것은 물론이고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라는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는 지적을 여러 차례 받아왔다(이상식, 2001; 이상우 외, 2002; 김광범, 2003).

  그러나 이러한 공통의 현실 인식에도 불구하고 대안을 끌어내는 방식은 앞에서 말했던  시각 차이를 반영하고 있다. 첫 번째 시각은 방송통신위원회와 같은 정책․규제기구의 통합에 소극적 또는 부정적이다. 방송 영역에서의 업무의 중복과 혼재는 해결해야 하지만, 그것이 곧 정책․규제기구의 일원화는 아니라는 것이다(방정배, 2004; 정윤식, 2004). 따라서 일원화가 아니라 오히려 방송, 통신, 방송통신융합영역이라는 세 가지 영역으로의 다원화를 말하기도 한다.

  두 번째 시각은 방송통신위원회 설치에 보다 적극적이다. 이는 계층모델이 제시하는 융합현상이 진행 중이며 점차 확대될 것이라는 예측에 토대를 두고 있다(김광범, 2003; 이남표, 2004). 때문에 궁극적으로 remodeling이 아니라 restructuring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정인숙, 2004).



  2. 이념과 정책목표의 차이


  모든 법과 제도의 배후에는 특정한 이념이 자리 잡고 있다. 바꿔 말하자면, 법과 제도는 그 이념을 물질적으로 실현하기 위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를 둘러싼 논의에서도 이념과 정책목표의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이 지점에서의 차이는 다매체․다채널 시대의 도래로 인해서 불거진 미디어 규제완화 논쟁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성격을 지닌다. 시장론과 (신)공공론으로 대표되는 갈등과 대립이 그것이다. 미디어를 문화로 볼 것인가, 아니면 산업으로 볼 것인가? 미디어의 중요성을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한 제도라는 차원에서 찾을 것인가, 아니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경제성장의 원동력이라는 차원에서 찾을 것인가? 경쟁은 미디어 컨텐츠의 질을 높이는가, 아니면 낮추는가? 이러한 해묵은 쟁점들이 여전히 투명하게 해결되지 않은 채로 새롭게 재생산되고 있다. 또한 방송위원회와 정통부라는 기구 사이의 대립의 형태로 나타날 때도 있다.

  공적 영역(public domain)과 사적 영역(private domain)에 관한 관계에서부터 기술결정론, 신자유주의, 경쟁의 성격과 한계, 시장과 민주주의 등 추상 수위가 높고 단기간에 답을 내기 어려운 많은 주제들이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이를 요약하는 것조차 적절치 않을 것이다. 다만 새로운 정책․규제 기구의 설치의 문제로 한정해서 몇 가지 흐름만을 정리하도록 하겠다.


  1) 공정경쟁의 강조


  이 시각은 대개 기술결정론 또는 기술원인론을 받아들이며 그에 따른 산업구조의 변동을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 적어도 한국사회에서는 현재의 정치문화의 감안할 때 노골적인 탈규제론이나 시장만능론은 뚜렷한 경향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정책․규제기구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전면적으로 제시하는 경우는 드물다. 공적인 개입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시장론과 공공론의 극단적인 대립 및 갈등은 한국사회에서 잠복해 있거나 아예 비현실적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방송과 통신의 산업적 측면을 강조하는 입장을 포함하여 많은 여러 입장들이 흔히 방통 융합에 따르는 정책․규제 기구의 이념과 목표로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제안한다. 기존의 방송 공익성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질적인 성격을 지녀온 통신과의 융합을 위해서는 공동의 정책목표를 가져야만 하고, 그것이 바로 시장에서의 공정경쟁 달성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은 비교적 폭넓게 방통융합을 아우르는 목표를 제시한다는 장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한계점이 있다. 먼저 공영방송의 경우에는 그 특수성 때문에 공정한 경쟁이라는 상황 자체가 바람직하지 못할 수도 있다. 또한 보다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공정경쟁이 ‘시장의 실패’(market failure)를 과연 어떻게 교정할 수 있는지에 관한 뚜렷한 청사진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것을 지적할 수 있다. 미디어 자본의 크기에 따르는 원초적인 불공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2) 문화적 생태론의 강조


  언론노조와 언론학계 일각에서는 통신산업에 의한 방송의 ‘식민화’를 우려하고 있다. 지금까지 뉴미디어의 도입과정이 수용자 복지로 표현되는 ‘문화적 생태환경’에 대한 고려보다는 산업계의 이익만을 중심으로 하는 ‘미디어 난개발’에 다름 아니었다는 지적이다(김평호, 2004). 문화적 생태론이 공정경쟁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공정경쟁을 핵심적인 정책목표로 제안하자는 입장에는 부정적이다.

  문화적 생태론은 당위의 차원에서는 귀 기울여야 할 주장이다. 그러나 경제발전과 생태환경보호를 현실적으로 절충하는 일은 대단히 까다롭다. 이윤 추구를 분명한 목표로 설정하고 있는 미디어 기업, 특히 통신산업계의 이해관계를 방통융합과 그에 따르는 정책․규제 기구의 통합 논의 속에서 어떻게 조화롭게 반영할 것인지가 뚜렷하지 않다.


  3) 미디어 다원화의 강조


  앞에서 방통융합을 바라보는 소극적 시각의 직접적인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미디어 다원화의 강조를 들 수 있다. 즉 방송, 통신, 방통융합 미디어는 각각 저마다의 정책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따라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다매체․다채널의 시대라고는 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의 성격에 따라서 유형화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다. 이러한 입장은 그동안 뭉뚱그려져 있었던 규제의 차원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오히려 중요하다고 본다. 방송은 이념과 제도의 차원에서 모두 똑같은 것이 아니라 공영방송과 민영방송으로 차별화된다. 방통융합 서비스도 마찬가지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뒤에서 다시 언급하겠지만 이러한 입장은 자칫 애초의 의도와는 달리 규제의 중복이나 비효율을 자아낼 수 있다. 또한 융합현상이 심화되면 될 수록 주장의 정당성 자체가 뿌리째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3. 통합안의 차이


  1) 해외의 사례


  해외 주요 국가들의 방통융합에 따른 정책․규제기구의 변화 양상은 크게 방송․통신의 단일규제시스템과 복합규제시스템으로 양분할 수 있다.

  미국, 영국, 캐나다, 이탈리아, 일본은 크게 보아 정책․규제 기구를 통합했다. 그리고 이는 다시 (a) 기존 통합 체제 유지(미국, 캐나다), (b) 분리되었던 기구를 최근 통합(영국, 이탈리아), (c) 방송과 통신을 통합하지만 그 안에서 진흥정책과 규제정책을 분리하는(영국) 국가로 나눌 수 있다(정인숙, 2004: 49).

  반면에 독일은 세분화되어 있던 기존의 방송․통신 관련 기구들을 별다른 변화 없이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오히려 단일규제시스템에서 복합규제시스템으로의 변화를 보여주었다(이상식, 2001; 윤호진, 2003).


<표 3)> 세계 주요 국가의 방송․통신 규제기구 현황

<표 3)> 세계 주요 국가의 방송․통신 규제기구 현황

출처: 윤호진(2003)에서 수정후 재인용

유형

국가

구분

관련분야

정책 수립 및 집행

경제 및 기술 규제

프로그램/콘텐츠 규제

단일

규제

시스템

미국

방송

FCC

FCC

FCC 사후심의

통신

자율

영국

방송

OFCOM

OFCOM

자율/ITC(상업)

통신

자율

일본

방송

총무성

총무성

자율

통신

복합

규제

시스템

프랑스

방송

MCC

(문화매체부)

CSA

(시청각위원회)

CSA

(시청각위원회)

통신

MEFI

(재정경제산업부)

ART

(통신규제위원회)

자율

독일

방송

주(州)매체기구

방송위원회

통신

연방경제성

Reg-TP

(통신우편규제위)

정보통신

윤리위원회



  2) 국내의 여러 통합안

  

  (1) 정책․규제 전면 통합안


  언론노조 등에서 제시하고 있는 안으로 현재 정통부의 기능 분리를 상정하면서, 정통부를 산자부와 통합하되, 일부 기능의 agency화 내지 공사화 주장하는 안이다. 이 안은 방송과 통신의 경계가 점차 사라져가고 있다고 전제한다. 이념 및 정책목표의 차원에서는 대체로 문화적 생태론의 입장에 서 있다.


<그림 2)> 방송통신위원회로의 전면 통합

<그림 2)> 방송통신위원회로의 전면 통합

출처: 김광범(2003: 10)

출처: 김광범(2003: 10)


 



  (2) 규제기구 분리안


  독일식 모델을 토대로 하여 서비스별로 규제기관을 구분하는 안이 있다(방정배, 2004; 정윤식, 2004). 이 안은 방송 고유 영역은 위원회 형태로 하고, 통신 고유 영역은 정부부처가 관장하되 신규 서비스는 분류기준을 정해서 적절히 역할 분담을 제안한다. 서로 다른 규제기구 사이의 조정을 위해서는 방송법 또는 전기통신법 상에 중재 또는 조정위원회 구성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3) 영국식 통합안


  영국의 이전 방송정책 구조가 한국의 현재 구조와 유사하다는 점을 들어 영국식 통합안을 바탕으로 통합안을 제안하는 주장들이 여럿 있다. 아래 이상식의 통합안이 대표적인 경우다(정인숙, 2004).


<표 4)> 영국의 방송통신 정책․규제 기구 개편

 방송

 DCMS

 방송정책총괄

 DCMS

 방송정책총괄

 ITC

 TV주파수할당․

 규제

 OFCOM

 방송통신규제

 (경제,내용,주파수)

 BSC

 방송내용규제

 통신

 OFTEL

 통신규제․감독

 DTI

 통신정책총괄

 DTI

 통신정책총괄



  이상식은 통신 분야 정책 수립은 정통부로 일원화되어 있어 문제가 없으나 방송 분야 정책 수립이 삼원화되어 있어 문제가 발생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진흥 정책은 정부가 담당하고, 규제 정책은 독립규제위원회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총괄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진흥 정책을 기술과 내용 관련 정책으로 분리하여 기술 관련 진흥 정책은 정통부가, 내용 관련 진흥 정책은 문광부가 수립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표 5)> 이상식의 통합안

   현행 체제

   개편 방향  

           역할 분담

 정보통신부

 정보통신부

 통신 방송 기술 진흥 정책 기능 강화

 방송국 허가

 문화관광부

 문화매체관광부

 방송 통신 컨텐츠 진흥 정책 기능 강화

 방송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 규제 정책 일원화

 방송통신 사업 허가, 내용, 경제적 규제

 총괄 수행

 정보통신윤리위원회

 통신위원회



  정인숙(2004)은 영국이 정책과 규제를 분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Ofcom에서 정책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또 다른 형태의 통합안을 제시한다. 이에 따르면, 방송영역에서는 정책과 규제를 같이 하고, 자유경쟁시장을 기본으로 하는 통신시장은 이를 분리시키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무의미하지만, 적어도 현재적으로 바람직하다고 본다.

  따라서 장기적 차원으로는 방송과 통신의 정책 규제가 모두 통합되고 이에 공정위의 불공정거래행위 조사권과 처벌권도 추가되어야 하지만, 우선적으로는 통신정책을 제외한 나머지 분야의 기능과 관련기구를 통합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그리고 컨텐츠 규제는 이남표(2004)의 주장대로 민간에 의한 기구 또는 자율 규제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표 6)> 정인숙의 통합안

   현행 체제

 개편안

기능 

 정보통신부

 통신정책 총괄

 직무 축소

 통신 기술 진흥 정책 총괄

 문화관광부

방송정책권한 축소

(또는 사실상 폐지)

방송통신

위원회

-방송 정책 총괄

-방송 통신 규제 정책 일원화

-방송 통신 사업 허가, 경제적 규제 총괄

 방송위원회

통합

정보통신윤리위원회

 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규제 권한 축소



  3) 국내의 여러 통합안에 대한 평가


  첫째, 정책․규제 전면 통합안은 과감한 restructuring을 제안하고 있지만, 뚜렷한 근거를 함께 제시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이론적․현실적 공백이 있다. 예를 들어, 정통부의 분리․해체 주장은 자칫 조직적 반발을 일으킬 수 있는데, 그에 대한 설득의 논리가 약하다.

  둘째, 규제기구 분리안은 기구의 복잡화와 정책적 혼란을 낳을 수도 있다. 철저한 분권화에 입각한 연방제 국가인 독일의 정치문화와 한국의 상황은 커다란 격차가 있다. 방송법이나 전기통신법에 규제기구들 사이의 분쟁을 조정할 수 있는 중재위원회를 설치하자는 제안은 그것이 통합기구와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도 명확하지 않다.

  셋째, 이상식의 통합안은 진흥정책과 규제정책을 분리한다는 점에서 방송과 통신의 서로 다른 논리를 구분하는 프랑스의 정책 구조와 유사하다. 그러나 과연 규제와 진흥을 어느 정도로 투명하게 분리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점이 있다. 정인숙의 통합안도 비슷한 난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논의와 연결되어 있는 것은 정책과 규제에 대한 개념적 혼란이다. 이는 다시 말해서 진흥정책과 규제정책의 혼란이기도 하며, 통합기구의 법적 위상과도 관련이 있다.


  4) 법적 위상의 문제


  방송통신위가 담당할 기능과 법적 위상에 대한 선후의 논쟁도 존재한다. 즉 기능을 먼저 검토할 것인가 아니면 조직의 법적 위상을 먼저 따져볼 것인가의 논란이 있다. 전자의 입장은 방송통신위의 기능에 따라서 법과 제도를 정비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후자의 입장은 통합기구의 법적 위상에 관한 면밀한 검토가 없는 논의는 실천적인 통합안이 될 수 없다고 본다. 규제정책은 현재의 방송위원회와 같은 독립기구가 맡을 수 있지만, 산업적 진흥정책 수립은 행정부의 고유 권한이라는 것이다.

  언론노조의 입장을 대표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김광범(2003)의 통합안은 정부조직의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으면서 방송통신법에 의거, 독립적인 위상 갖춘 독립적 규제위원회를 제안한 바 있다. 이와 비슷한 조직적 위상은 이상식(2001: 211-212)도 제시했다. 그는 독립위원회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하면서, 그 이유로 “정부 내 행정 기관의 경우에는 대통령 직속 기관이나 국무총리 직속 기관의 형태가 되어 행정부와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음을 지적한다. 이는 자칫 과거와 마찬가지로 방송과 통신이 정치권력의 강력한 영향력에 놓임으로써 중립성을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해외의 사례를 들면서, 의원내각제 국가인 영국의 ITC와는 달리 대통령제 국가인 미국의 FCC와 프랑스의 CSA가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국가기관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하지만 김창규(2003b)는 방통위의 법적 위상에 관해서 독립적 규제위원회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주장을 제시했다. 그는 현재 방송위원회의 업무와 우정 업무를 제외한 정보통신부의 업무를 통합하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정부기관으로 세워져야 한다고 제안한다. 물론 이러한 중앙행정기관으로의 변모가 기존 정부 부처와 똑같은 형태를 아니라고 덧붙인다. 정부기관형을 채택하되, 방송과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독임형이 아닌 위원회형을 제시하고 있다.

  법적인 조직 위상의 문제로만 한정시켜서 보자면, 가장 이상적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성격은 미국의 FCC처럼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국가기관으로서의 독립위원회다. 그러나 이상식(2001: 212)이 지적하고 있듯, FCC 정도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헌법 개정을 통해서 선거관리위원회, 헌법재판소, 감사원 등과 똑같이 헌법기구화 해야 하기 때문에 목표로서는 바람직함과는 별개로 현실성이 거의 없는 방안이다. 설령 가능하다 하더라도 전통적으로 상업방송체계라는 일원화된 방송제도 하에서 발전해 온 미국의 FCC 모델을 한국적 현실에 적용할 수 있기까지에는 여러 가지 고려가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김창규의 안에  조심스럽게 주목하면서 대통령 소속 하의 위원회 형태를 따져 볼 필요가 있다.



  4. 결론을 대신하여


  지금까지 방통융합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 융합에 따르는 통합기구의 이념과 정책목표의 차이, 실제로 제시된 여러 통합방안들의 차이를 간략하게 살펴보았다. 그리고 가능한 특정 입장을 지지하지 않으려 했으며, 새로운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도 피했다. 왜냐하면 현재의 논의 수준에서 필요한 작업들 중 하나가 존재하고 있는 여러 시각의 차이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확인하는 작업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의 설립은 무작정 미룰 수 있는 과제가 아님에 분명하다. 그러나 졸속으로 이루어져서는 더욱 안 될 일이다. 따라서 충분한 논의 없이 정치권에서 마련한 애초의 일정표를 일방적으로 따를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다만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제안하자면, 관련 기구․업계․학계․시민단체를 망라하는 ‘방송통신구조개편위원회’ 구성은 서두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입장 차이를 확인하고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위해서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찻잔 속의 태풍’에 불과한 지금까지와 앞으로의 논의를 방송과 통신의 수용자인 국민들이 파악할 수 있도록 확대된 공론장으로 옮기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디지털TV 전송방식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논의 과정의 전철을 굳이 다시 밟을 필요는 없다.



<참고 문헌>



김광범(2003), “방송통신위원회 설립방안”, <PD연합회보> 창간 15주년 기념 토론회 자료집 <노무현 시대 언론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 (2) 방송정책>.

김국진․이상우․천혜선(2002), ≪통신 및 방송규제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규제제도 개선방안 연구≫,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김창규(2003a), “방송통신위원회의 설립과 방송․통신 규제제도 개선방향”, 한국방송학회-KBS 학술세미나 자료집 ≪방송․통신 융합시대 공영방송 규제제도 개선방안≫, pp.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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