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근법과 르네상스 미술 | ||||||||
[칼럼] 미술 과학을 만나다 - (1) | ||||||||
원근법(perspective)
미술이 탄생한 이후, 미술가들의 오랜 꿈은 눈 앞의 현실세계를 화면공간에 똑같이 옮겨 놓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화면은 크기도 작지만 현실공간하고는 근원적으로 다른 성질을 지녔습니다. 현실은 삼차원, 화면은 이차원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삼차원을 이차원으로 옮기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두 세계는 서로 차원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15세기 초 이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해준 대천재가 등장합니다. 그의 이름은 건축가 부르넬레스키였고, 그의 업적은 원근법의 발명이었습니다. 원근법의 핵심은 거리에 따라 물체의 길이를 줄여 표현하는 단축적(foreshorten) 표현에 있습니다. 하나의 물체를 45도 각도로 비스듬이 놓으면 앞쪽과 뒤쪽 사이에 거리가 생깁니다. 이 거리를 줄여서 표현하면 화면에 거리감이 생깁니다. 미켈란젤로의 <리비아의 무녀>의 팔의 표현에서 보듯 팔과 손의 거리를 심하게 과장할수록 거리감이 더 커집니다. 원근법은 일종의 거리의 과장법인 셈입니다. 원근법으로 보면 물체가 변형/변환이 됩니다. 그런데 그 변형이 너무나 자연스러워 우리는 깜빡 속아 넘어 갑니다. 물론 실제는 속임수입니다. 물체의 측량(measure)
원근법의 핵심은 나(정확히 말하자면 내눈)과 물체 사이의 거리를 측량하는 것입니다. 물체를 측량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눈(기준점)을 고정시키는 일입니다. 물체를 측량할 때 위치와 각도가 달라지면 형태도 달라집니다. 그래서 화가는 눈 앞에 지지대를 두어 눈을 고정시킵니다. 현실공간 속에서 물체의 각도와 거리를 재는 일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화가는 모델 앞에 격자창(grid)은 세웁니다. 격자창은 공간에서의 물체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는데 매우 유용한 도구입니다. 화가는 격자창으로 물체의 위치를 확인하고는 자기 앞의 종이판 위에 물체를 옮깁니다. 이런 방법을 이용하여 르네상스 미술가들은 공간속의 물체를 정확히 화면에 표현할 수가 있었습니다. 원근법은 시점(viewpoint)을 한 점에 고정시켜 보는 까닭에 매우 불편하기는 하지만 이 별 것 아닌 것같아 보이는 측량술이 서양미술, 나아가 서양문화의 역사를 뒤바꾼 혁명이었습니다. 원근법의 가장 위대한 업적은 나와 물체를 분리시키고 물체를 객체(object)로 만든 점입니다. 처음 거리와 물체를 측량하던 원근법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주변의 모든 것, 나아가 추상적인 것들까지도 객체로 만들고 관찰하게 됩니다. 서양근대문화의 토대가 된 객관주의(objectivism)는 나와 물체를 분리시킨 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15세기 르네상스 미술가들은 원근법을 이용하여 사실주의 미술의 기초를 닦았습니다. 원근법은 르네상스에서 끝난 것이 아닙니다. 원근법적 측량은 사진으로, 가상현실로 옮겨져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르네상스의 원근법과 오늘날의 원근법의 차이라면 인간이 측량하던 것을 기계가 대신하고 아주 빨리 계산하게 된 것입니다. 삼차원(three dimension)의 구축
르네상스 이전의 미술은 화면의 깊이를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이전의 미술은 조감법(鳥瞰法)으로 물체를 내려보며 화면의 위쪽으로, 위쪽으로 공간을 확대시켜나갔습니다. 그들은 화면공간을 깊이로 보지 못하고 폭으로만 보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마사치오는 이전의 미술가들과는 달리 앞의 물체와 뒤의 물체를 겹치게 하는 중첩법(overlap)과 거리에 따라 길이를 줄여 표현하는 단축법(foreshorten)으로 공간의 깊이를 창출해냈습니다. 물체와 물체간의 거리를 화면의 폭(width)이 아닌 깊이(depth)로 해결한 것입니다. 이전의 화가들은 화면을 길이와 폭이라는 두차원 밖에는 이용하지 못했던 반면 마사치오는 길이(length), 폭(width), 깊이(depth)의 삼차원을 모두 나타내는 새로운 미술을 만들어내었습니다. 마사치오는 원근법을 이용하여 화면 중앙의 수평선을 향하여 뻥 ?돋? 공간, 즉 깊이를 창조하여 화면에 삼차원을 구축하며 15세기 사실주의 미술을 개척하였습니다. | ||||||||
/박우찬 미술평론가 bboko@lycos.co.kr |
'미술사랑 > 그림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그림 십계명 (0) | 2007.11.15 |
---|---|
동서양의 공간 개념 (0) | 2007.11.05 |
21세기 미술의 전망 - 시장이 본질을 지배 (0) | 2007.10.18 |
[스크랩] 고흐 (0) | 2007.10.15 |
[스크랩] 마티스 (0) | 2007.10.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