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경쟁/뉴미디어

IPTV

영원한 울트라 2008. 2. 12. 11:30
IPTV에 대한 기대와 우려
김달진 한국방송광고공사 전문위원
 



이른바 방송과 통신의 융합은 대세다. 이미 기술적인 경계가 무너지면서 종래 방송과 통신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방송통신융합시대를 맞아 가장 큰 화두로 떠오른 신규사업은 역시 IPTV이다. 통신과 방송이 디지털로 만나는 최접점인 셈이다. 종전 음성서비스를 위주로 해오던 통신사업자들이 영상서비스를 보태는 이른바 TPS(전화+인터넷+TV)를 시도하는 까닭은 기존 통신가입자의 이탈을 방지하고(rock-in), 하향곡선을 그리는 유선전화수입의 감소를 막으면서 매출을 늘이려는 전략에서 출발하고 있다. 통신회사로선 이를 실현하는 방안으로서 IPTV말고는 대안이 없다. 한편으론 현재 유료방송시장을 케이블이 독점하는 상황에서는 양질의 사업자가 진출하여 실질적인 경쟁을 통한 서비스 향상으로 이어진다면 환영할 만하다.

방송업계에서는 이른바 `스카이라이프 학습효과'라는 말이 있다. 콘텐츠와 가격에서 차별화시키지 못해 사업이 부진해진 것을 말한다. 통신회사의 방송사업에서의 쓰라린 경험을 의미하기는 말이기도 하다.

IPTV가 디지털시대에 쌍방향미디어로서 더 할 수 없는 매력적인 뉴미디어임에는 틀림없으나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가 충족될 때 이다. IPTV를 먼저 도입한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도 보듯이 케이블TV 가입률이 높은 국가에서는 성공 가능성이 낮아진다. 우리나라 전체 유료방송의 80%에 달하는 케이블TV 가입수는 그 어려움을 예고하고 있다. 이는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으로 나타날 것이다.

또 국가별로 무료TV의 발전 정도에 따라 유료방송은 큰 영향을 받게 된다. 한국은 대표적인 무료방송 경쟁력이 강한 나라로서 후속시장인 유료방송이 성장하는데 분명한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것은 콘텐츠 경쟁력을 뜻한다. 여기에 ISP시장의 경쟁 정도 또한 주요 변수로 작용한다.

현재 케이블TV의 월 평균 수신료는 약 5800원이다. 지나치게 낮아서 산업활성화가 더딘 요인이 되고 있다. 디지털케이블 가입자가 수년간 겨우 80만 내외이고 월 수신료가 약 1만 8천원 인 점에 비춰볼 때 가격이 결정적인 변수가 될 공산이 매우 높다. 스카이라이프, 위성DMB에서 이미 확인된 바 있다. 천문학적 투자가 이뤄지는 대규모 사업에서 과연 언제까지 자체 수익성을 뒤로하고 기존 가입자에 대한 락인(rock-in) 효과만을 강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쌍방향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부가서비스에서 매출발생은 기대할 만하다. 하지만 그것 역시 기술적 특성에 근거한 것일 뿐 매체특성이나 소비자 이용행태를 충분히 고려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 기술적 우위가 곧 사업적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시장 규모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현재 4개 업체가 사업을 준비하고 있으니 사업자당 250만 씩만 확보할 경우 1000만이 되고 이는 케이블가입자 1400만에서 뺏어 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케이블TV 시장을 안다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가능성을 높이려면 최근 논의되고 있는 지상파콘텐츠 확보 대가를 지불해야 하고, 엄청난 비용의 망에 대한 추가투자가 이뤄져야하고, 케이블TV 대비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고 그리고 동시에 대폭적인 규제완화가 뒷받침 될 때이다. 자칫 `질 나쁜 경쟁'이 발생하지 않을까 염려된다.


그동안 몇 번의 뉴미디어사업은 모두 실패와 부진을 거듭했다. 이제는 성공하는 사업을 해야한다. 지금까지 IPTV의 필요성만 강조됐을 뿐 정작 성공의 조건에 대한 논의는 부족했다. 또 다른 학습효과를 낳지 않도록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와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