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속의 책 읽는 모습
마루바닥위의 지팡이 소리
의자에서 의자로 몸을 옮기는 누군가의 소리,
어느 고명한 사람들이 장정한 귀한 책들
오래된 대리석의 흉상들, 여기저기 걸려있는 옛 그림들
이 큰 방들은 방문객들과 어린이들이
만족하고 기뻐하던 방들, 이 집의 마지막 주인이 살던 곳,
여기에 이름없고 명성없는 이가 산 일 없고
어리석은 일 범하는 자 없었노라.
Coole Park and Ballye 2 /Yeats
우리 방을 장식하리
가장 희귀한 꽃들
은은한 용연향에 그들 향기 뒤섞고,
호화로운 천장,
깊은 거울들, 동양의 찬란함이여,
거기선 일체가 영혼에게 은밀히
그 감미로운 모어(母語)를 말하리.
거기선, 일체가 질서와 아름다움,
호화로움, 고요함과 그리고 쾌락뿐.
여행에의 초대L'INVITATION AU VOYAGE
르느와르의 '책읽는 여인'
즐거운 일이랍니다.!" --피에르 오귀스트 르느와르--
조지프 세번의 '존 키츠' (1821년)
화가 조지프 세번은 폐결핵에 시달리던 시인 존 키츠를 헌신적으로 돌봤고
1821년 키츠의 마지막 순간을 지켰다.
키츠가 앉아 있는 의자 외에 다른 의자를 팔걸이 삼아 책에 깊이 빠져 있다.
생의 기쁨은 자신의 몫이 아니라는 걸 너무도 일찍 깨달은 탓일까?
그림 속 키츠가 고개를 조금만 돌려 밝은 바깥을 쳐다봐 주었으면 하는 바람마저 생긴다.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의 '책 읽는 소녀' (1776년)
아마도 창가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는 것 같다. 얼굴과 몸이 빛을 받고 있으며, 벽면에 희미한 그림자가 보이기 때문이다. 레몬 빛깔의 드레스를 입고 있는데, 깃은 흰색이며 엷은 자색이 섞인 리본 장식이 몸통, 목, 머리 등에 두루 엑센트를 주고 있다. 따뜻한 갈색 톤이 베개의 푹신함과 따뜻함을 느끼게 해준다. 인물의 내밀한 순간을 포착하여, 어떤 의미에서는 인물의 내면 또는 지극히 사적인 시간에 화가가 개입하는 듯한 그림이다. 붓텃치가 다양한데, 드레스는 노란색과 흰색을 섞어가며 무척 진하게 그렸고, 이에 비해서 배게는 텃치가 느슨한 편이다. 깃 부분은 붓의 손잡이 부분으로 세밀하게 표현했다. 전체적으로 볼 때, 내밀하고 고독한 행위로서의 책읽기를 잘 표현했다는 느낌이 든다. 찰나적인 순간의 매혹을 잘 표현하곤 한다는 프라고나르에 대한 평가가 이 그림에서도 유효하다 하겠다. 책 읽기의 매혹!
렘브란트의 '책 읽는 티투스' (1656-57년)
이 그림을 그릴 시기 렘브란트는 심각한 재정 파탄에 시달리고 있었다.
1668년 티투스는 결혼하지만 같은 해 2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고,
렘브란트는 이듬해 임종하는 사람도 하나 없이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
'이 세상에 부모 마음, 다 같은 마음'이라는 노랫말이 절로 떠오른다.
제임스 티소의 '이야기책 읽기' (1878-79)
영국을 무던히도 사랑했던
프랑스 출신 화가 제임스 티소는 자크 조셉이라는
이름을 제임스로 바꾸고 런던에서 빅토리아 시대의 생활상을 주로 그렸다.
어린이 책 일러스트레이션의 역사에서 중요한 인물인 란돌프 칼데콧이
일러스트레이션을 맡은 <스케치 책>, <장난감 책>을 읽고 있는 게 아닐까?
두 책은 1870년대 중반 이후 영국 어린이 책 시장의 스테디셀러였다.
반항적으로도 보이고, 무신경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며,
�로는 뚫어질 듯한 시선을 보여주는
모델 빅토린 뫼랑(1844-1927)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는 그림이다.
"문자 그대로 현대적인 회화가 태어났다고 말할 때,
그 현대 회화는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마네에서 시작되었다." 조르주 바타유의 말이다.
빅토르 바스네초프의 '책방에서' (1876년)
일종의 민족 미술의 부흥을 꾀한 아브람체보파 화가였다.
지식인들이 드나드는 도회지 책방이 아니라,
성상(聖像) 그림을 주로 파는 소읍의 허름한 책방 풍경이다.
트레차코프 미술관에 있는 이 그림에서, 러시아 민중의 모습과
소박한 신앙심을 즐겨 표현한 바스네초프의 화풍을 잘 볼 수 있다.
에드가르 드가의 '뒤랑티의 초상' (1879년)
작가 프로스페르 메리메의 사생아로 태어났다.
그는 사실주의 문학 운동을 전개했으며 막 태동하고 있던 인상주의 화가들을 옹호했다.
드가가 이 초상을 그리고 1년이 지나 뒤랑티는 세상을 떠났다.
드가에게는 뒤랑티가 백아의 거문고 소리를 제대로 알아들은
종자기, 지기지우(知己之友)가 아니었을까
귀스타브 도레의 '서재의 돈키호테' (1862년)
{돈키호테} 외에도 라블레의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 이야기}, 단테의 {신곡} 등
220여 권에 달하는 책에 삽화를 그린 것으로 유명하며,
서양 만화의 선구자들 가운데 한 사람이기도 하다.
'책에 미친 사람' 돈키호테가 기사 무용담에 빠져 현실감을 잃어버리고 마는 장면이
익살스러우면서도 환상적으로 묘사돼 있다
쥬세페 마리아 크레스피의'음악책 서가' (1725-42년께)
그림 속 책제목들은 1746-1757년에 다른 화가가 추가시켰다.
이로써 마르티니 신부가 3부작
{음악의 역사}를 집필할 때 활용한 문헌 자료들을 추정해 볼 수 있게 됐다.
마르티니 신부가 소장했던 18세기 최대의 음악 문헌 컬렉션은
현재 볼로냐 음악문헌박물관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파블로 피카소의'해변에서 책 읽는 소녀' (1937년)
인민전선을 지지하면서 파시즘의 광기에 맞섰고,
이듬해에는 전쟁의 비극을 묘사한 '게르니카'를 완성했다.
이 즈음 피카소는 다섯 번째 연인 도라 마르와 함께 지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책읽기에 깊이 빠져 있는 걸까?
아니면 책을 펼쳐놓고 다른 상념에 잠긴 걸까?
혹시 인류의 죄악에 관한 깊은 고뇌에라도?
야콥 드 게인의'그림책 보는 여인과 아이' (1600년경)
3대에 걸친 화가이자 조각사 집안을 이루었다.
어머니 혹은 유모인 듯한 여인이 아이와 함께 책을 본다.
근대 어린이 책의 시작을 보여주는 그림일까?
하지만 계몽주의와 시민계급의 본격 대두를 기다려야 한다.
아직은 브루노가 화형 당한 1600년경이지 않은가.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클로드 모네' (1874년)
1862년 이후 파리의 샤를 글레르의 아틀리에에서 함께 그림을 공부했다.
1874년 파리에서 열린 첫 인상파 전람회에 르누아르와 모네가 모두 그림을 출품했음은 물론이다.
같은 해에 '아카데미 프랑세즈 상'을 수상한 알퐁스 도데의 작품,
파리의 상업 계급을 정밀히 관찰하여 쓴 {동생 프로몽과 형 리슬레르}를 읽고 있는 건 아닐까?
에드워드 번 존스의'마리아 잠바코의 초상' (1870년)
두 아이를 가진 채 남편과 헤어진 그리스계 미인 잠바코와 사랑에 빠졌다.
두 사람은 함께 수로에 몸을 던지려고도 해보았지만, 수로의 물이 차가워서 그만 두었다.
그림 왼쪽의 큐피드는 번 존스가 잠바코를 비너스의 화신으로 여겼음을 보여준다.
그림 속 책은 고대 브르타뉴 지방의 노래 '사랑의 영창'이다.
장 밥티스트 페로노의 '책을 들고 있는 소년'
(1740년대 중반)
소년이 제대로 이해하기엔 어렵고 분량도 많은 책이 아니었을까? 1
744년부터 본격적으로 유화와 파스텔화에 착수한 페로노가
이 작품을 1746년 파리의 살롱에 내놓았을 때 제목은
'책을 쥐고 있는 어린 소년의 초상, 화가의 동생'이었다.
야코포 데 바르바리의'루카 파치올리의 초상'
(1495년)
한 손으로 유클리드 기하학 교본을 펼치고
다른 한 손으로는 지시대를 쥐고 평면 기하학 도판을 가리키고 있다.
옆에 있는 사람은 파치올리를 후원한 우르비노공(公) 귀도발도로 추정된다.
파치올리는 최초로 복식 부기법을 정리하여 회계학의 선구자로도 일컬어진다.
이탈리아의 나폴리 국립 미술관 소장
일리야 레핀의 '프레볼로드 미하일로비치 가르신' (1884년)
가르신은 소설가다. 레핀은 톨스토이,
무소르그스키 등 당대 러시아 예술가들의 초상화를 많이 그린 것으로도 유명하고, 1
9세기 러시아의 사회상을 잘 보여주는 대작 그림을 많이 남겼다.
그가 화가가 아니라 사진 작가였다면 그리고 매그넘 같은 게 당시에 있었다면.....
이런 상상도 해본다.
한편 작가 가르신은 1888년에 3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어린 시절부터 정신질환에 시달렸고,
이 그림이 그려질 무렵은 정신병원을 들락날락할 때였다.
그의 사망 원인도, 정신질환에 견디다 못해 건물에서 뛰어내려 심한 부상을 당한 일이었다.
그런 가르신에게 독서와 창작은 유일한 위안이었을까?
불안한 두 눈과 책을 잡은 두 손이 애처롭게 다가온다.
흥미로운 것은, 잡지 <개벽> 2주년 기념호(1922년 7월)의 특별 부록에
염상섭이 번역한 가르신의 작품 '4일간'이 실려 있다는 점이다.
(이 작품은 가르신의 처녀작(1877)이기도 하다.)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의'책 읽는 엘리자베스 시달'
(1854년)
로세티는 미발표 시 원고를 아내의 관에 넣었지만
7년 뒤 찰스 하웰이라는 청부업자를 시켜 관을 열고 원고를 꺼내오게 했다.
'원고 묶음은 송아지 가죽 장정이고 가장자리가 빨간 색일 거요.'
로세티는 하웰에게 비밀엄수를 당부했지만
20년 뒤 하웰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면서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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