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이 파일 형태로 인터넷과 전자 기기 구석구석에 남아 있는 디지털 시대 이별은
아날로그 시대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헤어진 어느 한쪽이 앙심을 품으면 그 파일로 바로
해코지가 가능하다. 언제든, 누구에게든 마음만 먹으면 그 파일을 보내버릴 수 있다.
새 연인을 만나는 옛 여자친구가 못마땅하다고 자신과 추억이 담긴 사진이나 동영상을 이메일로
새 남자친구에게 보낼 수도 있다. 인터넷에 공개하는 날엔 그 파장이 훨씬 더 커진다.
연인들은 결별하자마자 미니홈피부터 깨끗이 정리한다. 과거 앨범에서 옛 연인의 자취를
지우는 것과 흡사하다. 그러나 사진을 찢어버리고 가위로 반쪽만 오려내는 것보다 그 절차는 한층
더 번거롭다. 내 미니홈피에서 모든 사진을 지우는 것은 물론 옛 이성 친구의 각종
댓글까지도 말끔히 지워야 한다. 새로 사귀게 된 친구가 어느 날 옛 친구의 자취를 파악하는
아찔한 순간을 피하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일단 이별을 결심하고 나면 공식적으로 헤어지기 전에 해야 할 일이 또 있다. 이성 친구의
휴대폰과 홈페이지, 싸이월드, 블로그 등에 저장된 사진과 사연을 지우는 일이다. 헤어지기
직전에 이런 일까지 해야 할까 싶지만, 비밀번호를 공유하고 있을 때 이별을 준비할 수밖에 없다.
당신의 이런 디지털 이별 노하우가 상대에게 공개될 무렵에는 공식 이별 절차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마지막 남은 추억의 파일 하나까지 제거했다고 해도 아직 안심할 수는 없다.
앙심을 품은 옛 친구가 어딘가에 남아 있던 파일을 찾아내 인터넷에 올릴 수도 있는 일이다.
이 경우라면 해당 포털 사이트에 연락해 정보 보호를 요청하고 해당 파일을 삭제하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