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경쟁/케이블TV

공룡 CJ, 방송가 ‘태풍의 눈’

영원한 울트라 2010. 6. 4. 23:08

ㆍ온미디어 인수로 케이블업계 장악… 시청률 면에서 지상파 방송 위협

 

CJ그룹이 종합케이블방송업체인 온미디어를 인수함으로써 케이블방송업계를 완전히 장악했다.

이 뿐만 아니라 지상파를 포함한 전체 방송업계에서도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앞으로 선정될 종합편성채널사업자(종편PP) 경쟁에서도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방송업계와 시민단체에서는 브레이크 없는 ‘CJ의 독주’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케이블방송 콘텐츠·플랫폼 장악
CJ그룹 계열 홈쇼핑채널인 CJ오쇼핑은 2010.1월 오리온 및 특수관계자의 온미디어 지분 55.2%를 4345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CJ오쇼핑의 온미디어 인수는 앞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최다주주변경신고·승인 과정을 앞두고 있다.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방통위로부터 승인이 확실시 된다.

공정거래법상 시장지배적 사업자와 관련해 CJ는 매출액 기준으로 전체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시장의 17.9%를 점유하고 있으며, 온미디어는 13.5%를 갖고 있다.

두 업체의 점유율을 합칠 경우 31.4%로 단일사업자 50% 미만 조항을 충족한다.

방송법으로도 CJ의 온미디어 인수를 막을 수 없다.

현행 방송법(8조)과 시행령(4조)에 따르면 MPP의 매출액이 33%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제(홈쇼핑 제외)하고 있다.

지난 2008년 기준 CJ그룹은 방송 매출액 5504억원(홈쇼핑 제외)으로 전체 PP(방송채널사업자)시장에서 20.8%를 차지한다.

온미디어는 11.1%의 매출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두 회사의 매출액을 합산할 경우 PP시장 점유율은 31.9%로 현행 PP의 겸영 규제를 아슬하게 비켜간다.

이번 온미디어 인수로 CJ그룹은 명실상부한 미디업계의 공룡으로 자리 잡게 됐다.

케이블방송업계의 3대 시장인 MPP(복수방송채널사용사업자), MSO(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 홈쇼핑 분야에서 1, 2위를 석권하고 있는 가운데 IPTV(인터넷 TV)시장 진출에도 교두보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CJ는 케이블방송 사업의 양대 축인 콘텐츠와 플랫폼을 모두 장악한 사상 초유의 기업이 된 것.

 이 같은 CJ의 미디어시장에 대한 거침없는 확장은 이재현 그룹 회장의 강력한 뜻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회장이 CJ를 미국의 월트디즈니 같은 미디어제국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는 것이 정설”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9월 18일 청와대 제2차 민관합동회의에 참석한 이재현 CJ 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우선 CJ는 MPP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에 올라섰다.

그동안 CJ그룹의 CJ미디어와 온미디어는 프로그램 공급시장에서 1, 2위를 다투는 양대 산맥이었다.

CJ는 엠넷, 올리브, tvN 등 10개의 채널을 보유하고 있다.

온미디어는 OCN, 바둑TV, 온게임넷, 온스타일 등 8개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인수로 CJ는 18개 채널을 보유함으로써

업계의 ‘지존’이 됐다.

특히 CJ는 엠넷, 바둑TV 등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는 이른바 ‘킬러 PP’를 다수 보유하게 됐다.

한화증권은 “CJ오쇼핑이 온미디어를 인수함으로써 시청률 면에서 위상이 SBS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실제로 CJ의 18개 채널을 합친 시청률은 4% 이상으로, SBS와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 ‘미디어 권력화’ 우려
두 번째로 CJ는 MSO 시장에서도 이 부분의 강자인 태광그룹 계열의 티브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CJ그룹 계열의 CJ헬로비전은 전국에 14개의 SO를 소유하고 있다.

여기에 온미디어가 갖고 있는 4개의 SO를 추가할 경우 SO시장에서 티브로드를 턱밑까지 추격한다.

2009년 9월 현재 CJ헬로비전의 방송가입자는 253만여 명으로 온미디어의 57만여 명을 합칠 경우 310만여 명으로

늘어나게 된다.

업계 1위인 티브로드(큐릭스 가입자 포함) 방송가입자 345만여 명을 바짝 추격하게 된다.

티브로드는 지난해 2월 업계 6위인 큐릭스를 인수했다.

콘텐츠와 플랫폼이 안정적인 CJ에 비해 플랫폼 분야의 1위인 티브로드는 케이블방송업계에서 위상이 줄어드는 분위기다.

티브로드는 상대적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킬러 PP’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MSO시장은 티브로드와 CJ헬로비전에 이어 씨앤앰, HCN 등이 뒤따르고 있다.

 

세 번째로 CJ그룹의 홈쇼핑 채널인 CJ오쇼핑의 매출액도 업계 1위인 GS홈쇼핑을 턱밑까지 추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들은 CJ가 앞으로 1, 2년 안에 GS홈쇼핑을 추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홈쇼핑 채널은 그동안 케이블방송업계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돼 왔다.


네 번째로 CJ는 온미디어를 인수함으로써 IPTV(인터넷TV)까지 진출하는 덤을 얻었다.

온미디어는 MSO뿐만 아니라 IPTV 사업자에도 콘텐츠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IPTV법은 디지털케이블과 동일한 서비스로 간주해 지역이 아닌 전국을 사업 권역으로 허용하고 있다.

현재 IPTV 사업자는 KT, SK브로드밴드, LG텔레콤 등이다. 가입자 수는 150만명이 넘었다.

한 PP사의 관계자는 “CJ가 정부로부터 IPTV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여러 번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결국 이런 식으로

CJ가 IPTV에 뛰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CJ 측은 온미디어 인수를 계기로 국내를 넘어 아시아 진출 등 해외시장 개척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CJ오쇼핑의 이해선 대표는 “미디어에 쇼핑을 접목한 컨버전스 모델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 간다는 전략에서

인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와 시민단체에서는 CJ의 독주가 ‘미디어 권력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우선 CJ의 온미디어 인수로 중소PP의 설 땅이 없어지고, 상업성은 없지만 의미있는 채널이 사장될 위기

처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보통 한 지역의 케이블방송국(SO)에서 70여 개의 채널을 내보내고 있다.

KBS나 MBC 같은 지상파 방송, YTN 같은 보도채널, 공익채널 등 의무적으로 전송해야 하는 채널을 빼면

20~25개의 채널이 남는다.

의무적으로 넣어야 할 채널을 제외하면 사실상 CJ의 18개 채널을 모두 넣어야 하는 처지다.

 

여기에 아날로그 채널의 일부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는 방송국은 채널이 채 60개도 되지 않아

선택의 여지가 없다.

이에 따라 개별 SO들은 경쟁자가 없는 콘텐츠시장에서 CJ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협상에 임할 수밖에 없다.

업계선 종편PP 진출 가능성 점쳐
지역 케이블방송 입장에서는 채널에 포함시키고 싶지 않는 채널도 넣을 수밖에 없는 상황도 올 수 있다.

CJ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인기 없는 채널까지 합쳐서 ‘패키지 채널’로 끼워 팔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케이블방송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온미디어가 있음으로 하여 협상할 여지가 있었지만 앞으로 협상 자체가

성립되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지역 주민들이 좋아하지 않는 것도 끼워서 채널을 편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앞으로 CJ가 어떻게 협상에 임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양문석 언론연대 사무총장은 “이제부터는 CJ가 케이블방송 콘텐츠 시장을 좌지우지할 것”이라면서

“이 같은 제도로 간다면 중소 PP의 몰락은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

 

 


여기에 시청자가 만드는 RTV 같은 의미있는 채널은 점점 더 설 땅이 없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02년 9월에 개국한 RTV는 국내 유일의 시청자 참여 전문채널로,

그동안 하루 20여 시간씩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방송을 내보내 왔다.

RTV는 ▲이주노동자 ▲비정규직 ▲국가보안법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방송해 왔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도 제도적인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안정상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 전문위원은 “현재 방송법 시행령에 군소 PP를 보호하기 위해 규정돼 있는 조항을

모법(방송법)으로 끌어올리는 방안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 방송법 시행령에는 70개 채널을 송출하고 있는 SO의 경우 단일 MPP가 내보낼 수 있는 채널 수를 14개로 한정했다.

그러나 이 제도는 올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의무화돼 있다.

또한 업계에서는 온미디어 인수를 계기로 CJ그룹이 종편PP까지 진출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방송통신위는 올해 상반기 중에 1, 2개의 종편채널과 1개의 보도채널을 새로 허가할 것으로 알려졌다.

CJ가 종편PP에 진출한다면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 등 신문사와 제휴하는 방법과 독점으로 종편PP를

설립하는 두 가지 방안이 있다.

그동안 조·중·동은 케이블방송업계에 끊임없이 ‘제휴의 손’을 내밀었다.

이와 관련해 삼성과 특수관계에 있는 중앙일보와 CJ 간 제휴설도 흘러나왔다.

그러나 지금은 양사의 종편 제휴는 멀어지는 분위기다.

범삼성가의 복잡한 사정과 수익성 문제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에 CJ가 단독으로 종편PP에 진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금 있는 채널에 보도채널만 추가하면 자연스럽게 종편PP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CJ 측은 종편PP에 진출하지 않겠다고 거듭 입장을 밝히고 있다.

CJ미디어 관계자는 “종편은 수익이 담보되지 않는다”면서 “수익이 나지 않는 분야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룹의 확고한 의지”라고 강조했다.

<권순철 기자 ik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