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에 들어서면서 중국 남부 지역에서 시작된 파업 물결이 전국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각지에서 잇따르고 있는 임금인상 조치와 농민공 부족사태로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으로 상징됐던 중국의 ‘세계공장’ 이미지는 점차 퇴색하고 지난 30년 동안 공산당의 국민 착취에 의한 경제발전 진실이 드러나고 있다.
전국으로 번지고 있는 파업 물결
중국 공장들에서는 해마다 노사분규가 급증해 왔지만 지난 5월 광둥성의 대만기업 폭스콘(富士康)에서 어린 근로자들의 연쇄 투신자살 사건이 발생하면서 중국 노동시장의 새로운 전환을 예고했다.
광둥성 포산(佛山)에 있는 일본 혼다자동차의 부품공장은 지난 5월17일부터 보름 이상 파업이 벌어졌다. 이에 앞서 샤프전자의 상하이공장, 니콘카메라의 우시공장 등에서도 파업이 발생했다. 파업은 즉각적인 임금인상으로 겨우 수습됐다.
지난 8일에는, 장쑤(江蘇)성 쿤산(昆山)의 대만계 기업의 노동자 2천여명은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며 가두 행진을 벌이다 경찰과 충돌해 50여명이 중경상을 입는 불상사까지 발생했다.
베이징에 있는 한국 현대자동차계 부품공장에서도 1천여명의 노동자들이 임금인상을 요구함 파업을 벌였다. 이밖에 선전시의 대만계 기업 메이뤼(美律) 전자제품공장, 광둥성 후이저우(惠州)의 한국계 기업 야청(亞成) 전자제품공장 등에서도 대규모 파업이 발생했다.
이 같은 노사분규가 일과성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면서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중국 근로자들의 욕구와 권리의식이 변화되면서 노동시장과 노사관계에 구조적 변화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 공장 근로자들만이 아니라 중국 국영기업과 민영기업에서도 확산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 하고 있다. 국영기업 근로자들은 월급 인상 외에도 지도부의 부패와 조기해고 등에 항의, 중국의 기존 노사관계에 큰 병폐가 있음을 보여줬다.
중국에서는 지난 2008년 처음 ‘노동계약법’이 실행되면서 노동자들의 권리가 유례없이 높아졌다. 지난해 중국에서는 약 60만건의 노동쟁의가 발생, 2006년의 2배 이상 증가했다.
잇따른 임금인상 조치
▲ 6일, 선전시 대만계 기업 메이뤼에서 발생한 노동자 파업
연쇄자살 사태로 열악한 노동 환경이 부각된 대만계 전자제품 수탁생산업체 폭스콘은 일주일 새 세 차례에 걸쳐 임금 인상 계획을 발표, 900위안이던 월평균 임금을 10월1일부터 2000위안으로 높이는 파격적인 대안을 내놨다.
폭스콘 선전공장의 한 근로자는 중국 동방조보와의 인터뷰에서 “근래 일주일 동안 오른 임금이 지난 10년 새 오른 임금과 맞먹는다”며 그동안의 임금 착취에 분개했다.
파업이나 협상을 거치지 않고 자발적으로 임금인상 안을 발표한 팍스콘의 결정은 일파만파로 중국 노동계에 임금인상 파급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17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던 광둥성 포산 혼다 부품공장은 24% 임금인상 안으로 조업재개에 나섰다. 베이징 현대차는 부품을 제공받는 싱위차과학공사에 임금 30% 인상안을 제시했고 각종 의료 복지 혜택도 약속해 파업 사태를 일단락 지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패스트푸드 업체 켄터키프라이드치킨(KFC)은 지난 8일 랴오닝성 노조가 요구한 근로자 임금 인상안에 합의했다. 모기업인 염브랜즈(Yum!Brands) 선양지사는 현행 월 700위안 정도에 불과한 근로자 임금을 900위안(미화 131.7달러)으로 올리고, 연간 임금인상률도 5%로 유지키로 했다.
中당국의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
중국의 소득격차가 위험 수위를 넘어서면서 중공 당국도 최저임금 인상에 나섰다. 올들어 장쑤(江蘇)성을 시작으로 저장(浙江), 광둥(廣東), 푸젠(福建), 상하이(上海) 등 중국 전역에서 최저임금 인상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중국내 성.시의 연쇄적인 최저임금 인상은 그 폭이 최소 10% 이상이고 20%를 넘는 곳도 더러 있다. 또 각 성.시가 해당 지역내에서도 경제발전 수준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 폭을 달리해 전체적으로 실질소득 수준이 비슷해지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난 4월1일 최저임금 인상을 단행한 상하이는 시 전체의 최저임금을 960위안에서 1천120위안으로 16.6% 높였다. 시간당 최저임금도 8위안에서 9위안으로 올렸다. 상하이의 최저임금은 중국 전역에서 가장 높다.
광둥성도 5급지로 나눠 1급지의 경우 최저임금을 1천30위안으로 올렸다. 이는 금액면에서 상하이에 이어 두번째이다. 시간당 최저임금은 9.9위안으로 상하이보다 높다. 베이징(北京)시도 오는 7월1일부터 최저임금을 현재 800위안에서 960위안으로 20% 올린다.
올들어 중국 내 10여개 성.시.자치구가 이미 최저임금 표준을 10% 이상 올린 데 이어 나머지 20개 지역도 연내 임금 인상에 나설 예정이다.
中임금인상, 글로벌 물가상승 불씨
▲ 1일, 허난성의 국영기업에서 발생한 파업
그동안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의 임금과 노동 과부하 등 악조건을 감당해 온 중국 근로자들에 대한 임금 인상은 분명 긍정적인 일이지만 뜻하지 않은 인플레이션 위기 상승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 열흘새 세 차례나 임금을 인상한 폭스콘은 이미 고객사들과 제품가격 인상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콘 측은 고객들이 현 상황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가격 인상에 어느 정도 수긍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는 결국 물가 상승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과 소니, 노키아 등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팍스콘을 비롯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의 제품가격 상승은 중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밖에 올해 중국 정부가 위안화를 절상하면 수출품 가격 상승을 통해 물가 상승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은 글로벌 경기의 불안 및 수출 부진 우려를 이유로 국제사회의 위안화 절상 요구를 거부하고 있지만 하반기 수출 회복 정도와 인플레이션 추이를 봐가며 위안화를 절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비계절성 노동자 부족현상
2009년 후반, 주장 삼각주 지역에서는 노동자 부족 상황이 빈번하게 나타나 많은 기업이 노동자를 확보할 수 없게 되었다. 2010년 설이 가까워지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더 현저해 졌고, 급기야 들어온 주문을 취소해야 하는 기업들도 속출했다.
광둥성 둥관(東莞)시는 노동자 부족의 타격을 가장 일찍 받은 도시다. 이 지역 노동·사회보장부문의 통계에 의하면, 2009년 하반기 이후 수주가 증가한 주요 공업지역에서는 90% 이상의 기업이 노동자를 확보할 수 없게 되었다.
제조업 구인 설명회에서는 1만 1천명의 수요 인력에 비해 구직자는 4천여명에 불과했다. 노동시장의 수요와 공급은 심각한 불균형 상태에 빠져 수급의 차이는 50%를 넘고 있다.
중산(中山)시의 상황도 심각하다. 한 인력 소개업체의 담당자는 “2010년 1월 행해진 4회 취업설명회에 참가한 기업은 300사로, 수요는 5천명 정도였지만 구직자는 1천명에 불과해 이례적인 ‘수요부족’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중산시 인력소개 기구에 의하면, 전 시에서 80% 가까운 기업이 노동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 처럼 중국 연해 지역에서 노동자 부족은 이제는 ‘계절적인 부족’을 넘어서 ‘경제자원 부족’의 중요한 구성요소가 되고 있다. 노동자의 임금은 계속 오르고 이직도 빈번히 행해지고 있어 기업은 비용 증가와 국제 경쟁력 저하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김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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