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구애 해놓고 정부 승인나면 "기다려라"
아프리카ㆍ남미등 전세계 자원 `무한식탐`
자국내 희귀광물 외국 수출은 엄격히 제한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회복되는가 싶더니 다시 유럽발 재정위기가 불거지면서 중국 경제 부상이 한층 공고해지고 있다.
중국은 이제 미국까지 뒷전으로 하고 경제제국으로 줄달음치는 양상이다.
경제 규모로는 아직 미국을 제치지 못했지만 국제사회에서 중국 영향력은 눈에 띄게 커졌다.
중국 정부가 금융위기 와중에 풍부한 재정자금을 바탕으로 세계 경제를 견인하는 구실을 톡톡히 한 덕이다.
지난달 24~25일 베이징에서 열렸던 미ㆍ중 전략경제대화에서도 중국은 미국에 하고 싶은 말을 다 뱉었지만
미국은 위안화 절상, 천안함 대북 제재 등 주장을 관철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렸다.
그렇게 세진 힘을 자랑하는 중국이지만 최근 들어선 고속 성장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파업, 연쇄 자살 등 노사 갈등이 일본ㆍ대만 등 외국계 기업에서 집중적으로 터지면서 그늘이 짙어졌다.
박한진 KOTRA 베이징무역관 부관장은 "계층 간 소득 격차가 심해져 임금 인상, 복지 개선 요구가 봇물처럼 터져나오며
1980년대 중반 한국 사회와 비슷한 처지에 몰렸다"고 진단했다.
외국 기업들 사이에 중국에선 더 이상 저임금 경쟁 전략이 먹히지 않는다며 사업을 접어야겠다는 볼멘소리도 불거진다.
중국은 한때 금융위기 구원투수를 맡았지만 이젠 오히려 노사 분쟁 같은 민감한 사안을 외국에 떠안기는 골칫덩이가 된 셈이다.
서방 일각에선 파업 사태 등이 외국 기업에서 유독 심하게 나타나는 것에 대해 중국 당국이 노사 분쟁을 용인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비친다. 터져나오는 근로자 불만을 일정 정도 풀어주는 통로로 외국 기업을 타깃으로 삼았다는 지적이다.
중국 공산당과 긴밀하게 연계돼 있는 지역 공회(공식적 노동자조직)를 통해 미국계 KFC 같은 외국 기업 최저임금 인상을
압박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상대적으로 중국 토종 기업에선 분규 발생이 적다는 점이나 일본계 혼다자동차 파업 사태가 이례적으로 길게
이어지는 것도 이 같은 의구심을 부채질한다.
중국이 선별적으로 투자를 유치하는 것도 논란거리다.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해 각종 인센티브를 아끼지 않던 몇 년 전과는 격세지감. 차세대 LCD 공장 투자 건만 해도 그렇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상무부가 한국 정부ㆍ기업에 끊임없이 투자 참여 구애를 하던 게 엊그제인데 막상 삼성전자ㆍLG디스플레이 등이 기술 유출 염려를 불식시키고 어렵사리 정부 승인을 받아내자 이젠 `기다리라`며 줄을 세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중국은 1978년 개혁ㆍ개방에 나선 후 지난 3월 말까지 총 69만개에 달하는 외국계 기업 투자를 받아들였다.
금액으로는 1조달러가 넘는다. 지난해만 해도 외국 기업들은 중국 내 공업 생산 중 28%를 담당했고, 세수는 22.7%를 차지했다.
중국이 독일을 제치고 지난해 세계 1위 수출국으로 올라선 데도 외자기업 기여가 컸다.
중국 수출 중 55.9%가 외자 기업 손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그동안 외국인 투자 유치 확대에 몰두했다. 외국 업체 연구개발(R&D) 부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R&D용 기기를 수입할 때 관세ㆍ증치세(부가가치세)ㆍ소비세 등을 올해 말까지 면제하기로 하는 등 인센티브를 적잖게 도입했다.
지방정부에서 자체 승인 가능한 단일 외자 유치 규모를 1억달러에서 3억달러로 올려 절차도 간소화했다.
지난해 2만3400건에 달하는 외자 유치 중 0.2%에 해당하는 56건만이 상무부 비준을 받은 게 그 효과다.
그렇지만 충분하지 않다는 게 외국 기업들 시각이다.
구글은 검열ㆍ해킹 등을 이유로 중국 본토를 떠나 홍콩으로 둥지를 옮겼다.
중국은 호주 리오틴토 인수ㆍ합병(M&A) 거래가 무산된 뒤 뇌물수수 혐의로 임직원들에게 14년 징역형을 선고했다.
부정부패에 연루된 처벌이긴 하지만 시발점은 석연찮다.
중국은 아프리카ㆍ남미 등 외국에서 자원에 대한 무한식탐을 드러내면서도 자국 내 자원을 국외로 수출하는 것은 제한하며
`자원 무기화`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희토류(Rare Earth Oxideㆍ희토산화물)로 불리는 란탄ㆍ세륨ㆍ네오디뮴ㆍ유로퓸ㆍ테르븀 등 희귀광물이다.
17개 희귀광물 전 세계 매장량 중 59%인 8900만t을 보유한 중국은
외국 광산도 사들여 전 세계 생산량 가운데 97%를 장악하고 있다.
풍력터빈ㆍ하이브리드자동차ㆍ컴퓨터 모니터ㆍ휴대폰 등은 물론 미사일 같은 첨단무기 생산에 없어서는 안 되는
자재인 희귀광물은 최근 10년간 수요가 3배 이상 늘었다.
중국은 이런 희귀광물 채취를 공기업에 한정시켰다.
희토류 시장을 완전 장악한 중국은 또 2004년부터 매년 희귀광물 수출량을 줄이며 무기화에 나선 상태다.
지난해 9월 희토류산업 발전계획을 수립하고 전국 100여 개 업체를 20여 개로 통폐합해 덩치를 키우는 작업에도 나섰다.
중국은 희토류 수출쿼터를 연간 3만5000t까지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2005년 6만6000t이던 게 2008년 5만3000t으로 줄었고 더 줄여나간다는 얘기다.
중국이 전기차ㆍ미사일 생산에 필수인 디스프로슘ㆍ테르븀 등 수출을 완전히 중단하고 수출쿼터 등 제한을 두려 하면서
미ㆍ일 등 선진국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중국 정부가 정보기술(IT) 제품을 조달할 때 소스코드를 공개하도록 한 `정보보안 강제인증제`도 문제다.
노트북ㆍ개인용 컴퓨터ㆍ서버 등 대부분 디지털기기에 대해 핵심 기술을 빼가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염려다.
2008년 중국이 R&D에 지출한 비용은 669억달러. 한국에 비해 두 배에 이른다.
전년에 비해 늘어난 규모도 23%나 된다. 중국 자체 기술은 발전시키고 외국 기술은 적극적으로 빼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암참차이나(주중 미국상공회의소)가 지난 3월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ㆍ어도비시스템스ㆍ시스코시스템스 등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 58%가 중국 기술표준과 세금 장벽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또 50%는 강압적 기술전수 조건에 염려를 표했다.
[베이징 = 장종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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