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경쟁/방송통신정책

방송콘텐츠 외주제도 개선 논란

영원한 울트라 2010. 6. 11. 14:13

표준계약서 등 마련 외주-방송사 간 공정거래 유도
방송3사 제작 기여도 따른 외주사 저작권 소유 반대

정부가 최근 방송사와 외주제작사간 공정거래 환경 조성을 목표로 방송콘텐츠 외주제도 개선에 착수했습니다.

이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는 관련 방송사 및 외주제작사와 함께 `외주제작개선협의회`를 구성, 하반기까지

△외주제작 표준계약서 △제작비 산정 및 저작권 분배 기준 △외주 인정기준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외주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KBSㆍMBCㆍSBS 등 지상파방송 3사가 정부의 이같은 계획에 즉각적으로 반발,

협의회 불참의사까지 내비침에 따라 벌써부터 개선 작업에 난항을 예고하고 있는데요.

방송콘텐츠 외주제도란 무엇이며, 왜 논란이 이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외주제도 개선으로 `출판사형 방송 생태계' 조성=외주제도란 방송콘텐츠산업의 다양한 제작주체 양성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방송사가 일정비율 이상을 외주제작 프로그램으로 의무 편성하도록 지난 1991년 도입된 제도입니다.

현행 방송법에 따르면 방송사는 외주제작사가 제작한 프로그램을 40%까지(자회사가 제작한 프로그램은 30%까지)

편성해야 합니다.

이같은 외주제도는 국내 방송콘텐츠산업의 성장에 어느 정도 기여해 왔습니다.

독립제작사의 수가 증가했고, 방송사의 외주제작 물량도 늘었습니다.

하지만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 방송콘텐츠산업의 질적 성장은 미흡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여전히 대다수 독립제작사가 경영적으로 영세할 뿐 아니라,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제작사의 의존도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근본적으로 방송사와 외주제작사간 불합리한 거래관행에 따른 것으로,

정부는 이번 외주제도 개선을 통해 이를 바로잡는다는 생각입니다.

사실 그동안 외주제작사들은 방송사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거래와 그에 따른 낮은 제작비 책정,

그리고 저작권의 일방적 방송사 귀속 문제 등을 끊임없이 제기해 왔습니다.

정부는 특히 이번 외주제도 개선을 통해 종합편성채널과 디지털화 등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적합한 방송콘텐츠산업의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계획입니다.

즉, 방송사에 제작비를 의존하는 현재의 하청형 제작시스템을 제작사ㆍ창작사 중심의 사전제작 시스템으로 바꿈으로써

편성과 제작 기능을 분리한 이른바 `출판사형 방송 생태계'를 구현한다는 것입니다.

핵심은 저작권, `핀-신 룰(Fin-Syn Rule)'을 아시나요?=이같은 출판사형 방송 생태계가 만들어지려면

먼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저작권인데요. 이는 이번 외주제도 개선의 가장 핵심이 되는 사항이기도 합니다.

현재 외주제작사가 만드는 방송프로그램의 저작권은 대부분 방송사에 귀속되고,

제작사의 저작권이 인정되는 경우가 있더라도 OST에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처럼 저작권이 방송사에 귀속되면서 제작사가 실제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해외판권, 부가사업 등

후속 유통시장 역시 미미한 게 현실입니다.

이에 따라 외주제작사들은 외주제도가 제작과정의 핵심적 창작활동인 기획ㆍ작가ㆍ연출 등 제작에 대한 실질적 기여도에

따라 저작권을 귀속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일각에서는 특히 과거 미국이 독립제작사 육성을 위해 시행했던 `핀-신 룰(Fin-Syn Rule)'과 같은 보다 강력한 정책을

내에도 도입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핀-신 룰은 저작권(Financial Rule)과 배급권(Syndication Rule)을 방송사들이 소유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으로,

지난 197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미국에서 시행된바 있습니다.

핀-신 룰을 통해 헐리우드 영화스튜디오를 기반으로 한 미국의 독립제작사들이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는 평가입니다.

이후 독립제작사와 방송사간 어느 정도 힘의 균형을 이루면서 이 제도는 폐지됐으나,

현재까지도 외주제작 정책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이같은 외주제작사들의 주장에 대해 방송사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저작권은 방송사가 제작비를 부담했기 때문에 방송사가 갖는 게 타당하다는 것입니다. 이들 방송사는 정부의 외주제도 개선 움직임에 대해서도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KBSㆍMBCㆍSBS 등 방송 3사는 전날 공동명의의 성명을 통해 "문화부가 주도하는 `외주 개선 협의회'의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방송 제작 현실을 도외시하고 외주제작사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수용하는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향후 진행되는 협의회 불참을 심각히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또 "대부분의 외주제작 프로그램은 방송사가 70% 이상의 제작비를 지급하고 기획 단계에서부터 참여하며, 제작ㆍ편집 시설과 카메라 등을 제공하고, 홍보ㆍ심의까지 책임지는 상황에서 외주제작사가 리스크는 부담하지 않고 저작권만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따라 벌써부터 향후 외주제도 개선 작업을 둘러싼 정부와 방송사 및 외주제작사간 첨예한 논란이 예고되고 있습니다.

한민옥기자 mo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