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추진 본격화' 논란과 전망
지난 9일 < 한국방송 > (KBS) 이사회에 수신료 인상안이 공식 보고됐다.
2500원에서 6500원으로 4천원을 한꺼번에 올리겠다는 것이다.
비록 컨설팅사의 손을 빌리기는 했지만 사실상 한국방송과 정부의 의중이 담겼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14일 오후 2시에는 한국방송 주최 수신료 공청회가 열린다.
이어 6월 안에 시청자위원회 의견서 채택, 이사회 최종 의결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방송통신위원회가 검토 의견을 붙여 2달 안에 국회에 넘겨,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수신료 인상 절차는 모두 끝난다.
1980년 2500원으로 결정된 이후 수신료 인상 필요성은 수도 없이 제기됐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인상 근거는 크게 공영방송 재원 안정성과 공공서비스 강화 두 가지다.
한진만 강원대 교수는 "수신료는 공영방송의 존립 기반으로 현실화해주는 게 맞다"고 했다.
한국방송은 △난시청 해소 등 보편적 접근권 확대
△저소득층을 위한 무료 지상파 디지털방송 추진
△디지털 전환 비용 마련 등을 인상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전체 매출에서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이르러, 광고주의 간섭을 받을 우려가 있다는 말도 한다.
한국방송 수신료프로젝트팀 관계자는 "유료방송이 확산되는 환경에서 한국방송이 명실상부한 공영방송으로서의 공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수신료 인상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한국방송은 조직개편을 통한 효율성 강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본부와 국실을 통폐합하고, 1천명 가까운 직원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한국방송이 보여준 행태를 볼 때,
수신료 인상이 적절한지에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들이 많다.
무엇보다 공영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최민희 청암언론문화재단 이사는 "국민으로부터 '국민의 방송'이 아니라, '엠비(MB) 방송', '한나라당 방송' 조소를 듣고 있는데,
수신료 인상이 가당키나 하느냐"고 꼬집었다.
지난 4월말 48개 시민·언론단체들로 구성된 미디어행동이 낸 '공영방송 국민컨설팅 보고서'는 한국방송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이 보고서는 한국방송이 비판적 시사프로그램을 없애고 출연진 통제,
권력친화적 보도를 통해 '정권의 나팔수' 노릇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수신료의 2%만 쓸 정도로 난시청 해소 의지가 미흡하며,
상명하달식 지시가 일상화돼 제작 자율성이 존중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방송의 신뢰도 하락도 눈에 띈다.
2003년부터 2008년까지 한국언론재단 등 여러 기관에서 실시한 신뢰도 조사에서 한국방송은 대부분 1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2009년에는 2~3위로 내려앉았고(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조사-1위 문화방송 20.9%,
2위 한국방송 17.6%/ 한국기자협회 조사-1위 한겨레 15.4%, 2위 문화방송 14.3%, 3위 한국방송 11.2%),
올해 1월 한국언론정보학회 주관 조사에서는 4위를 기록했다.
강상현 연세대 교수는 "공영방송 역할을 제대로 해도 국민의 호주머니를 턴다는 부담 때문에 인상 추진이 쉽지 않은데,
정권과 한국방송은 공영성 프로그램 축소·친정부 방송 등 인상 반대 명분을 계속 만들면서 수신료를 올려달라는 모순적 행동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이번 수신료 인상 추진에 있어서 주목할 대목은 종합편성채널과의 연관성이다.
애초 보스턴컨설팅은 광고를 20%, 10%, 0%로 하는 3가지 안을 마련했으나,
현재 분위기는 '광고 0%+수신료 6500원'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 경우, 한국방송 2채널 광고물량(2009년 5575억원)이 다른 지상파나 종편으로 흘러간다.
조준상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2티브이 광고를 모두 뺀다면 최소 3천억원 이상의 광고가 종편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에 확 올려서 확실하게 종편에 몰아주자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수신료 인상의 최종 결정은 국회 몫이다. 야당은 인상에 동의할 수 없다는 태도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야당쪽 간사인 서갑원 의원(민주당)은
"국민의 주머니를 털어 엠비 정권의 들러리인 거대 신문의 방송사업 먹을거리를
만들어주는 수신료 인상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당쪽은 아직 분명한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문방위 여당쪽 간사인 한선교 의원은 "아직 이렇다저렇다 말할 수는 없고 여야 간에 깊이 토론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인상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한국방송의 자구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안형환 의원은 "솔직히 현재 한국방송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이 있다"며 "한국방송이 먼저 경영을 합리화하는 등
자구노력으로 국민을 납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시민언론단체들은 연대를 통해 수신료 인상을 막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당장 한국방송 주최 수신료 공청회가 열리는 14일 오전 10시, 미디어행동은 '맞불 공청회'를 연다.
김유진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최근 여러 단체들을 접촉해보니 단체 성격에 관계 없이 수신료 인상을
막아내자는 데 동의했다"며 조만간 '수신료 저지 범국민운동'같은 공동조직을 꾸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상재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수신료는 보수, 진보 관계 없이 저항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권도 쉽게 다루지는 않을 것이다.
또 야당과 시민사회 진영이 힘을 합쳐 맞서는 국면이 연말까지 계속된다면 국회 처리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창섭 기자 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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