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539개 중 267개 무관세..5.2조달러 시장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양안 관계 밀착의 최대 피해자는 한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중국 시장에서 한국과 대만은 치열한 경쟁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2008년 중국 수입 통계를 기준으로 보면 한국과 대만의 대 중국 수출품 상위 50개 중 34개 품목이 서로 겹친다. ECFA가 체결되면 한국 LCD는 5%의 수입관세를 물어야 하지만 대만 LCD는 무관세 혜택을 받아 한국이 경쟁에서 불리해진다.
중국과 대만 두 나라는 29일 중국 충칭에서 대만산 539개 품목과 중국의 267개 품목에 대해 단계적 관세를 포함하는
상호무관세 혜택을 담은 ECFA를 서명한다.
'양안 FTA'로 불리는 ECFA가 마무리되면서 국내총생산(GDP) 규모로 5조3000억 달러에 이르는 차이완시장이 부상한다.
KOTRA에 따르면 ECFA는 중국보다 대만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상품무역에서 중국은 대만이 개방하는 것보다 품목수는 2배, 금액은 5배다.
석유화학, 플라스틱을 제외한 농산품, 전자제품 등 공산품 등 대부분이 한국과 무역이 겹치는 품목이다.
서비수무역에서도 중국이 대만에 대폭 양보했다.
중국은 대만에 대해 회계, 컴퓨터 서비스, 연구개발, 컨벤션, 전문설계, 수입영화 쿼터액, 병원, 민용항공기 수리, 은행, 증권,
보험 등 11개 서비스 업종을 우선 개방하기로 했다.
대만 은행권이 관심을 둔 은행업 개방과 관련 중국은 대만 은행들의 중국 내 영업성 기구 설립 조건을 완화했다.
두 나라의 ECFA는 대만과 대중 투자 및 교역 특성이 유사한 한국기업의 수출과 투자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한국과 대만의 중국 수입시장점유율은 2009년 현재 각각 10.2%와 8.6%로,
2005년 이후 한국이 대만을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
한국과 대만의 대중국 수출상위 20개 품목 중 중복되는 품목이 14개며 이는 한국 대중 수출의 60.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한국과 대만은 유기화합물, 플라스틱류 제품 등 석유화학과 반도체, LCD 등 전기전자 및 기계산업 분야에서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나타났다.
KIEP는 "기계, 석유화학, 방직, 전자, 자동차 등 5대 부문에서 특히 대만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어
한국 기업의 가격경쟁력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은 한국과 대만에 플라스틱류 제품은 6~12%, 유기화합물은 6.5%의 관세율을 부과하고 있다.
◆차이완시대.. 中서 경쟁하는 대만에 韓 치일우려
한국 대만 일본이 세계시장의 98%를 점유하는 LCD에서는 한국이 중국과 대만의 협공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중국 LCD수입시장에서도 3국의 점유율이 각각 38%, 30%, 12%(2009년 1∼7월금액기준)로서 대부분을 차지하며
아세안 제품의 수입은 거의 없다.
중국 정부가 대만산 LCD에 대해 관세인하 혜택을 부여할 경우 대만기업들의 가격경쟁력 향상을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중장기적으로 '유치산업 육성 차원'에서 키우고 있는 자국 LCD 산업의 자생력 제고에 부정적 영향을 미쳐
소극적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전망됐다.
LG경제연구원은 "대만에 대한 특혜적인 관세인하가 현실화 하더라도, 중국에 수입된 한국산 LCD 패널의 80% 정도가
재수출되고 있기 때문에 양안 관세인하의 파장은 화학공업분야보다는 약할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이 대만에 문호를 개방하고 위안화를 절상하면서 우리의 대중국 내수시장 진출대책도 시급해졌다.
위안화 절상은 중국의 경제구조가 수출에서 내수로,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중심으로 옮겨가는 계기가 된다.
위안화 절상시 중국의 수출이 줄면서 중국을 경유한 수출은 감소하는 반면 중국 내수요 수출이 늘고
중국제품과 경쟁관계에 있는 우리 상품의 다른 나라 수출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개발연구원장(KDI)을 지낸 현정택 무역위원회 위원장은 중국의 위안화 절상은 내수시장을 키우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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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완 리스크…반도체·LCD·화학·車부품 전방위 타격
비상 걸린 한국기업
중국 광둥성 선전과 둥관 일대에는 휴대폰을 생산하는 업체들이 수천 개 밀집해 있다.
유명브랜드가 아닌 일명 '짝퉁폰'을 만드는 업체들이다.
삼성전자가 휴대폰을 내놓으면 일주일 내에 똑같은 모양의 휴대폰을 만들어 낸다.
이들이 만든 휴대폰은급속히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지만 그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국업체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은 또 있다. 이 휴대폰에 들어가는 부품이 대부분 대만제라는 것이다.
값싸고 질좋은 부품을 장착한 짝퉁 휴대폰으로 성장한 중국업체들이 제도권으로 진입할 경우
한국 휴대폰이 중국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과 대만이 긴밀히 협력하는 차이완 효과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다.
중국과 대만이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에 서명하게 됨에 따라 전자업체들이 긴장하고 있다.
세계의 생산기지로 성장한 대만 업체들만 해도 버거운데 중국의 노동력과 자본이 결합하면
더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게 되기 때문이다.
◆대만 기업들의 부상
몇 달 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건희 삼성 회장이 두려워하는 것은 일본이 아니라 대만의 훙하이(폭스콘)다"라고 보도했었다. 세계 1위 전자업체로 성장한 삼성 입장에서 경쟁력을 잃어버린 일본 업체들보다 탄탄한 기술력에
중국이라는 거대한 생산기지이자 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대만업체들이 더 두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올해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성장성 높은 세계 100대 정보기술(IT)기업 명단에
한국기업은 삼성전기 단 한 곳뿐이다. 반면 중국과 대만은 각각 8개나 이름을 올렸다.
중국,대만계 기업의 성장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지난해 중국,대만계 기업의 세계 TV시장 점유율은 18.4%로 전년에 비해 7%포인트 높아졌다.
4년 전에 비해 3배로 급등하는 무서운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미국 2위 업체인 비지오와 하이얼 등이 선두에 서 있다.
여기에 최근 대만 정부의 태도변화도 한국 전자업체들의 불안감을 더하게 만들고 있다.
그동안 기술 유출을 우려해 중국 진출을 막아왔던 대만 정부가 올해부터 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잇따라 허가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AUO 등 디스플레이업체가 중국에 공장을 지을 수 있도록 허가했고 반도체 수탁생산업체인 TSMC도 중국 기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반도체와 LCD패널 분야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동아시아 산업 경쟁질서 재편 예고
현재 상태로도 위협이 되고 있는 대만기업들이 ECFA를 통해 중국시장에 관세 없이 수출하면 한국 기업에 비해 가격경쟁력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게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한국과 대만 기업들이 중국시장에 많이 수출하는 품목은 대부분 겹친다.
양국 모두 1위가 반도체이고 2위가 디스플레이 패널이다. 반도체 부품,사무용기기 등도 경합하는 품목이다.
이 밖에 폴리카르복시산 등 화학제품의 수출도 양국 모두 많이 수출하고 있다.
중국과 대만의 ECFA가 단기적으로 한국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지만 장기적으로는 산업구도 재편으로 이어져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여기에는 일본이라는 복병이 자리잡고 있다.
일본 경제계에서는 삼성전자를 따라잡기 위해 대만계 기업과 제휴를 맺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본 반도체업체 엘피다는 대만업체들과 합작법인을 만들었고 폭스콘은 소니의 멕시코와 슬로바키아 공장을
잇따라 인수하며 일본업체들의 제품을 생산해주고 있다.
일본의 높은 제품 설계능력,대만의 생산기술,중국의 노동력이 결합할 경우 가장 큰 피해는 한국 기업이 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용준 /송형석 기자 juny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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