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랑/ART 뉴스

마종일씨 "스탄 형제 '빅 뱀부' 내 작품 콘셉트 복제"

영원한 울트라 2010. 7. 1. 22:07

마종일씨 "스탄 형제 '빅 뱀부' 내 작품 콘셉트 복제"


같은 스튜디오서 8년간 일해…당사자 "사실 아니다"


세계 현대미술의 메카라는 미국 뉴욕 미술계에서는 요즘 현지 유명 작가와 한국인 작가 사이의 표절 공방이 입길에 오르내린다. 현지 유명 작가의 최신작이 재미 한국 작가의 작품을 베껴 만들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번지고 있다.

현지 중견 작가인 더그 & 마이크 스탄 쌍둥이 형제는 지난 4월 말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하 메트)에서 기획전을 하면서 옥상 정원(루프가든)에 대나무 설치 작품 '빅 뱀부'를 만들었다. 대나무 수천개를 끈으로 엮어 옥상 정원을 밀림처럼 채운 얼개로 < 뉴욕 타임스 > 등으로부터 전례없는 야심작이란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전시 뒤 그들의 스튜디오에서 8년간 일했던 재미작가 마종일(49)씨가 "내가 2000년대 이후 전시해온 대나무 작업의 형식과 콘셉트를 표절·복제한 것"이라며 해명을 요구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는 지난 5월 중순 현지 동포언론과 기자회견을 열어 "스탄 형제의 작품이 뉘앙스나 시각적 맥락 등에서 내 것과 확실한 유사성이 있다"며 "그들의 작품이 내게 영감을 받았다고 인증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욕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중인 마씨의 설치 작품은 대나무 줄기들이 얼기설기 얽혀 있는 유기적 구조나 숲을 떠올리게 하는 전체 모양새 등에서 스탄 형제의 작품과 비슷한 구석이 많다. 마씨는 2002~2009년 스탄 형제의 스튜디오에서 일할 당시 자신의 작업들을 모두 보여주고 작업 방향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 설치를 주로 하던 그들이 2008년 말 갑작스럽게 대나무 쪽으로 방향을 돌린 것은 분명 내게서 들은 대나무 작업이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현지 일부 평론가들도 동조하며 메트 쪽과 리뷰를 쓴 현지 언론 등에 해명 요구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스탄 형제는 현지 언론에 글을 보내어 "대나무 설치 작업은 상호 의존성이란 주제 아래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다"며 "마씨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마씨는 최근 < 한겨레 > 에 보낸 이메일에서 "법적 대응보다는 계속 미디어와 평단 쪽에 글을 보내어 그들의 잘못과 작품의 진실을 계속 알리겠다"고 말했다.

대나무 작가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마씨는 지난해 인천 여성 비엔날레와 2006~2007년 광주, 담양의 아트 프로젝트에도 출품했으며, 현재 뉴욕 거버너스 아일랜드의 아트센터에서 한방을 가득 채운 대나무 설치작품을 전시중(7월11일까지)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