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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작품 너무 싼 이유는 ??? |

영원한 울트라 2010. 7. 3. 15:39

세계가 인정하는 백남준, 그런데 작품값은 왜 이런 거야?

헤럴드경제 | 입력 2010.06.01 14:08 | 수정 2010.06.01 17:46

 




 "슈퍼스타 백남준을 살려라!", "한국미술을 대표하는 아이콘인데 작품값은 처참(?)할 정도로 낮다. 중국 일본 영국 40대 작가의 10분의 1 수준이다. 이대로 둘 순 없다. 우리가 신경 써야 한다"

 지난 주말(5월27~31일) 홍콩은 미술 열기로 엄청 뜨거웠다. 가고시안, 화이트큐브, 페이스, 리슨, 하우저 뷔르트, 제임스 코엔 등 전세계 정상급 갤러리들이 홍콩의 컨벤션센터에서 아시아 대표화랑들과 '제3회 홍콩국제아트페어(Art HK 2010)'라는 이름으로 초대형 판을 벌이자 홍콩섬은 '화려한 아트열풍'에 휩싸였다. 게다가 크리스티 홍콩(Christies's HongKong)이 같은 기간, 같은 장소에서 대규모 마라톤 경매를 펼치는 바람에 열기는 더욱 고조됐다.

 
 이에 홍콩아트페어에 나온 유명작가의 주요 작품은 대부분 개막초 솔드아웃됐고, 크리스티 홍콩의 '아시아 근현대미술경매'도 첫날(29일 밤) 이브닝 세일(하이라이트 작품만 모은 경매)은 36점의 출품작이 100% 낙찰되는 진기록을 연출했다. 아시아 근현대미술의 100% 낙찰은 크리스티 홍콩 설립 이래 처음 있는 일이어서 관계자들조차 입을 다물지 못했다. 출품작이 100% 낙찰될 경우 경매를 진행한 경매사(옥셔니어)에게 흰 장갑과 트로피를 만들어 전달했던 전통이 있어 'White glove auction'이라 부르는데 29일 경매가 바로 이에 해당됐던 것.
 

 그러나 한국인에겐 못내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바로 한국 미술품을 리드해야 할 백남준(Nam June Paik 1932~2006)의 작품이 낮은 추정가를 맴돌면서 가까스로 낙찰됐다는 점이다. 이 날 이브닝 세일에 '한국 작품의 간판'으로 출품된 백남준의 '로켓십 투 버추얼 비너스(Rocketship to Virtual Venus)'는 높이가 5m에 육박하는 대작임에도 불구하고 고작 290만홍콩달러(약 4억4000만원, 수수료 포함)에 낙찰됐다. 또 백남준의 또다른 비디오 조각 작품인 'watch dog ll'도 큰 경합 없이 추정가 범위인 2억7000만원에 판매되는 데 그쳤다. 중국의 40대 작가인 장샤오강, 쩡판즈, 위에민준의 주요작품이 점당 10억~30억원을 육박하는 것에 비하면 너무 낮은 가격이다.





알렉산더 대왕





Watch dog II

 
 더구나 같은 날 중국의 작고작가 천이페이(陳逸飛ㆍ1946~2005)의 평범한 유화 '스트링 콰르텟(String Quartet)'은 추정가의 10배가 넘는 6100만홍콩달러(약 93억원)에 낙찰돼 엄청난 대조를 이뤘다. 작가의 지명도라든가 작품의 수준은 '세계 미술계에 비디오아트라는 혁신적 장르를 창안한' 백남준이 월등히 높고, 국제 미술계 영향력은 비교도 안되나 경제대국으로 성장 중인 중국이라는 국가가 뒷받침하고 있어 기염을 토한 것.
 

 반면에 백남준 작품은 한국 컬렉터나 기업들의 뒷받침이 없어 외국 컬렉터에게 낮은 가격에 간신히 낙찰됐다. 심지어 지난해 11월 크리스티 홍콩의 '아시아 근현대미술 경매'의 이브닝 세일에 나왔던 백남준의 '알렉산더 대왕'이란 입체 작품은 베니스비엔날레에 출품됐던 백남준의 최고수준 작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찰된바 있다. 다행히 이튿날 애프터 세일을 통해 팔리긴 했으나, 한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의 역작이 호응을 얻지 못한채 '유찰'이란 기록를 내내 달게 됐다는 점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지난 2007년 경매에서 500만홍콩달러에 팔렸던 쩡판즈(46)의 회화 '마스크 시리즈'는 3년 만에 다섯배 오른 1970만홍콩달러(약 30억원)에 판매됐다. 29일 열린 아시아 동시대미술(컨템포러리 아트) 하이라이트 부문에서 최고가를 기록한 쩡판즈의 작품 '마스크 시리즈'는 2000년작으로 세로 200cm, 가로 150cm 크기의 작품이었다. 




Rocketship to Virtual Venus

 이번 홍콩아트페어와 크리스티 홍콩 경매를 참관한 서진수 미술시장연구소장(강남대 경제학부 교수)은 "매년 빠짐없이 중국이며 홍콩의 주요 옥션과 아트페어를 찾아 현장을 체크하고. 자료를 취합하고 있는데 올해 홍콩아트페어는 정말 깜짝 놀랐다. 마치 지하철 신도림역 환승장을 방불케 했다. 가는 곳마다 인파로 뒤덮여 중국 미술과 범중국권 미술시장의 성장세를 확인했다. 그러나 한국 미술품을 리드해야 할 백남준 작품은 무관심 속에 너무 낮은 가격에 팔려 정말 아쉬웠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미국 금융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 후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않은 미국및 유럽의 아트마켓과는 달리, 홍콩과 중국은 미술품 경매의 최고가가 연달아 경신되는 등 대단히 뜨겁다며 "특히 홍콩은 중국및 대만 등을 배후에 두고 아시아 아트마켓의 허브로 완전히 자리잡은 것같다"고 전망했다. 이어 "한국 현대미술이 성장하려면 한국을 대표하는 간판급 작가인 백남준 작품부터 과학적인 전략 하에 가격대를 적정 수준으로 끌어 올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미술품의 가격은 곧 그 나라 국력을 보여주는 바로미터기 때문이라는 것.
 

 서교수는 "예를 들면 독일의 쾰른아트페어 같은 경우 백남준이 1년간 쾰른에 머물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백남준 어워드'를 만들어 시상하고 있다. 우리는 백남준을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아티스트'라고 기회 있을 때마다 주장하면서도 정작 백남준 작품이 국제 미술시장에서 어떤 대접을 받고 있는지는 나몰라라한다"고 덧붙였다. 물론 경기도가 용인에 백남준아트센터를 만들고 의미있는 전시며 연구를 펼치고, 백남준 아카이브를 운영하고 있긴 하나 아트마켓에서도 백남준 작가의 명성에 걸맞는 가격대가 형성될 수 있도록 움직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Zeng Fanzhi

 정준모 국민대 초빙교수도 "쩡판즈, 장샤오강, 무라카미 다카시는 작품값이 점당 수십억원대를 호가하는데 세계미술사를 뒤바꾼 혁명가이자 월드스타인 백남준은 대작이 고작 3억~4억원대에 불과하다. 세계 곳곳에 엄청 퍼져있는 데미안 허스트의 닷 페인팅(dot painting)이 100호 기준으로 7억~8억원을 육박하는데 말이다. 이는 잘못 되어도 한참 잘못된 일"이라며 "앞으로 백남준 작품에 대해 한국의 미술관과 기업, 정부와 국민이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마르셸 뒤샹 같은 경우 그 작가가 해놓은 것보다 몇배 이상으로 후대에 연구가 더해져 뒤샹의 명성과 업적이 더욱 빛을 발하지 않았는가. 백남준은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위대한 아티스트이자 철학자, 사상가인만큼 연구도 박차를 가해야 하고, 작가 관리와 작품값 관리도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 백남준 작품이 치고 나가야 다른 작가도 제 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백남준 작품의 가격이 (작가의 명성에 비해) 답답할 정도로 낮은 것은 국제 미술시장에서 그의 작품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취급하는 전담딜러(화랑)가 실종되다시피 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그의 작품을 취급했던 국내외 갤러리(미국의 홀리 솔로몬과 칼 솔웨이, 한국의 갤러리현대와 박영덕화랑 등)가 작가 타계 후 저작권및 작품을 관리하는 유족측과 심각한 갈등을 빚는 바람에 전시및 거래가 거의 자취를 감췄다. 한 화랑 관계자는 "유족이 지나치게 일방적인 주장을 내세우는 바람에 국내외에서 백남준 작가의 사후 조명작업과 작품 거래가 크게 위축된 상태"라며 "당분간은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비디오 작품의 특성상 작품의 유지보수및 애프터 서비스가 힘들지 않겠느냐는 편견도 백남준 작품의 수집과 거래를 위축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기술적인 문제는 얼마든지 해결책이 있고, 작품에 있어서 다분히 지엽적인 요소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따라서 정부와 미술계, 기업,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더 늦기 전에 한국이 낳은 스타를 제대로 대접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 특히 백남준 작품을 20여년 넘게 거래하며 경험과 네트워크를 축적해온 국내 화랑이 주축이 돼 해외에서의 전시및 재조명 작업이 활발히 이뤄지도록 하고, 아트마켓에서도 제 대접을 받을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백남준은 우리에게 다시 없는, 빛나고 위대한 작가이니 말이다. < 사진은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 출품됐던 백남준및 쩡판즈의 작품. 사진제공 크리스티 홍콩.©2010 Estate of Nam June Paik >

 이영란 기자/yrlee@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