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홈쇼핑, 다음엔 채널로."
CJ의 중국 진출 전략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2004년 CJ오쇼핑이 상하이미디어그룹(SMG)과 함께 설립한 동방CJ 매출이 매년 78%씩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6년 말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올해 목표는 매출 7천억원(50억 위안)이다. 2020년까지 인터넷쇼핑몰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매출 20조원으로 키우려 한다.
동방CJ는 70여 개 중국내 성(省)급 방송사들이 방문해 노하우를 배워갈 만큼 현지에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하지만 CJ 등 국내 기업의 중국 진출이 좀 더 안정적인 콘텐츠(채널) 비즈니스로 확대되려면 넘어야 할 산도 만만찮아 보인다. 적절한 시기에 최고의 현지 파트너를 찾아야 하고, 양측 정부의 규제완화도 절실하다.
◆차량 60대로 출발해 중국 시장 석권한 동방CJ
동방CJ는 상하이미디어그룹(SMG)과 CJ가 SMG의 매체력과 CJ오쇼핑(옛 CJ홈쇼핑)의 홈쇼핑 노하우를 합쳐 2004년 8월에 설립했다.
지금은 500만 가구를 대상으로 홈쇼핑을 방송하면서 인터넷 쇼핑몰·카탈로그 사업까지 하고 있지만 첫 출발은 초라했다.
200 평방 미터의 작은 스튜디오에서 60여대의 차량으로 출발한 것. 그러나 '신뢰구축과 고급화 전략'을 통해 목표보다 빨리 흑자로 돌아섰다. 수익성이 낮더라도 브랜드 제품 비중을 전체의 70%로 높인 것이다.
동방CJ가 파는 제품의 평균단가는 1천위안(20만원)으로, 한국(평균 13만원대)이나 상하이 백화점(평균 400위안대)보다 고급화돼 있다.
중국 푸단대(복단대) 내부에 위치한 동방CJ의 김흥수 총경리(사장)는 "미래 전략은 인수합병을 통한 홈쇼핑 전국시대"라면서 "동방CJ의 성공이후 1만 군데 이상 방송사가 홈쇼핑을 시작했으며, 70~80곳이 다녀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흥수 총경리(51,사장)는 한국외대와 과기대를 거쳐 삼성전자 입사이후 홍콩, 대만, 북경, 상해 등에서 활동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부장, 홍콩 e삼성 자회사 대표, CJ오쇼핑 사업개발부 이사, CJ오쇼핑 중국사업개발 TF 팀장 등을 거혀 동방CJ 사장으로 활약중이다. 동방CJ는 IPO를 준비하면서 작년에 상해 증시에 상장돼 있는 IT 시업인 '칭화동방(청화동방)'을 전략적 투자자로 영입했다. 동방CJ의 지분은 상하이미디어그룹(45%), CJ(30%), 칭화동방(25%)순이 됐으며,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현지 홈쇼핑 업체 하나를 인수중이다. 김흥수 사장은 중국 거주 외국인으로서는 드물게 상해시로부터 '명예로운 시민' 표창을 받기도 했다. |
◆동방CJ, 사업다각화 추진...인내와 겸손이 필수
김흥수 총경리는 "10년의 사업 계획 중에 사업 다각화가 포함돼 있다"면서 "미디어 파워, 고객DB, 브랜드 파워라는 세 가지를 이용해서 할 수 있는 사업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물류와 결제가 갖춰지는 대로 홈쇼핑 사업을 전국화하고 인터넷쇼핑몰을 키우지만, 2020년 매출 20조원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겠다는 의미다.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운영 중인 홈쇼핑아카데미(HSA)도 분사할 수 있다고 했다.
동방CJ는 지난 달 부터 아웃소싱하던 물류를 CJ GLS로 바꾸는 작업을 하고 있다. CJ GLS는 삼성의 글로벌 물류도 대행하고 있다.
그는 "통신과 미디어가 융합되면서 일본 소프트뱅크 손정의씨가 리루이깡 SMG 총재를 두 번이나 만나는 등 중국 시장이 너무 빨리 변하고 있다"면서 "상당히 위협적으로 느껴지고, 결국 킬러 콘텐츠가 승리할 것이라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국유기업 위주의 (주)중국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미디어쪽만 봐도 128개 국유기업을 키워 해외로 가려하고 있으며, 이 때 화교 네트워크를 활용할 계획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년부터 공산당의 이같은 기조에 따라 아주 일관되게 각 미디어 그룹들이 빠른 개혁을 추진중"이라면서 "한국 기업들이 편승할 수 있다면 중국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고, 이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인내와 겸손"이라고 조언했다.
◆CJ 중국 사업, 채널로 확대...양측 정부 규제 완화돼야
장따종 상하이미디어그룹 부총재(부회장)는 "동방CJ는 상해나 중국에서 홈쇼핑이라는 인지도를 좋게 바꿔준 기업"이라면서 "중국과 한국의 매체가 합작해 성공한 우수한 사례"라고 평했다.
김흥수 동방CJ 총경리는 "홈쇼핑 사업이 성공하면서 신뢰가 쌓였다"면서 "그래서 채널이나 엔터테인먼트 분야도 (합작 등을)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CJ는 중국 뿐 아니라 인도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일단 홈쇼핑을 론칭하고 그 다음에 미디어에 발을 담그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인도의 스타TV와 작년에 현지 홈쇼핑 사업에 진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 미디어 쪽은 외국인은 단 1%도 지분을 소유할 수 없다. 따라서 지금은 채널의 블록 시간대 중 일부를 받아서 송출하거나, 만들어진 프로그램을 파는 수준이다. 우리나라와 다른 중국의 미디어 규제때문이다.
따라서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중 FTA 체결 등 정부 차원의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한국 출신 글로벌 미디어 그룹이 출현하기 어려운 국내 현실도 개선돼야 할 점으로 꼽힌다.
해외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게 파트너십과 타이밍인데, 앞으로 3년 동안의 시기가 중국 사업의 성패를 가를 수 있기 때문이다. CCTV, SMG, 후난위성 등 중국 내 4개 선두 미디어회사에 중국 정부가 5조5천억원을 지원키로 한 지금이 국내 기업의 중국 진출에서 적기일 수 있다는 것이다.
CJ미디어는 한류 스타의 가든이나 요리 프로그램을 통한 중국 시장 공략을 추진중이다. 미국의 생활·문화 전문 채널인 스크립스 네트웍스는 초기 4~5년은 적자를 봤지만, 현재 매출이 1조8천억원을 넘고 영업익 40%에 달하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
CJ미디어 서장원 상무는 "CJ보다 늦게 중국 홈쇼핑 시장에 뛰어는 GS가 얼마 전 홈쇼핑 사업을 철수하는 등 중국 사업에서 시점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하지만 어떤 일을 하려해도 초기에 500억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 데, 우리나라의 미디어법 규제로는 매출액 33%규제로 5천억원을 넘지 못하고 채널편성도 아날로그 기준으로 10개 이상을 자사 계열로 서비스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이 너무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