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랑/ART 뉴스

예술인월급제와 민족문화육성

영원한 울트라 2010. 10. 29. 21:33

문화예술정책 - 예술인월급제와 민족문화육성

(이용대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

민주노동당 강령 중에 제일 먼저 뜯어고칠 것은 문화강령이다. 창당 시 ‘강령제정위’에서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전문가의 작품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만큼 내용이 빈약하다.

21세기는 문화산업의 시대이며 문화산업에서 앞서가는 나라가 국제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예측이 제기되고 있다. 제조업과 굴뚝산업 발전을 통해 이루어진 인류 산업혁명은 이제 과학기술혁명을 넘어서 문화혁명의 새로운 시대를 전망하고 있다. 이런 시대에 한국사회 문화예술의 현주소는 참담할 정도이다.

문화예산 1% 달성이 참여정부 문화정책의 핵심지표였다. 국민소득 2만불을 넘어섰지만 문화예산은 아직도 국가예산의 0.7%를 넘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문화관광부 장관은 ‘문화산업5대강국’을 시정목표로 공언한다. ‘2030비전’처럼 재정투자도 토대구축도 없이 큰소리만 내는 것이 노무현정부의 정치방식이라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기초예술분야에 대한 사회적 투자조차 전무한 나라가 어떻게 세계 일류 문화강국이 될 수 있는지 그 놀라운 비결은 며느리도 알지 못할 것이다.

인류가 문화예술의 중요성에 눈뜨게 된 것은 그리 오랜 일이 아니다. 20세기를 넘어선 오늘에 와서야 국제사회는 ‘문화다양성’의 가치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문화사회’의 이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인류문화예술의 장구한 역사에 비하면 문화예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수준은 아직 초보단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제적인 ‘문화다양성’ 가치는 민족적으로는 ‘문화고유성’의 가치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한국자본주의 성장은 그 동력이 외국독점자본에 의존한 것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제국주의 외래문화를 이식하고 민족문화를 파괴하는 방향으로 작용해왔다. 한미FTA는 미국 대자본에 국내문화시장을 활짝 열어놓아 민족문화 파괴를 가속화할 것이다. 민족문화의 고유성이 사라지면 문화주권도 사라진다. 문화주권은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민족국가 단위의 동질성과 정체성을 유지하는 사회문화적 버팀목이다. 버팀목이 사라지면 종국에는 민족이 설 자리가 없다.

나라의 문화주권을 수호하고 사회적 문화예술역량을 발전시키는 것이 국가문예정책의 기본과제로 되어야 한다. 사람이 돈이 많다고 존경받는 것이 아니고 GDP가 높다고 선진국이 되는 것이 아니다. 사상문화수준이 높아야 제대로 된 사람이고 선진적인 나라일 것이다.

문화주권 수호와 문화예술 발전의 담당자는 결국 예술인들이다. 우수한 예술가를 많이 배출해야 문화예술이 발전한다. 예술인양성정책은 문화예술정책의 핵심고리라고 할 수 있다. 그와 더물어 문화예술을 특정집단의 전유물로 만들지 않고 대중의 것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적 문화교육을 확대하고 지역문화를 육성해야 한다.

문화예술의 대중화 과제는 전문예술인을 양성하는 과제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이다. 문화예술의 대중적 토대가 척박하면 전문예술인이 존립할 수 없다. 전문예술인이 없으면 고급 문화예술을 대중적으로 전파할 수 없고 문화예술수준이 전반적으로 하락할 것이다. 전문예술인은 문화예술 보급의 골간대오 역할을 하는 ‘기간예술가’라고 부를 수 있다. 기간예술가가 질적, 양적으로 늘어나야 폭넓은 대중화가 가능하다.

2006년 통계에 따르면 전체 문화예술인 중 55%의 예술활동 관련 수입이 월평균 100만원 이하였다. 생활고로 자살하거나 병사하는 문화예술인들도 종종 신문지상에 오르내린다. 예술인이 굶어죽는 나라에서 위대한 예술가가 나올 수 없다. 문화예술인들의 생활불안정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문화예술정책의 급선무이다.

‘예술인월급제’와 ‘예술집단지원기금’을 적극 고민할 필요가 있다. 예술인월급제는 예술활동을 사회적 직업으로 보장하여 기간예술인 양성을 위한 기본조건을 확보하자는 취지이다. 예술인사회보장제도 확대와 같은 맥락이다. 예술집단지원기금은 예술인에게 직접 혜택이 거의 없을뿐더러 그나마 고갈위기에 놓인 문예진흥기금을 대체하여 예술단체활동에 대한 직접지원 방안을 세우자는 것으로 예술인월급제와 상호보완하는 정책이 될 수 있다.

예술인의 사회적 기준 문제, 재원 문제, 사회적 형평성 문제, 월급여수준의 적정성 문제 등 많은 세부문제가 따를 것이다. 예술인 실태를 파악하고 외국 사례를 참고하면 구체적 기준을 낼 수 있다. ‘사람은 자기가 예술가가 되기를 꿈꾸는 그 순간부터 예술가’라고 규정했다는 덴마크인가 어느나라 문혜정책조례는 먼 나라 이야기일까?

문화산업에 대한 인식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문화산업은 산업대안의 선도부분이 될 수 있다. 진보진영은 친환경산업, 신재생에너지산업에 주목하는 그 이상으로 문화산업에 주목해야 한다. 문화예술의 산업화를 부정적으로 보고 문화예술의 고유한 가치와 산업적 가치를 대립시키는 경향은 자본주의 발전에 저항하는 소생산자 장인의식의 발로이기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문화산업으로서 ‘해리 포터’가 영국인 300만 명을 먹여 살리고 있다는 평가는 문화산업의 전망에 대한 유력한 시사를 던져준다. 한국 문화산업이 세계문화시장에서 10위권에 든다고 하지만 점유율은 고작 2% 미만이다. 한미FTA가 체결되면 국내 영화와 방송 미디어 분야에 치명적 타격이 올 것이다. 여기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우수한 민족문화예술은 국제시장에 내놓아도 뛰어난 경쟁력이 있다. 문화 다양성의 고유가치를 바탕으로 문화산업의 국제화, 규모화를 이루는 공세적인 정책대안이 필요하다. 예술인과 예술집단 양성, 문화교육 확대와 지역문화 육성을 통해 대안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민족적 예술작품과 예술인을 ‘국제상품’으로 개발해내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국내 문화산업을 국제적인 명망산업으로 육성하면 시장개방의 악조건 속에서도 국내 문화예술의 내수기반을 보장하고 민족문화를 보호할 수 있다. 이런 방향으로 국가예산과 사회투자를 과감하게 확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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