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8일 지상파 재송신 금지 소송에서 사실상 지상파방송 3사의 손을 들어줌에 따라 국내 유료방송 시장 전반에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번 판결로 최악의 경우 케이블 방송에서 지상파 재송신이 전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게 됐다. 설령 추후 협상을 통해 양측이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 낸다 해도, 재송신 대가 지불에 따른 부담이 고스란히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나 케이블 시청자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이번 판결은 지상파 재송신을 둘러싼 법원의 첫 번째 판단이라는 점에서 현재 지상파방송 3사가 HCN을 상대로 진행 중인 형사고소를 비롯해 현재 법원에 계류 중인 지상파 재송신 관련 각종 소송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케이블을 상대로 한 추가 손해배상청구소송과 한국디지털위성방송(스카이라이프)ㆍIPTV 등 그동안 재판결과를 기다리며 재송신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 온 전 유료방송사를 대상으로 한 줄소송도 예고되고 있다.
◇케이블, 재송신 전면 중단이냐 VS 협상 재개냐=일단 공은 케이블업계로 넘어왔다. 항소를 하든, 판결에 따라 즉각 재송신을 중단하든, 아니면 지상파방송사와 협상을 재개하든 어떤 형태로든 대응방법을 신속히 결정해야 한다.
이와 관련 최정우 씨앤앰 전무는 판결 후 서울중앙지법 로비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케이블방송이 시청자를 위해 행하는 지상파방송 재전송 행위를 동시중계권 침해로 판결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재판부가 2009년 12월 18일 이후 신규 디지털케이블 가입자에 대한 지상파방송 재전송 금지를 명령했지만, 기존 가입자와의 분리송출이 현재로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판결 이행을 위해서는 모든 가입자에 대한 송출 중단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즉, 판결을 받아들여 지상파 재송신을 중단하더라도 2009년 12월 18일 이후 신규 디지털케이블 가입자 뿐 아니라, 모든 디지털케이블 가입자는 물론 아날로그 가입자까지 지상파 재송신을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전체 TV 시청가구수의 80% 이상이 유료방송 가입자임을 감안할 때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하지만 케이블업계가 이같은 `실력행사'에 나설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크지 않아 보인다. 시청자 피해를 감안할 때 쉽지 않은 결정인데다, 업계 내부에서도 원만한 해결을 원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블업계는 이날 예상과 달리 즉각적으로 항소 의사를 밝히지 않고, 사업자들과 논의를 통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협상 재개시 재송신료 두고 치열한 공방 예상=지상파방송사들도 손해배상청구 등 후속 소송을 즉각 제기하기보다는 케이블측과 재송신 협상 타결을 희망하고 있다. 지상파방송사 관계자는 "재송신 중단을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보상 등에 대해 강제하지 않은 부분은 다소 아쉽지만, 이번 판결로 지상파 재송신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며 "이번 판결을 토대로 케이블업계와 원만하게 재송신 협상이 타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실 지상파방송사 입장에서도 케이블이 재송신을 중단할 경우, 시청자 피해에 따른 비난은 차치하더라도 난시청 해소 등에 따른 의무를 보다 적극적으로 져야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법원이 간접강제를 두지 않은 만큼, 케이블이 당장 지상파 재송신을 중단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상파도 이에 대한 추가 소송을 당장 제기할 가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양측이 다시 재송신 협상에 나서면서 잠시 소강상태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케이블이 동시 재전송 행위를 계속할 때 1일당 1억원의 간접강제 이행금을 요구한 청구에 대해 "소송 과정에 원만한 해결 과정을 보인 점 등을 고려할 때 향후 간접강제의 필요성이 없어 보인다"며 기각했다.
하지만 양측이 재송신 협상을 재개할 경우, 이번 판결로 지상파방송이 다소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해도, 대가 산정을 두고 치열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앞서 지상파방송 3사는 케이블측에 재송신 대가로 가입자당 320원을 수신료에서 지불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디지털 케이블 가입자는 320만명 정도로, 월 30억원 가량을 3사에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일각에서 원만히 합의가 끝난다 해도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나 케이블 시청자에게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이다. 즉, 예산이 한정돼 있는 SO들이 기존에 PP에게 주던 수신료 범위 내에서 지상파 재송신 대가를 지급하거나 시청자에게 부담을 전가할 가능이 크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판결로 IPTV와 스카이라이프가 지상파에 재송신 대가를 지불할지도 관심거리다. 이들은 그동안 이번 소송을 지켜보며 지상파방송 3사에 재송신 대가 지불을 미뤄왔으며, 이와 관련 MBC는 스카이라이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바 있다. 이에 대해 지상파방송사 관계자는 "법적인 근거가 마련된 이상 계속해서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민옥기자 mo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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