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경쟁/방송통신기술

미디어의 미래

영원한 울트라 2011. 1. 12. 17:07

1. Spotify: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 음악 서비스

유럽에 오면 꼭 이용해보고 싶은 서비스가 있었다. 스포티파이(Spotify)라는 클라우드(Cloud) 음악 서비스다. 매달 10유로를 내면 듣고 싶은 음악은 무엇이든지 들을 수 있다. 음악을 MP3플레이어나 컴퓨터에 저장할 필요가 없다. 이른바 ‘인터넷 구름’이라는 클라우드에 (친구들과 함께) 듣고자 하는 음악은 저장되어 있고 노트북이건, 아이팟 터치건, 스파트폰이건, 친구집 컴퓨터건, 인터넷으로 연결된 자동차 오디오건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내가 듣고 싶은 기계(endgadget)에서 즐길 수 있다.
바로 클라우드 컴퓨팅의 핵심인 ‘동질 경험’(homogeneous experience)을 단말기 또는 가젯과 상관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매달 10달러가 부담스럽다? 그럼 노래 시작 전에 짦은 광고를 들어야 하는 무료 회원이 되어 원하는 음악을 맘껏 즐기면 된다.
아직 저작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유럽 6개국 외에서는 서비스 되지 않지만, 언론보도에 따르면 Spotify의 2011년 미국시장 진출 가능성이 매우 높다. Spotify의 성장률도 가파르다. 이미 유료회원, 다시 말해 매달 10유로를 내며 광고없이 음악을 즐기는 회원수가 50만명을 넘어서고 있다(출처보기).


2. MP3의 미래: 음악이 고유주소(URL)를 가지며 인터넷을 떠돈다

MP3가 독일 프라우엔호프 연구소를 통해 세상에 처음으로 등장한지 올해로 15년이 된다(출처보기). MP3 발명은 전축과 LP의 발명과 비견될 만큼 음악 산업의 전환점이 된 사건이었다. 아이튠즈(iTunes), 아마존 MP3 등 음악 플랫폼을 통해 MP3 형식의 음악을 내려받고, 이를 소비자 개인 컴퓨터 또는 MP3플레이어에 저장하여 즐기는 음악 소비형태는 주류가 된지 오래다.
그런데 과연 이렇게 ‘내려받고, 저장하고, 음악파일을 복사하고, 다른 단말기에 옮기고’하는 방식이 앞으로 15년 후에도 동일한 음악 소비양식이 될까? 나의 대답은 NO다.
변화의 실마리는 트위터에서 찾을 수 있다. 많은 트위터 사용자들이 트윗을 통해 음악을 추천하고 있다. 그리고 음악 추천의 절대 다수는 유튜브(YouTube) 동영상 고유주소(URL)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언제나 인터넷망에 열결된 소비자(Always-On-Consumer)는, 물리적인 파일 형식으로 음악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의 고유주소를 앎으로서 음악을 즐기고 있다. 그리고 트위터 등 다양한 소셜미디어 서비스는 음악을 사회으로 선별(filtering)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3. N 스크린: 스마트 미디어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낳는 패러다임

개인 컴퓨터, 전통 TV 수상기, 스마트폰 등 복수의 스크린에서 동일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는 의미를 가진 ‘N 스크린’은 스마트TV를 대중적으로 설명하는 훌륭한 개념이다.
그러나 문제는 N 스크린 개념을 미디어 기업들이 사용하는데 있다. N 스크린 개념의 뿌리는 이른바 ‘원소스 멑티유즈(One Source Multi Use)’이다. 그러나 원소스 멀티유즈 개념은 ‘콘텐츠가 최고다’(content is king)와 함께 전통 미디어 기업이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는데 실패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종이신문의 내용을 온라인에 전환(transformation)하는 것으로 또는 종이신문 내용을 아이패드(iPad)에 전환하는 것을 뉴미디어 전략으로 이해하는 언론 기업이 절대 다수다. ‘전환’을 ‘멀티유즈’로 이해한 것이다.
한국 TV 방송 뉴스는 온라인에서 어떻게 제공되고 있는가? 아나운서와 기자의 멘트가 글로 전환(transformation)되어 동영상과 함께 제공되고 있다. 이것이 미디어 기업이 이해하는 원소스 멀티유즈다. 원소스 멀티유즈 개념은, 서로 다른 미디어는 서로 다른 콘텐츠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이해하는 데 장애요소다.
N 스크린도 동일한 효과를 가질 수 있다. 공중파 방송국에 의해 주문! 제작된 드라마와 쇼 프로그램이 다양한 스크린을 통해 제공되는 것쯤으로 N스크린 전략은 이해될 수 있다. 각각의 방송 프로그램이 각자의 고유주소(URL)를 가지고 인터넷 구름(cloud)에 머물면서 복수 중계 플랫폼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전달되고, 다양한 소셜 미디어를 통해 선별되고, 음성을 통해 호출되는 그러한 미디어 생산, 유통, 소비의 변화에 대한 전체적 조망을 방해하는 개념이 ‘N 스크린’ 개념이다. N 스크린은, 소비자의 이해를 돕는 개념이지 미디어 콘텐츠 생산자가 관심가져서는 안되는 개념이다.
음악, 동영상 등이 0과 1로 구성되는 디지털로 바뀐 것이 첫번째 뉴미디어 변동이었다면, 0과 1로 구성된 미디어 콘텐츠가 고유주소를 가지며, 개별 소비자의 하드웨어에 저장되지 않고 인터넷 구름 속에 머물면서 확산되고 소비되고 풍부해지는 것이 바로 두번째 뉴미디어 변동이다.


4. 스마트 미디어 시대: 소비자 컴퓨터 시장도 새롭게 재편될 것이다

더 빠른 중앙전산처리장치(CPU), 더 큰 용량의 저장장치, 더 큰 화면, 또는 이 모든 특징을 다 가진, 때문에 타사의 제품보다 이른바 스팩이 좋은 제품이 시장에서 많이 팔리는 시대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위에서 말한 미디어 유통 및 소비 변화는 이른바 컴퓨터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내 개인의 소비성향의 변화를 서술하는 것을 통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보도록 하겠다.
전자제품과 관련하여 내 개인 소비성향을 평가한다면, 나는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 소비자 집단 중 맨 마지막에 속할 것이다. 아직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2009년 하반기에 구입한 아이팟 터치에 만족해 한다. 아이패드를 구입할 수 있는 곳에 살면서도, 그리고 하루에 열두번씩 구입할까 말까를 망설이지만 당분간 구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다. 그런 내게 최근 고민이 하나 생겼다. 2년 반 전에 구입해 애용하고 있는 애플 ‘맥북’(MacBook)이 고열과 소음으로 교체 시기를 알리고 있다. 새로운 휴대용 컴퓨터 모델을 검색하고 사용자 평을 읽어보며 이 모델을 살까 저 모델을 살까 고민하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다.
그런데 맥북을 구입했던 2년 반 전과 크게 달라진 최근 내 선택기준에 스스로 놀라고 있다. 중앙전산처리장치(CPU) 속도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저장장치의 크기도 전혀 중요하지 않다. 즐겨사용하는 키노트(Keynote)를 제외한다면 다시 윈도우 기반 컴퓨터를 구입할 수 도 있다. 지난 6개월 동안 체험한 클라우드 기반 ‘드랍박스’(Dropbox) 서비스는, USB 저장장치 등 저장장치의 중요성을 내 의식에서 앗아갔다. 게임을 하지 않는 내겐 그래픽 카드도 중요하지 않다. ‘구글닥스’ 서비스를 최근 사용하기 시작했기에 특정 소프트웨어만 작동하는 운영체계도 중요하지 않다. 내게 필요한 것은, 브라우저 창을 다섯 개 정도 열어놓고, 20여개의 브라우저 탭을 띄워놓고, 클라우드 기반 음악 서비스와 유튜브 서비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노트북이면 딱이다. 이를 위해 WiFi와 동시에 와이브로(Wibro)가 별도 장치없이 가능해야 한다. 또한 배터리 수명이 매우 중요하다.
내가 유별난 소비자인가? 내가 원하는 휴대용 컴퓨터를 생산하는 업체는 앞으로도 없을 것인가?
클라우드 컴퓨팅이 대중화된다면 그리고 이를 위해 다양한 문서편집기, 음악 및 방송 서비스가 클라우드 컴퓨팅 기반으로 제공된다면, 이에 상응하는 하드웨어 시장의 변동이 뒤따를 것이다.
디지털과 인터넷이 가져온 미디어 산업과 미디어 소비의 변동은 이제 겨우 20년이 지났을 뿐이다. 앞으로 5년, 10년, 20년 동안 겪게될 변동에 비한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겪은 것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