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신문·방송·케이블TV… 과연 아이패드에 무릎 꿇을 것인가
“케이블TV는 인터넷이 나온 뒤에도 끄떡없었다. 구글TV도 케이블TV를 넘어설 수는 없을 것이다. 아이폰도 케이블TV를 이길 수는 없다. 백전노장 케이블TV의 숨통을 끊는 비수의 역할은 아이패드가 해낼 것이다.”
지난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1 가전전시회(CES)’ 당시 논의됐던 ‘태블릿PC의 내일’에 관한 포럼 내용 중 일부이다. ‘2011 CES’는 2700개 전시장에서 2600여개의 새로운 IT 관련상품이 선보인, 명실공히 인류 IT 역사상 가장 큰 이벤트라는 평가를 받았다. 모두 14만명이 다녀간 CES에서 가장 관심을 끈 하이라이트는 무엇일까? 애플의 태블릿PC 아이패드이다. 안경이 필요없는 3D TV와, 모토로라가 사운을 걸고 만든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전화기 아트릭스(Atrix)도 눈길을 끌기는 했지만, 스타는 아이패드였다.
질적으로 다른 아이폰과 아이패드
14만명의 참가자들은 어디를 가나 아이패드에 관한 얘기를 하거나 들어야만 했다. 아이패드가 상한가를 달리면서, ‘미투(Me Too)’ 상품인 ‘아이패드 클론(Clone)’도 덩달아 모습을 드러냈다. CES에 출시된 아이패드 클론은 무려 85종류. 아이패드를 능가한다는 삼성전자의 갤럭시탭도 아이패드 클론 범주에 들어가 있다. 흥미로운 것은 CES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아이패드가 정작 전시장에는 얼굴도 내밀지 않았다는 점이다. 애플이 전시장 자체를 열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없는 전시장에는 85개의 ‘미투’ 상품과, 아이패드를 위한 키보드, 알람시계, 충전기, 케이스 같은 액세서리만 눈길을 끌었다. 아이패드 클론들은 아이패드에서 볼 수 없는 기능이나 장점을 추가하면서 나름대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려고 노력했다. 고화질 카메라를 달거나, 보다 가볍고, 가격 면에서 저렴하고, 컬러와 음향이 개선된 상품들이다. 그러나 결론은 역시 아이패드, 특히 2월에 선보일 아이패드2로 모아졌다.
아이패드 클론들은 ‘미투’ 상품이란 점 외에도 또 다른 공통점을 갖고 있다. 안드로이드 시스템 탑재 태블릿PC란 공통점이다. 85개의 현란한 태블릿PC들이 CES를 빛냈다고는 하지만, 크게 보면 애플의 아이패드와 안드로이드의 태블릿PC로 이분될 수 있을 뿐이다. 아이패드가 CES의 주인공이 된 이유는 아이패드가 갖는 하드 기능이 돋보였기 때문만은 아니다. 고성능 카메라를 탑재할 아이패드2의 새로운 하드 기능에 관심이 가지만 정작 가장 알고 싶은 것은 다른 부분이다. “애플의 아이패드가 과연 어떤 미래를 만들어낼 것인가?” 안티 애플 유저라면 아마 “안드로이드 시스템이 어떤 미래를 만들어낼까?”라는 의문을 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CES에서 그 같은 논의는, 애플이 창조해 낼 내일을 본 뒤에야 나타날 수 있는 ‘종속변수’쯤으로 받아들일 뿐이다.
한국에서는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거의 동일선상에서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두 개의 상품은 새로운 앱의 등장과 함께 전혀 다른 양상으로 발전되고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아이폰과 아이패드는 전혀 다른 콘셉트의 상품으로, 비즈니스 분야도 전혀 다르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유는 크기에서 비롯된다.
음향·화면·컬러라는 측면에서 볼 때 큰 아이패드는 작은 아이폰이 갖지 못하는 박력과 감동을 갖고 있다. IT세계에서 크고 선명하다는 것은 양적인 개념보다 질적 수준으로 해석될 수 있다. 고화질의 큰 TV는 성형수술로 다듬어진 얼굴과, 땀으로 가득찬 배우의 감동적인 연기를 구별해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렇다면 크고 선명한 아이패드는 과연 어떤 미래를 창조해내고 기존의 IT 세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현재 미국에서 가장 활발히 논의되는 화두는 ‘아이패드가 과연 신문·방송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라는 부분에 있다. 아이패드 시대에 맞춰 기존의 신문·방송·잡지는 과연 어떻게 변신하고, 어떤 영향을 받게 될 것인가?
아이패드야말로 케이블TV의 천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곧 불어닥칠 아이패드 폭풍의 전조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지난해 11월 미국 텍사스주 프리스코에 있는 리서치업체 디퓨전 그룹(Diffusion Group)은 아이패드 소유자들을 상대로 케이블TV에 관한 설문조사를 벌였다. 설문조사 결과 가운데 핵심 사항만 압축해서 살펴보자.
질문 1. 6개월 내에 케이블TV 시청을 중단할 것인가. 아이패드 소유자의 33.9%는 “케이블TV 시청을 중단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응답자의 12.9%는 “중단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아이패드 소유자 10명 중 3명 정도가 가까운 시일 내에 케이블TV를 중단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곧 아이패드를 구입할 사람의 경우도, 응답자의 13.5%가 케이블TV 시청을 중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질문 2. 6개월 내에 케이블TV의 채널 서비스를 줄이겠는가. 아이패드 소유자의 35.5%는 “유료채널의 수를 줄이겠다”고 답했다. 아이패드 소유자 10명 중 3.5명은 곧 유료채널 수를 줄여 지출을 줄일 생각을 갖고 있다. 채널 수 축소를 아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아이패드 소유자도 27.4%에 달했다. 아이패드를 곧 구입할 사람의 29.5%도 유료채널 축소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
아이패드 소유자가 케이블TV에 무관심해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아이패드 안에서 다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케이블 뉴스채널 CNN, 지상파 ABC, 교양채널로 히스토리(History)와 내셔널 지오그래피(National Geography), 유럽 뉴스채널인 BBC, 미국 정부 공영방송인 PBS, 드라마 전문채널인 HBO…. 케이블 TV의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채널들을 아이패드 앱을 통해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일부 유료도 있지만 대부분의 앱은 무료이다. 가까운 시일 내에 실시간 HD 방송 시청도 가능해질 것이다. TV가 아니라 이동용 앱을 통해 곧바로 100여개의 케이블TV를 여는 식이다. 앱을 통한 실시간 방영은 이르면 올해 중순 이전에 가능해질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올해 중순부터 케이블TV 업체의 도산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이미 일부 IT전문가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아이패드의 영향은 케이블TV만이 아니라 신문·잡지와 같은 종이 미디어, 즉 ‘올드 미디어(Old Media)’에 더더욱 크게 밀어닥치고 있다. 아이패드를 갖는 순간, 신문과 잡지 구독을 중단하려는 사람이 생기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 AP통신, USA투데이, 로스앤젤레스타임스, 파이낸셜타임스, 워싱턴포스트, 타임, 피플, GQ, 롤링스톤스, 플레이보이…. 중요한 신문·잡지의 대부분이 이미 자신만의 독창적인 앱을 만들어 아이패드에 제공하고 있다.
현재 유료가 아닌, 무료가 대부분인 신문·잡지 앱의 가공할 위력은 지난해 12월 9일 발표된 미주리대학 저널리즘스쿨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1609명의 아이패드 소유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는 가까운 시일 내에 올드 미디어가 맞게 될 ‘불편한 미래’를 수치로 설명하고 있다. 참고로 설문에 응한 아이패드 소유자는 평균 나이 48세로 남자가 80.2%, 평균학력은 석사(76.6%), 소득은 연봉 10만달러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20~30대에 집중되는 아이폰에 비해 아이패드 사용자는 40대 말 남성이 주류이며 고학력·고소득자란 점이 이채롭다. 이들은 아이패드가 나온 뒤 2개월 만에 구입한, 이른바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이기도 하다. 테크놀러지 변화에 민감하다는 말이다. 아이패드 소유자로, 아이폰도 갖고 있는 사람은 조사 대상자 가운데 7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결과의 핵심사항을 살펴본다.
질문 1. 하루 어느 정도 아이패드를 사용하는가. “1시간 이상 62.7%, 2시간 이상 28.3%.” 질문 2.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뉴스 리포트 이벤트에 관한 정보습득에 있다. 84.4%.” 아이폰이 게임 텍스트메시지에 집중하는 성향이 있는 반면 아이패드의 주기능은 뉴스와 정보를 위한 도구라는 점이 다르다. 질문 3. 뉴스를 접하는 주된 소스는 어디인가. “아이패드 78.5%, TV 52.5%, 개인용 컴퓨터 50.7%, 일요신문 30.7%.” 아이패드 소유자는 아아패드를 메인 뉴스 소스로 삼고 신문·방송·잡지를 멀리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아이패드 소유자의 35%가 케이블TV 시청을 중단하겠다고 말한 것과 동일선상에서 이해될 수 있다. 질문 4. 6개월 내에 신문구독을 중단할 생각은 있는가 “그렇다 58.1%, 신문구독을 이미 중단한 상태이다 10.7%.” |
1606명의 아이패드 소유자 가운데 신문을 구독하는 사람은 931명이다. 아이패드를 갖고 현재 신문구독을 하고 있는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곧 신문구독을 중단할 생각을 갖고 있으며 열 명 중 한 명은 이미 구독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문·방송에 미칠 아이패드의 영향은 ‘아이패드 클론’, 즉 다른 태블릿PC를 통해 더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올드 미디어 앱들의 대부분은 1차로 아이패드와 아이폰 환경을 생각하면서 만들어진다. 애플용 앱들은 빠른 시간 안에 안드로이드 쪽으로 이동할 것이다.
‘아이패드 클론’이 만들어낼 방송·신문·잡지 앱이 몰고올 위력도 결코 무시할 수가 없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아이패드를 포함한 태블릿PC의 2011년 총판매 규모는 약 3600만대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소셜 미디어 ‘마셜(Marshall)’에 따르면 아이패드의 경우 지난해 약 1000만대를 팔아치운 데 이어, 2011년 한 해 동안 약 2500만대를 전세계에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세계 태블릿PC 시장의 약 70%를 아이패드가 장악한다는 말이 된다.
2월에 선보이고 4월에 판매될 예정인 아이패드2는 또다른 애플의 신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011년은 아이폰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새로운 변화를 찾아서 아이패드로 옮겨가는 시기가 될 것이다. 이는 신문·방송·잡지·케이블TV에 대한 수요가 극적으로 줄어들고 앱에 대한 수요가 급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패드 앱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문제는, 올드 미디어의 생존 가능성 여부를 알려주는 척도이기도 하다.
인터넷 시대 이후 주변에서 사라지는 것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다. 비디오, 카세트, 음악CD, 노란색의 전화번호부 책은 이미 과거의 앨범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인터넷, 구글TV, 아이폰에서도 살아남은 신문·방송·잡지가 아이패드 시대를 어떻게 맞이할지 올해 안에 그 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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