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야기/사회문화

중국 축구

영원한 울트라 2011. 11. 15. 09:28

토니 무통, 편집 이용훈 기자 = 골닷컴 중국 편집장인 토니 무통이 중국 대표팀이 월드컵 본선 도전에 실패하는 이유를 살펴보았다.

이라크와의 경기를 앞둔 중국의 분위기는 '죽기 아니면 살기'였는데, 끔찍한 93분의 시간을 보낸 이후 중국은 죽어가고 있다. 아직 공식적으로 사망한 것은 아니지만, 월드컵 본선이 열리는 브라질과는 이미 작별 인사를 나눴다고 봐도 된다.

중국이 남은 두 경기에서 모두 이기더라도, 이라크가 승점 1점만 더 따내면 중국의 탈락은 확정된다. 이라크의 남은 상대인 싱가포르는 조에서 가장 약한 팀이고, 요르단은 이라크 출신 감독이 지휘하고 있다. 따라서 중국에는 기적조차 필요하지 않다.

1990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는 지역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탈락이 확정됐기에 불운이라고 생각했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는 이라크에 패해 탈락했는데, 이는 당시 대표팀을 지휘하던 클라우스 슐라프너 감독이 탐과 맞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최종 예선도 아닌 3차 예선에서 탈락했는데, 당시에는 감독이 상황을 완전히 잘못 분석했었다. 2006 독일 월드컵도 3차 예선에서 탈락했는데, 홍콩을 7-0으로 꺾고도 쿠웨이트에 밀려나야 했고,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이라크, 호주, 카타르와 함께 죽음의 조를 형성하는 불운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불평할 거리조차 없다. 중국은 가장 쉬운 조에 속해서 꼴불견인 모습을 보인 끝에 패했다. 예선 네 경기에서 3패. 이보다 더 나쁠 수가 있겠는가? 심지어 이라크 원정은 상대가 카타르에서 경기를 치러 홈 어드밴티지도 없었다.

이제 우리는 중국이 왜 월드컵에서 늘 실패하는지를 돌아보고 원인을 분석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다섯 가지의 원인이 있다고 본다.

1. 기초 부실

우선 중국 축구는 기초부터가 매우 부실하다. 지역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중국 축구협회에 등록된 유소년 숫자는 전 연령을 통틀어 6천 명에 불과하다. 일본의 유소년은 60만 명이고, 독일은 무려 650만 명이다.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라인 중국이기에, 6천이라는 숫자는 사실상 아무 소용도 없는 셈이다. 중국인들 대부분이 축구 팬인데도, 그들은 그저 TV로 축구를 시청할 뿐 직접 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팬들 대부분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AC 밀란, 바르셀로나와 같은 유럽 클럽을 응원한다.

어쩌면 이들을 진정한 축구 팬이라고 하긴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중국에는 유럽과 같은 축구 문화가 없고, 그들은 단지 성공적인 팀이 펼치는 최고의 경기를 보고 싶은 것뿐이다. 따라서 이를 잘못됐다고 나무랄 수도 없다.

지난 10년간 중국 축구계에는 부정적인 일들만이 있었고, 이에 축구장을 찾는 가족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또한, 중국의 대도시에서는 대부분 가정이 아이를 하나만 낳고 있는데, 이 아이들에게는 축구를 잘하는 것보다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 게 더 중요하다.

2. 수준 낮은 리그

중국은 1994년에 프로 리그를 창설하고, 이후에 이를 중국 슈퍼 리그라고 명명했다. 그러나 슈퍼 리그는 아시아의 그 어떤 리그보다 프로답지 못하게 운영됐다.

선수들은 자신들이 프리미어 리그나 세리에A에서 뛰는 선수들과 똑같다고 말하지만, 그 정도 수준의 선수와 계약을 맺을 유럽 팀은 하부 리그까지 다 뒤져도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중국 슈퍼 리그에는 16개 팀이 있는데, 대부분의 팀 후원 기업의 요구에 따라 매 시즌 팀 이름을 바꾼다. 후원 기업이 돈이 되는 것은 맞지만, 그들의 요구대로만 팀을 운영해서는 안 된다. 광저우 팬들은 광저우 구단을 응원하는 것이지, 그들을 후원하는 부동산 업체를 응원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기의 수준은 매우 낮은데, 중국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싶으면 실력 좋은 용병 5명만 영입하면 된다. 용병들이 경기를 진행하고 골도 넣는 것을 지켜보며 중국 선수들은 수비와 태클만 한다. 이러니 중국 대표팀이 국제 대회에서 형편없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3. 부패한 축구계

작년에 중국 축구 협회 수뇌부들과 심판들 몇몇이 감옥에 갔지만, 이상하게도 최종 판결이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다. 승부 조작이라는 죄를 지었지만, 이에 대한 처벌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5년? 10년? 20년 형? 아니면 무기 징역을 주어야 하나?

승부 조작은 범죄지만, 극형을 받을 정도의 중범죄는 아니다. 실제로 과거에 투옥된 심판 중 하나는 모든 심판이 모든 구단으로부터 돈을 받는데 왜 자신만 죄인으로 몰렸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수많은 선수와 심판이 승부를 조작하고, 감독과 구단 수뇌부는 뇌물을 수수하며, 유소년 선수들은 거리낌 없이 생년월일을 조작한다. 이는 실로 수치스러운 일이다. 제대로 부패를 수사하면 중국에서 축구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 선수와 감독, 심판 모두가 감옥에 가야 할 테니 말이다.

4. 낡은 사고방식

중국이 단기간에 성공을 거둬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중국 리그에서 활약하는 용병을 귀화시키면 된다. 출중한 실력을 갖추고도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대표팀에 부름을 받지 못하는 선수들은 많다.

현대 축구에서 귀화는 이상한 일도 아니다. 일본만 봐도 과거에 라모스와 산토스 같은 귀화 선수가 있었고, 최근에는 타다나리 리, 마이크 하프나 같은 외국계 선수들이 있다.

중국에서 활약하면서 귀화와 대표팀 발탁을 꿈꾸는 선수들도 있다. 그러나 축구협회는 이들의 꿈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중국 대표팀은 중국 선수들로만 구성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리그에서 활약 중인 선수가 중국을 대표해서 뛰길 원하는데 이를 막을 이유가 대체 뭔지 모르겠다.

사실, 중국은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는 등 법 체계 자체도 너무 낡았다. 축구를 위해서라도 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

5. 아시아 팀들의 빠른 발전

중국이 뒤로 가는 건지 천천히 앞으로 가는 건지 모르겠는 사이에, 많은 아시아 팀들은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인도와 인도네시아, 홍콩 등지에서도 자국 리그에 대한 긍정적인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다.

2002 한일 월드컵 이전까지 아시아에서는 쉽게 이길 수 있는 경기들이 있었다. 한국과 일본, 이란, 사우디, 카타르 등만 피하면 이기지 못할 팀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이제는홈에서 싱가포르를 꺾는 데도 행운이 필요한 게 엄연한 현실이다.

이제 다음 기회는 2018 러시아 또는 2022 카타르 월드컵이 됐다. 2002년 처럼 아시아에서 월드컵이 열리는 2022년이 중국에겐 행운이 따를 기회로 보인다.

그러나 이마저 놓치게 되면 중국은 21세기 안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게 된다. 차라리 직접 월드컵을 개최해서 예선을 거치지 않고 본선에 참가하는 게 빠를 것이다. 그때까지 지구가 멸망하지 않을지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