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랑/국내작가소개방

마라의 죽음

영원한 울트라 2005. 10. 4. 19:31


마라의 죽음 (Death of Marat 1791)

이 작품은 혁명당의 지도자중 하나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마라의 죽음을 다룬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극명하게 2단으로 나뉘어진 화면은 지극히 단순하게 처리된 윗 단과 죽은 마라를 담은 하단으로 구분된다.
그는 고질적인 피부병으로 인해 약을 푼 욕탕에 몸을 담그고 집무를 보던 중 샤르롯트 코데(Charlotte Cordet)라는
반대파가 보낸 자객에게 살해당하는데 그림에는 코데가 들고 온 편지, 피 묻은 칼이 마치 당시의 상황을 재현하듯이
화면 안에 그대로 놓여있어 사건을 기록적으로 보여준다.
마치 신문기자의 현장 취재 사진 같은 모습은 그러나 다비드의 의도가 숨은 아주 고의적 장치들로서 마라의 억울한
죽음을 강조한다.

마라의 가슴에 난 상처까지 부분부분 드러난 피 자국이 사실적이지만, 이 작품은 죽음의 느낌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못한다.
우선 마라의 얼굴이 너무나 평온하다. 근육은 아직 힘찬 긴장감이 돌고, 특히 편지를 쥔 손과 팔은 살아있는 생기가 느껴진다.
엷은 미소까지 짓고 있는 얼굴에선 살해당한 인물의 처절함이나 괴로움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터번을 두른 머리는 마치 두광과 같고 가슴에 난 상처는 순교자나 그리스도의 도상을 연상시킨다.
다비드는 자신이 경배하는 마라의 죽음을 마치 순교자의 죽음처럼 경건하고 성스럽게 미화해서 표현했으며,
화면 우측 하단에는 다비드가 보내는 추모의 글이 함께 묘사되어 마치 묘비와 도상이 결합된 기념비의 성격을 갖게 한다.

무엇보다 다비드가 친애하는 마라의 죽음에는 과거 종교적 도상과의 결합이 눈에 띈다.
예를 들면 머리에 두른 두건은 마치 성인의 두광과 같은 효과를 주고, 가슴에 난 상처는 그리스도의 창에 찔린 부위와 유사하며,
이상화된 표정은 숭고하고도 영웅적 죽음을 대표한다.
정적이고도 미화된 이 그림은 역사적 사실자체를 보여주기보다는 작가의 감성과 고전적 이상화가 강하게 느껴지는 기념비적
작품으로 신고전주의의 전형을 다시 한 번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