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네의 그림을 보면 유독 말년의 그림만이 다르게 보인다. 혹자들은 그러한 그림이 후세의 추상화에 영향을 끼쳤다고 하지만, 모네는 눈에 보이는 그대로 그렸던 것이다.
말년에 그린 모네의 그림이 다른 이유는?
인상파 화가의 대표적인 인물인 모네(Claude Monet; 1840-1926)는 노년에 시력에 문제가 있었다고 알려져 있으며 그로 인해 그의 말기 작품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모네의 시력 저하는 양안에 발생한 백내장 때문이었으며 그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견해가 있지만 백내장의 원인이야 어찌 되었든 그는 백내장으로 인해 그림을 그리는 일을 계속 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고통을 받았고 그의 노년기 작품들에도 백내장으로 인한 시기능의 변화가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08년(69세)에 모네는 자신의 이러한 변화를 느끼기 시작하였고 이후 시력은 점점 나빠져서 1912년에 프랑스 파리의 안과의사를 찾게 되었고 이때 백내장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다. 1918년, 모네는 자신이 더 이상 색을 정확히 구별하기가 힘들고 사물을 정확하게 묘사하기가 힘들다고 고백하였다.
서로 다른 시기에 같은 장소를 배경으로 그린 두 개의 그림의 세부적인 묘사가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를 보면 모네가 어떠한 상황에 있었는지를 잘 알 수 있다.
|
|
▲ 같은 장소(The Japanese Bridge at Giverny)를 그렸지만 1900년(61세)에 그린 그림(좌)과 1923년(84세)에 그린 그림(우)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
처음에 모네는 밝은 곳에서 색을 구별하는 것이 더 어렵고 배경과 사물의 대비가 분명한 장면을 그리는 것이 더 수월하다고 생각하여 작업시간과 환경을 바꾸는 것으로 이러한 상황에 적응하려고 하였다고 한다. 실제로 백내장 환자들 중에서는 밝은 곳보다 어두운 곳에서 시력이 더 좋은 경우를 볼 수 있는데 이는 밝을 곳에서는 동공의 크기가 줄어 백내장에 의해 빛이 차단당할 기회가 더 증가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모네는 더욱 시력이 감퇴되어 작품활동을 계속할 수 없었고 한 안과의사( Dr. Charles Coutela)를 만나게 되고 수술을 권유 받게 된다. 당시 모네의 시력은 오른쪽 눈이 빛을 겨우 분간할 수 있는 정도였고 왼쪽 눈은 0.1이었다. 그러나 그 당시는 백내장수술의 성공률이 낮을 때였고 그가 알고 있는 예술가들 몇 명이 백내장 수술을 받았지만 그 결과가 매우 좋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모네는 수술하는 것을 몹시 망설였다고 한다.
1922년 12월, 모네는 오른쪽 눈 백내장 수술을 받았다. 1923년 6월까지도 모네는 안경을 쓰나 안 쓰나 잘 안 보인다고 불평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인공수정체가 없던 시기라서 수술 후 시력을 교정하기 위해 두꺼운 안경을 써야만 했다. 1923년 모네의 주치의는 모네의 오른 쪽 눈 시력이 안경을 끼고 근거리는 0.7, 원거리는 0.3에서 0.4까지 교정된다고 기술하였고 자신은 수술 결과에 대단히 만족스럽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모네는 색깔이 이전과 다르게 느껴지며 왼쪽 눈과 동시에 볼 수 없고 보이는 범위가 너무 좁고 사물이 왜곡되어 보인다는 등의 불평을 계속 하였다고 한다. 오늘날도 백내장 수술 후에 색깔이 조금 달라보인다는 말을 종종 듣곤 한다. 그러나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보다 원래의 색에 가깝도록 인공수정체에 색을 보정할 수 있는 처리를 하여 제작한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수정체가 없는 상태로 놔 둔 상태에서 안경으로만 교정했기 때문에 푸른색계열이 수정체에 의해 걸러지지 않아 사물이 더 파랗게 보일 수 있었고 모네도 수술한 쪽은 파랗게 보이고 수술 안한 쪽은 더 노랗게 보인다고 불평하였다고 한다.
또한 수술 후 착용하는 안경은 10디옵터 이상의 돋보기인데 이런 안경은 사물을 매우 크게 확대를 해 주어서 양쪽 눈으로 보는 사물의 크기가 달라져 두 눈으로는 동시에 사물을 보기가 어렵게 된다. 또 당시의 광학기술이 오늘날과 같지 않아서 사물이 더욱 어그러져 보였을 수도 있다. 그리고 안경알의 주변부로 가면 이러한 왜곡현상이 심해지고 안경알의 범위를 벗어나는 곳의 시야는 잘 안보이게 되어 시야가 좁다고 불평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오늘날은 인공수정체의 개발로 대부분 해결이 되어 있다. 단지 모네가 불평한 문제 중 하나, 가까운 곳을 볼 때 안경이 하나 더 필요하다고 했던 부분은 아직도 백내장 수술의 미완의 문제로 남아있기는 하다. 물론 가까운 장래에 이 문제도 해결될 것이다.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현재 여러 방법들이 시도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술 후에도 모네는 계속 작품을 만들었다. 이전에 작품들에 비해 작품성이 떨어진다는 비평가들도 있었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의 뭉개진 듯한 말기의 스타일이 어쩌면 후대의 추상화풍에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모네는 말기에 심한 우울증으로 시달렸다고 한다. 목소리를 잃은 가수와 백내장 수술을 받은 화가는 모두 그 분야에서 쓸모없는 존재라고 썼다고 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러한 장애와 당시의 만족스럽지 못한 수술방법에도 불구하고 죽는 날까지 자신의 일을 최선을 다해 했던 모네를 보면서 또한 그의 불만족스러운 작품들 조차 후대에 큰 평가를 받는 것을 보면서 때론 자신의 일이 만족스럽지 못해도 최선을 다하다 보면 그 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는 일을 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안재홍 교수 / 안과학교실
'미술사랑 > 그림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밀놀데 (0) | 2005.12.04 |
---|---|
에밀놀데 (0) | 2005.12.04 |
공원·미술관·유적·온천·이 있는 곳 (0) | 2005.11.29 |
피카소의 일화 (0) | 2005.10.23 |
야수파[포비즘] 총정리 (0) | 2005.10.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