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Artemisia Gentileschi (1593-1651) 아르테미시아는 초기 유럽 근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여류 화가다. 프리다와 오키프가 여류 화가의 대명사라면 아르테미시아는 여류 화가 열전의 대모라 할 수 있다. 이탈리아 바로크 화가 오라치오 젠틸레스키의 딸인데, 전통적인 소재를 독창적으로 그려낸 인물로 후에 아버지보다 더 유명한 화가가 되었다. 아르테미시아는 당시에도 천재성을 인정받았지만, “반면에 남성에게만 있어야 하는 재능을 가졌다는 이유로” 신랄한 비난도 받아야 했다.
17세기 여성 화가로써는 처음으로 사회적 입지를 확고히 차지하고, 그 활동을 인정 받았던 야망이 눈부셨던 천재적 화가...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는 18세때 아버지의 동료이자, 그녀의 스승이었던 아고스티노 (Agostino)에게 능욕을 당한다.
그 때나 지금이나 혼전관계, 겁탈의 어두운 구석은 여자가 짊어 져야 할 무거운 짐이다.
아고스티노를 심판하는 교황 법정... 그에 대한 심리와 판결이 이루어지는 자리에서 엉뚱하게도 고문은 아르테미시아에게 돌아간다. 그녀가 사실을 말할 때까지 손가락의 뿌리 부분을 파고 들어가는 톱니바퀴에 의해 진홍색 피가 흐르고, 이를 보는 아고스티노는 비릿한 웃음으로 끝까지 겁탈혐의를 부인한다.
손가락을 거의 잘라 내는 듯한 고문에 그림을 더 그릴 수가 없는 천재화가... 그녀는 이러한 미래를 이미 예상했던 것인지, 이 일이 있기 벌써 1년 전에 다음 그림을 그렸다. 시각적 능욕도 능욕인 것이다. 그림 속 여인의 얼굴은 바로 그녀 자신의 두려움과 수치심을 나타낸 것일 수도 있다.
거의 매일 열리는 법정의 심리를 마치고, 거리의 야유와 조롱을 등 뒤로 무심히 삭히던 이 어린 화가는 어느날 그리다 만 유딧 (Judit) 을 들추어 본다.
카라바지오의 유딧을 보고 난 후의 충격에 그 그림을 따라 그려보기로 하고선 붓을 들었던 아르테미시아는, 날이 갈 수록 빛의 선을 따라 드러나는 캔버스위 유딧의 몸과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너무 천상적이다.
적장의 목을 자르기 위해선 바닷가 생선파는 여인네의 팔뚝만큼 힘있고 굵은 팔이라야 한다. 천사의 미소와 천상의 얼굴로는 어울리는 화면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녀 자신만의 유딧을 창조하리라. 문득 힘이 들어간 손바닥에선 마른 핏자국이 떨어져 나가고, 고여 있던 피는 흘러 유딧의 젖가슴에 순결을 잃은 그녀의 초혈처럼 내려 앉았다. 그리고는 미친 듯 색을 섞어나가던 아르테미시아...
생존해 있던 그 어느 화가보다 더 살색의 신비로움을 잘 나타내는 화가로 알려지게 된 연유가 바로 이 때 느꼈던 예술적 카타르시스로 인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분노와, 정열과, 힘. 유딧의 목은 다빗상의 넓고 굵직한 목이며, 힘이 들어 가 있는 굳은 얼굴과 턱 선은 바로 아르테미시아 그녀 자신의 것이었다. 사회적 성차별에 대한 반발인 것이기도 했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베는 유딧],
Artemisia Gentileschi, Judit Beheading Holofernes, 1620
Oil on canvas, 78 3/8 x 64 in (199 x 162.5 cm), Uffizi, Florence 후에 그녀는 아버지가 계획한 정략결혼에 의해 은전 몇 푼에 팔려 가게 된다. 딸의 천재성을 어떻게 해서든지 세상에 알리고 싶은 아버지의 야망은, 딸을 욕보인 아고스티노를 법정에서 빼내 주는 대신 돈을 받는다. 이 돈으로 딸을 피렌체의 무명 화가에게 보내는 아버지... 그렇게 함으로써, 예술의 도시 피렌체에서 딸의 그림을 인정받는 것을 보고싶어 하는 아버지... 자신의 실력에 합당치 않은 무명의 한을 딸을 통해 벗어자 보고자 했던 것일까.
아르테미시아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한을 풀 길이 없었지만, 세월이 보여주는 피의 상관성은 그녀 또한 아버지 못지 않은 야망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결국 그녀는 스스로 이를 깨닫게 되고 운명적으로 아버지를 받아 들이게 된다.
그녀가 아버지 못지 않은 야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남편 피에트로 때문이기도 했다. 무명의 우유부단한 화가였던 남편은, 유명한 부인의 천재성과 야망에 질투와 자학으로 대항하며 스스로를 쓰레기처럼 내 던진다.
<Gentileschi, Artemisia (Zuschreibung), Lucretia, 1642/1643, Bild, Neapel, Palazzo Rea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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