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랑/그림 이야기

칸딘스키와 클레의 추상 미술

영원한 울트라 2006. 1. 19. 16:06

 

칸딘스키와 클레의 추상 미술


작품의 성격과 중요성을 감안하거나 저술을 통한 이론과 바우하우스에서의 교육이 미친 영향을 살펴볼 때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1866~1944)와 파울 클레Paul Klee(1879~1940)는 20세기 전반기의 추상 미술 발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이들은 자연의 풍경이나 대상의 표현적 특징을 재현하지 않고 망막에 투영되는 실제 이미지에 상관하지 않은 채 회화 도구 본래의 표현적 속성을 살리는 데 역점을 둔 선구자들이다.
표현적 이미지를 창조하기 위해 선, 면, 색 등과 같은 회화 요소를 과학적으로 심리적으로 세밀하게 분석했다.
재현적 표현을 버리고 기하적 원근법을 없애며 색채와 형태의 한층 심오한 감각적 특성을 명확하게 다룸으로써 회화 공간을 창조했다.
자연에서 받은 감동을 전통적인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자 논리적 사고가 아닌 갑자기 떠오르는 일종의 직관을 통해 회화와 자연은 각각 원리와 목적이 다른 두 개의 분리된 세계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이를 근거로 회화의 자율성에 관한 믿음, 즉 회화는 외부세계와의 어떤 유사성이 아니라 본래의 미학적 원리에 의해 지속되거나 존재한다는 신념을 갖게 되었다.
풍경화의 경우 폴 세잔과 마찬가지로 자연 앞에 서서 아무런 목적도 없이 그냥 바라본 장면을 그리는 것으로 세잔의 말대로 “개처럼” 바라본 자연, 혹은 어린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듯 목적을 가지지 않은 채 단순히 자연의 형태와 색채만을 경험하는 것이다.


칸딘스키는 1909년 여름부터 ‘즉흥’ 연작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인물, 건물, 산 등의 형태가 불분명하다.
그것들은 기호의 기능을 한다. ‘즉흥’이란 제목은 가능한 한 자발적인 방법으로 그리고 의식적인 제어작용을 극소화한 상태에서 형태들을 창조했음을 시사한다.
‘구성’ 연작은 ‘즉흥’에 기반을 두고 계획적으로 확장시킨 것들이다.
이런 작품들은 기하적 추상과는 구분되며 추상에 이르는 또 다른 과정이며, 특기할 점은 기하적 추상과 칸딘스키의 비정형 추상을 적대적인 양식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인상’ 연작을 예로 들면, 칸딘스키가 1911년 1월 2일 아르놀트 쇤베르크의 음악회에 다녀온 후에 그린 <인상 III - 콘서트>가 있는데, ‘인상’은 외부세계에 대한 직접적인 인상을 표현하기 위해 선택한 제목이다.
시각적 인상뿐 아니라 비재현적인 방법으로 표현하는 모든 종류의 감각적인 인상을 의미한다.
청각적 인상과 시각적 인상을 동시에 표현한 것으로 형태와 색채를 콘서트홀의 분위기와 음악에 대한 상징으로 나타내면서 노란색과 검은색을 두드러지게 나타내기 위해 흰색으로 보완한 것이다.
검은색 면은 무대 위의 그랜드 피아노이며 왼편 여러 개의 작은 검은 곡선은 무대 가까이서 음악을 듣는 청중을 상징한 것이다.
피아노를 가운데로 양편의 흰 기둥은 실제 기둥이 아니라 소리기둥의 은유적 표현이다.
가장 인상을 주는 노란색은 콘서트홀을 가득 매운 쇤베르크의 소리이다.
노란색은 소리를 상징하는 색으로 그는 1909년에 무대 구성에 관한 글에서 <노란 소리>란 제목을 사용했다.
<인상 III - 콘서트>는 서로 영향을 주는 회화와 음악의 공감각을 표현한 것으로 이런 공감각은 20세기 초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클레의 작품에서도 빼어놓을 수 없는 요소이다.
칸딘스키는 악기의 소리를 색채와 연관시키면서도 음악과 회화에는 자체의 특정한 자원이 있다고 보았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 칸딘스키는 신지학과 강신술에 심취해있었으며, 인지학 사상가 루돌프 스타이너의 가르침을 받아들였고, 신지학에 관한 많은 논문을 소장한 시인 스테판 조지를 중심으로 한 뮌헨 서클에 관련되어 있었다.
이런 배경 속에서 그는 내면의 경험 혹은 정신적 현상을 시각적으로 나타내는 일에 몰두했으며 <즉흥 21a>는 이런 환경 속에서 창안된 것이다.
1911년에 제작한 작은 유리그림 <태양과 함께>를 변형시키면서 흡족했는지 아니면 더 진전시키고 싶었는지 1913년에 <단순한 기쁨>이란 제목으로 다시 유화로 제작했다.
세 작품이 약간 다른 양식으로 제작되었으나 유리그림의 조형 언어가 사용했으므로 추상에 대한 그의 의도와 과정을 알 수 있다.


<태양과 함께>에 나타난 가파른 이중 언덕은 그가 종종 사용하는 고향에 대한 향수로 러시아 건축물을 올려놓기 위한 회화적 언덕이다.
왼편에 세 기사가 말을 몰고 언덕을 올라가고 하늘에는 검은 구름이 있으며 세 사람이 탄 배가 물결을 가르고 호수를 지나고 있다.
하단 오른편에 반은 동물로 보이는 두 형상이 화면 안으로 들어선다.
이 작품은 새로운 정신적 시대가 열렸음을 알리는 칸딘스키의 묵시론적 관념의 세계이다.
이 작품을 염두에 두고 <즉흥 21a>를 보면 이해가 수월해진다.
그는 <태양과 함께>에 나타난 섬세한 색채가 마음에 들어 약 18개월 후 동일한 주제로 큰 유화 <단순한 기쁨>을 그리게 되었다고 말했다.


<즉흥 21a>와 <단순한 기쁨>보다는 <태양과 함께>에서 각각의 회화적 요소가 더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음을 본다.
<태양과 함께>의 상단 왼편 빛을 발하는 대각선으로 흰색을 칠해진 곳이 <즉흥 21a>에서는 붉은 태양이 삽입된 곳이다.
언덕 위에는 <태양과 함께>에서와 마찬가지로 둥근 지붕을 한 러시아 교회가 있다.
말을 몰고 언덕을 올라가는 세 기사는 여기에서 그리고 <단순한 기쁨>에서는 더욱 생략되었다.
노 젓는 세 사람의 모습도 역시 흐릿한 색으로 더욱 생략되었다.
<즉흥 21a>에서는 색을 문질러 흐릿하게 한 부분들이 많으며 <태양과 함께>에서의 밝은 색상들은 회색으로 덮어졌다.



칸딘스키와는 달리 클레는 재현적 이미지를 남긴 작품에서 왜곡하는 방법을 사용했으며 왜곡은 추상에 이르는 또 다른 방법이다.
아내에게 보낸 편지에 “진실을 제시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왜곡되게 표현했다”고 적었듯이 본질에 접근하기 위한 방법으로 형태와 색채를 비자연주의 방법으로 사용했다.
그의 작품은 유머가 있고, 시적 위트가 있으며, 절도 있는 아이러니가 표현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만 회화의 궁극적인 중요성을 갈망한 이상주의자였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는 표현수단으로 숫자, 알파벳, 느낌표, 음악부호, 정지부호, 화살표, 별, 깃발, 눈, 심장 같은 형상적 상징적 추상적 기호를 많이 사용했다.
이런 기호적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자연과 결부된 한계에서 벗어나 무한한 표현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기호와 상징은 다의적 의미를 지니기 때문에 하나의 논리적인 의미로 확정지어지지 않는다.
작품에 시적인 제목을 붙였으므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클레는 <창조에의 고백>(1919)에서 “예술은 보이는 것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적었다.


<급강하하는 새와 화살표>에서 급강하하는 새는 비행기처럼 보이며 그는 한 해 전에 <새-비행기>를 이런 형태로 묘사한 적이 있다.
비행기를 바라보며 새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직사각형들을 연결시키면서 연결되는 부분에 점을 찍고 새의 다리를 그려 넣고 새의 머리를 달아 새도 되고 비행기도 되게 했다.
드로잉에서는 하단에 작은 화살표를 두 개 그려 넣었지만 수채화에서는 큰 화살표 세 개를 그려 넣어 하강의 방향을 가리키며 강렬한 인상을 주게 했다.
<하강하는 새>는 드로잉 <하강하고 활주하는 새>를 그린 후 구성을 정리하여 완성한 것이다.
그는 전쟁 중 독일군 비행학교에 복무하면서 1918년 3월 8일 폭격수 게오르그 슈미트의 비행기가 추락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는 일기에 적었다.

“이번 주 나는 세 차례에 걸친 치명적인 사건을 목격했는데 한 사람은 프로펠러에 부딪혔고 두 사람은 공중에서 충돌했다. 어제는 네 번째의 사람이 커다란 소리를 내면서 지붕 위로 거꾸로 곤두박질쳤다. 사람들이 사방에서 몰려들었다.”

일 년 후 클레는 그날의 사건을 머리에 떠올리며 이 그림을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하강하는 새의 모양을 모사하면서 비행기에 13이란 숫자를 적어 넣고 오른편에 하강하는 방향을 화살표로 크게 그려 넣어 하강의 속도가 매우 빨랐음을 시사한다.
숫자 13은 비행기에 적힌 넘버일 수도 있고 불운을 상징하는 숫자이기도 하다.
화살표는 이후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게 된다.


클레는 캐리커처 회화 작품도 많이 제작했으며, <배나무 아래의 남자>는 ‘감나무 아래서 감 떨어지기만 기다린다’는 우리나라 속담을 상기시키는 작품이다.
배나무 아래 한 사내가 두 다리를 길게 펴고 앉아서 배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위를 쳐다보지도 않으며 배가 막 그의 무릎에 떨어지려고 한다.
그가 노동 없이 결실을 거두려는 운을 따르는 사람을 묘사한 것인지 더 이상 젊지 않은 사람의 성적 갈망을 조롱한 것이지 확실하지 않은데, 붉은 점이 있는 배가 여성의 젖처럼 생겨 후자의 해석도 가능해보인다.
나무와 인물 모두 붉은색, 오렌지색, 노란색으로 골고루 칠해졌고 나무 아래의 사람이 입고 있는 의상은 다이아몬드 무늬가 있는 광대가 입는 것이다.
일부 평론가는 이 작품을 클레의 화상 한스 골츠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노력 없이 클레의 작품을 팔아 이익을 챙긴 것을 조롱한 작품으로 해석한 것이다.
클레는 화상 알프레드 플레트하임의 50회 생일에 선물로 주기 위해 1928년에 <무제>란 제목으로 펜과 잉크로 드로잉하면서 배 혹은 여성의 젖을 펀칭백으로 바꾸었다.


블루 도판 33 칸딘스키, <인상 III-컨서트 Impression III-Concert>, 1911, 캔버스에 유채, 77.5-100cm.
블루 도판 43 칸딘스키, <즉흥 21a Improvisation 21a>, 1911, 캔버스에 유채, 96-105cm.
블루 도판 55 칸딘스키, <태양과 함께 With Sun>, 1911, 유리그림, 30.6-40.3cm.
타센 105 칸딘스키, <단순한 기쁨 Simple Pleasure>, 1913, 캔버스에 유채, 109.8-119.7cm.
아브람 94 클레, <급강하하는 새와 화살표 Birds Swooping Down and Arrows>, 1919, 수채화, 21.3-26.7cm.
아브람 97 클레, <새-비행기 Bird-Planes>, 1918, 종이에 연필, 21.8-27.4cm.
아브람 98 클레, <하강하는 새 Falling Bird>, 1919, 수채화, 펜과 검정 잉크, 16.2-18.7cm.
아브람 99 클레, <하강하고 활주하는 새 Falling and Gliding Bird>, 1919, 크레용, 28-22cm.
아브람 134 클레, <배나무 아래의 남자 The Man Under the Pear Tree>, 1921, 수채화, 36.5-24.8cm.
아브람 135-1 클레, <무제 Untitled>, 1928, 펜과 잉크, 29-23.5cm.

 

Colorful Ensemble (738x550pix, 96kb)

 

Colorful Life

Colorful Life (552x696pix, 102kb)

 

Stressed Center (600x1602pix, 467kb)

 

Autumn in Bavaria (1908, 33x45cm)

 

 

Cemetery & Vicarage in Kochel

Cemetery & Vicarage in Kochel (1909)

 

 

Portrait of Gabriele Münter

Gabriele Münter (1905; 632x650pix, 137kb)

 

Improvisation 7 (1910, 131x97cm)

 

Composition IV (1911, 159x250)

 

 

Composition V (1911, (190x275cm)

 

Composition VI (1913, 195x300cm)

 

Composition VII (1913, 200x300cm)

 

Fragment 2 for Composition VII (1913, 88x100cm)

 

Composition VIII (1923, 140x201cm)

 

 

Composition IX (1936, 114x195cm)

 

 

Composition X (1939, 130x195cm)

 

Black Spot I (1912, 100x130cm)

 

< Ravine Improvisation (1914, 110x110cm)

 

 

on White II (1923, 105x98cm)

 

 

Small Pleasures

 

 

Black and Violet (1923)

 

 

Contrasting Sounds (1924, 70x50cm)

 

 

Painting with Houses (408x550pix, 50kb)

 

 

Yellow, Red, Blue (1925, 127x200cm)

 

클레 작품들...

The Mask with the Little Flag

 

The Mask with the Little Flag, 1925, watercolor on paper mounted on cardboard, Staatsgalerie, Munich

 

  

17 Astray

 

17 Astray, 1923, watercolor and India ink on paper mounted on cardboard, Kunstmuseum Öffentliche Kunstsammlung, Basel

 

 

 

 

Legend of the Nile

 

 

 

Park of Idols

 

  

 

 

Insula Dulcamara

 

 

 

 

Embrace

 

 

 

 

 

 

Captive

 

 

 

 

 

 

Death and Fire

 

 

 

 

 

 

Rising Sun

 

 

 

 

 

once

 

Once Emerged from the Gray of Night, 1918, watercolor on paper mounted on cardboard, Kunstmuseum, Bern

 

 

 

 

 

Station L 112

 

Station L 112, watercolor and India ink on paper mounted on cardboard, Kunstmuseum, Bern

 

 

 

 

 

 

 

 

2005/09/20  시골의사

 

 

 

'미술사랑 > 그림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민화 이야기  (0) 2006.01.27
미래파...  (0) 2006.01.23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0) 2006.01.16
시대별로 본 비너스 그림  (0) 2006.01.16
[이카로스의 추락이 있는 풍경]  (0) 2006.0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