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더비서 현대작품 첫선
세계 시장으로 뻗어가는 한국 현대작가들이 뉴욕 경매시장을 뒤흔들었다. 뉴욕 소더비 경매회사는 지난달 31일 열린 제1회 아시아현대미술 경매를 통해 20대 신인에서 70대 원로까지 한국 작가 24명의 작품을 내놓았고, 이 중 23점이 낙찰됐다. 이곳에선 처음 있는 일이다. 소더비측은 한국 작품의 낙찰 총액을 37만~49만달러로 예상했으나, 결과는 이를 훨씬 웃도는 70만달러(7억원)였다.
최고가 기록은 이우환(70)의 추상화 ‘무제’(1982)가 세운 16만8000달러(1억7000만원). 추정가 최고치인 7만달러의 두 배를 넘겼다. 안성하(29)의 사탕 정물화(2만2000달러), 홍경택(38)의 책더미 그림(4만2000달러), 배준성(39)의 혼합재료 그림(3만8000달러), 함진(28)의 조각(2만달러) 등도 추정가의 두 배 이상으로 낙찰이 됐다. 작년 런던에서 가수 엘튼 존이 2700만원에 샀던 배병우(56)의 소나무 사진(에디션 넘버3)과 같은 사진(에디션 넘버2)은 이번에 4800만원(4만8000달러)에 팔렸다.
미술계는 이번 경매를 ‘대성공’으로 평가한다. 한국 현대미술이 중국·홍콩을 넘어 세계시장에 본격 진출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뉴욕 경매에서 ‘한국미술’이란 고미술을 뜻했고, 박수근·백남준 등이 경매 끝부분에 몇 점 출품되는 정도였다. 이번에 추정가보다 훨씬 높게 팔린 젊은 작가들의 경우, 대부분 국내 거래가격의 두 배 이상에 낙찰돼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국제적 지명도가 높지 않은 작가들이라 “아직은 조심스럽게 지켜보는 게 좋다”는 신중론도 있다.
이번 성공의 원인에 대해 미술시장 전문가들은 “중국현대미술이 세계시장에서 상종가를 치면서 그 물결을 타고 한국과 일본 작품 가격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소더비의 크리스틴 젤더 매니저는 “아시아 현대미술에는 서양과는 다른 매력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소스를 찾는 서양인들이 좋아한다”라고 전했다. 크리스티 경매회사 배혜경 한국지사장은 “한국작품은 작품성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 앞으로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시아의 신흥부자 컬렉터들이 아시아 미술품에 투자하는 것도 전체적으로 값이 올라가는 이유 중 하나다. 이날 경매 최고가 기록은 97만달러(9억7000만원)에 낙찰된 중국 작가 장 샤오강의 그림 ‘혈통 시리즈: 동무 120번’이 세웠는데, 싱가포르의 신흥 컬렉터가 산 것이었다.
2004년부터 한국 생존 작가들을 경매해온 홍콩 크리스티는 다음달 한국현대미술작품을 대폭 늘린 33점으로 또다시 경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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