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랑/그림 이야기

우드의 봄이오네

영원한 울트라 2006. 4. 9. 23:42

 

 

 

 

 

 

 


 

 

우드(1891~1942), 봄이 오네, 1936, 메이소나이트에 유채, 46×102cm, 노스 캐롤라이나, 레이놀다 하우스 미국 미술관(도판 ‘웬디 수녀의 1000 걸작’, 497쪽)

 

봄은 파릇파릇한 새순과 함께 옵니다. 더불어 봄은 농부들의 부지런한 쟁기질과 함께 옵니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이 오면 농부들은 한 해 농사를 위해 땅부터 갈지요. 자연은 초록빛 의욕으로 만물에 윤기를 더해주고, 농부는 황금빛 구슬땀으로 논밭에 생기를 더해줍니다.

그랜트 우드가 그린 ‘봄이 오네’는 지루한 겨울을 보내고 활동하기 시작한 부지런한 농부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그림입니다. 미국 땅은 워낙 광활한 탓에 너른 평원이 끝없이 이어지지요. 그 땅을 가는 농부의 모습이 마치 개미 같습니다. 농부가 ‘ㅁ’자로 가는 땅은, 시간이 좀 더 흐르면 초록빛은 완전히 사라지고 갈색만 남겠지요.

그림 왼쪽 상단에 완전히 갈려 사각형을 이룬 갈색 땅이 보입니다. 완만한 평야 위에 이렇듯 기하학적인 형태로 땅을 갈아엎으니 마치 거대한 추상화 한 점을 보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매일 울고 웃으며 부대끼는 일들도 먼 거리, 오랜 시간을 두고 보면 이처럼 한 폭의 아름다운 추상화 같은 것일지 모릅니다. 물론 그런 추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림 속의 농부처럼 아주 부지런해야 할 것입니다.

우드는요
미국 화가 그랜트 우드(1891~1942)는 제1차세계대전 참전 후 1920년대 몇 차례 유럽을 방문하면서 동판화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알브레히트 뒤러 같은 독일 르네상스의 거장들에게 빠져들었다. 이들의 독창적인 발상과 신비주의에 매료된 우드는 귀국 후 미국의 전통적인 소박한 리얼리즘 기법을 이용해 ‘개척자 터너’ ‘화분을 든 여인’ ‘아메리칸 고딕’을 그리면서 유명해졌다.

한 가지 더∼
유럽에서 이민 온 사람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미국에서는 일찍부터 유럽 미술의 전통을 소중히 여겼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자 ‘미국 미술은 미국 미술다워야 한다’며 유럽에서는 보기 힘든 시각과 형식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이 나타났습니다. 우드도 그런 화가 가운데 한 사람이지요. 우드의 풍경화는 오로지 미국에서만 가능한 이미지입니다.

 

이주헌의 쉽고 재미있는 그림 읽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