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랑/그림 이야기

프리다칼로의 ‘부상당한 사슴’

영원한 울트라 2006. 4. 12. 15:14


 

고통과 좌절감을 초현실주의 기법으로 표현한
칼로의 ‘부상당한 사슴’

 

칼로(1907~1954), 부상당한 사슴(나는 가련한 작은 사슴), 1946, 섬유판에 유채, 22.4×30cm, 개인 소장

화살을 많이 맞아 심하게 부상당한 어린 사슴이 홀로 숲속을 헤매고 있습니다. 나무들은 가지가 부러졌거나 잎이 없어 죽은 나무처럼 보입니다. 그나마 잎이 있는 가지는 부러져 바닥에 뒹굴고 있군요. 이 가엾은 가지는 부상당한 사슴의 또 다른 모습입니다. 뒤로는 바다가 펼쳐져 있고 구름이 보입니다. 구름 사이로 번개가 치고 있습니다. 우호적인 것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그야말로 적대적인 환경입니다. 화가는 부상당한 사슴의 머리를 사람의 얼굴로 대신 그렸습니다. 이 사람은 누구일까요? 바로 화가 자신인 프리다 칼로입니다. 이 그림을 그릴 당시 칼로는 무척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뉴욕에서 척추수술을 받았으나 결과가 그다지 좋지 못했다고 합니다. 멕시코 태생인 칼로는 어릴 적 버스 사고의 후유증으로 오랫동안 육체적 고통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이제 수술만 받으면 그 아픔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수술 결과는 좋지 못했습니다. 그의 기대와는 달리 몸이 전혀 나아지지 않은 것이지요. 엄청난 실망이 몰려왔습니다. 그러자 칼로는 자신이 갖고 있는 좌절감과 육체적 고통을 부상당한 사슴으로 표현한 것이지요. 예술가들은 인간의 감정을 사람의 형상을 통해서만 표현하지는 않습니다. 이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배경을 통해 묘사하기도 하고, 사람의 얼굴을 동물의 몸에 덧붙이는 식의 초현실주의적인 기법을 쓰기도 합니다. 칼로는 이런 방법에 있어 누구보다 뛰어난 화가였습니다. 칼로의 아픈 마음이 그만큼 눈물겹게 다가옵니다.

칼로는요
멕시코의 여류화가 프리다 칼로(1907~1954)는 7세 때 소아마비에 걸려 다리를 절게 되었고, 18세 때 버스 사고로 척추와 오른쪽 다리, 자궁을 다쳐 평생 30여 차례의 수술을 받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이 사고는 예술 세계에도 큰 영향을 미쳐 그는 ‘부상당한 사슴’ ‘두 명의 프리다’ ‘나의 탄생’과 같이 상처받은 내면의 모습을 주제로 한 자화상을 주로 그렸다.

한 가지 더∼
시, 소설, 수필, 희곡 등 문학의 여러 장르 가운데 그림과 가장 가까운 장르는 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는 다양한 감정과 복잡한 상황을 매우 함축적이고 미적인 언어로 표현해내지요. 그림도 한 장면 안에 여러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림과 시는 둘 다 순간과 영원을 동시에 느끼게 합니다. 칼로의 그림을 보며 한번 시를 지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미술 칼럼니스트 이주헌의 그림 읽기 모음집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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