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랑/그림 이야기

변태 성욕자 구스타브 크림트

영원한 울트라 2006. 5. 4. 00:25
변태 성욕자 구스타브 크림트

우리 주변의 카페나 주점 등에서 흔하게 만날 수 있는 그림이 있다면 그 중 하나가 '구스타프 크림트(Gustav Klimt)'의 작품이 아닐까.
왠지 몽환적이고 뇌쇄적이며 애로틱한 분위기의 작품. 상당히 장식적이며 화려한 가운데 자리잡은 인물들은 한결같이 방금 정사를 끝낸 듯 몽롱한 시선을 내리깔며 관객을 대하고 있다.

크림트의 여성에 대한 애정과 집착이 없었다면 이런 작품이 나올 수 있었을까.
많은 예술작가들이 그들의 마음 한쪽 빈 구석을 이성(異姓)에서 찾으려 했었고 크림트 또한 다르지 않았으리라. 오죽했으면 당대의 카사노바라 불리웠겠는가. 그의 작품에 대한 평은 인터넷 여기저기 잘 실려 있으니 살짝 접어두고 오늘은 그의 여성 편력과 에로티시즘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보자.

생전 독신으로 삶을 살았던 크림트는 수많은 여인을 품에 품었다.
속설에 의하면 모델로 선 여자는 모두 그와 잠자리를 했다고도 하는데, 이렇듯 여성편력이 심했던 크림트. 당연한 결과겠지만 그에게는 14명의 사생아가 남겨졌다.
1918년 2월 6일 그가 세상을 떠나자 사생아의 어머니들이 상속을 요구하기에 이르고 복잡한 유산 문제에 직면한 그의 여인 중 '에밀레 플뤠게'가 배분하게 되는데 크림트의 여인 중 '에밀리 플뤠게'에게서만 유독 자식이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당시 유럽은 아르누보(전통으로부터의 이탈, 새 양식의 창조를 지향하여 자연주의·자발성·단순 및 기술적 완전을 이상으로 했다.)가 성행하던 시기이며 변혁의 태동 한 가운데 서 있었지만 외설적고 뇌쇄적인 크림트의 작품세계는 많은 이들을 당혹하게 만들기에 충분하였으리라.
1900~1903년 비엔나 대학 강당의 천정화 '철학', '의학', '법학'이 분리파 전시회에 발표되고부터 수많은 논란과 비평이 있었다.
세번째 작품인 '법학'에서 그의 에로티시즘은 사회적 논쟁의 최고조에 달하였다. 정부와 비평가들은 물론이고 일반 여론까지 들고 일어나 '춘화'다. 혹은 '변태 성욕자'라고 까지 비난하기에 이르렀으며 이 일로 그의 작품은 점차 외면되기 시작하여 생애의 하향을 걸어야만 하였다.

우여곡절 속에 살아온 크림트.
말년엔 풍경화와 초상화를 많이 그렸었는데 특히 초상화 작업은 매우 열심이었다. 이유는 오스트리아의 많은 여인들이 그의 손으로 그려진 초상화를 원했기 때문인데 크림트의 초상화가 가지는 에로틱한 분위기와 장식적이고 화려한 색채는 비엔나 상류층 부녀자들이 좋아할 만한 것이었으며 일종의 유행이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를 통해 크림트는 금전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적당했기 때문이었다고도 하겠다.


크림트가 활동하던 시기는 유럽의 역사에서 격동의 시기였다.
영국은 이집트를 삼키고 수에즈 운하를 건설하며 이탈리아는 터키를 급습하고, 프랑스는 알제리의 지배를 강화하는 등 새로운 세력인 부르조아지들의 식민지 쟁탈과 20세기의 문턱에서 산고를 치를 즈음이었다.
이러한 격변의 시대에 시민들 또한 정상적이지 못하였다. 청교도적 도덕은 사라지고 인륜의 도덕성은 땅에 떨어졌고, 퇴폐와 문란이 가득한 시절이었다. 이러한 시대에 그의 그림을 이렇다 저렇다 떠들던 사람들도 뒤돌아서 딴짓하던 시절이었다.
의연히 작품앞에서 크림트의 에로티시즘을 꼬집던 사람들. 바르지 못한 사회에서 바르지 못한 그림을 나무라는 사람들. 거울 속의 자신을 나무라는 턱이었다.

여기서 우리가 바르게 알아야 할 것은 크림트의 에로티시즘은 인간의 성(性)을 위한 에로틱이 아니라는 것이다. 작품의 표면에 나타나는 몽환적이고 섹스어필한 분위기와는 달리 작품의 이면(裏面)에서 보여지는 그것은 인류의 오랜 역사와 같이 하는 '페미니즘(feminism)'이 크림트에 의해 노골화 되고 상징적으로 나타난 시작이었을 뿐이라 하겠다.

"이거 너무 야해~"라는 생각에 앞서 그림 속을 찬찬히 둘러보고, 그 속에 숨어있는 이성의 관계, 삶과 생애, 고락(苦樂)에 대해 천천히 다시 돌이켜 봄도 좋은 감상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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