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나 초보자의 경우에는 거의 켄트지로만 수채화를 그려 마치 이것이 수채화의 전문지인 줄 아는데, 이 종이는 비교적 값이 싸고 구하기 쉬운 연습지 정도로 생각해야 한다. 물론 이 종이로도 좋은 작품을 그릴 수 있으나 오래 보존할 작품으로는 적합하지 못하다. 종이는 먼저 수제지와 기계지가 있는데, 수제지는 비싼 반면 발색이 좋고 기계지는 대량생산되어 값이 싼 편이나 수제지처럼 예민하지 못하다.
또한 화학적으로 알카리지와 산성지가 있는데, 우리가 흔히 보는 신문지를 비롯한 대부분의 서적, 그리고 켄트지가 바로 산성지에 해당한다. 산성지는 10년 이상 지나면 퇴색과 변색이 되고, 종이가 누렇게 변하는 소위 황화현상이 생기며 또한 잘게 부스러진다. 그러나 고급수채화지는 알카리성이다. 당연히 수채화용지는 이를 써야 한다.
세계적인 유명한 수채화지는 영국의 와트만(Watman), 산토스(Santos), 프랑스의 아르슈(Arches), 캉송(Canson) 그리고 이태리의 파브리아노(Fabriano), 왈로(Gvallo)사에서 만든 것이 정평이 나 있고, 일본에서 자체 개발한 모(Mo)지도 양질의 수채화지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수채화 전문지가 개발되지 않았는데, 재래의 창호지를 응용하면 좋은 수채화지를 개발할 수 있을 것 같다. 위에 말한것은 종이회사만을 소개한 것인데, 각 회사마다 지질과 성질 그리고 두께가 각각 다른 종이를 수 십종씩 생산하므로 실제로 수채화 용지는 그 수에 있어서 엄청나게 많다. 또한 근래에는 합성수지를 혼합한 종이까지 생산되므로 선택도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아마도 한국에서 가장 많이 쓰는 것은 켄트지와 와트만지일 것으로 생각된다.
그밖에 수채화용 색지가 수 십종이 있는데, 바탕색이 있으므로 재미있는 효과를 낼 수 있으며 응용미술에서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초보자에게는 권할만한 것이 못된다. 이와같은 수채화지에만 수채화를 그리는 것은 아니고, 일부 작가는 목탄지, 골판지, 심지어 장판지까지도 사용하나 보통 실험적인 경향에 쓴다. 그리고 종이의 크기는 대작을 하는데 방해요소가 되었으나, 근래에는 롤(roll)지가 생산되어, 수채화로도 상당한 대작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종이는 분명히 캔버스보다 내구성이 약하다. 종이를 구기거나 습기에 노출시키면 그림 그리는 데 치명적인 결함이 되고 만다. 보관상태가 좋지 못하면 곰팡이가 생기고, 겉보기에는 멀쩡하나 색칠을 하면 검거나 흰 얼룩이 일어나서 이곳에는 물감이 먹지 않는 경우도 있다. 새 종이나 다 그려진 작품은 반드시 큰 통 안에 넣어 습기가 없는 곳에서 보관하도록 해야 한다. 흔히 작업실에서 바닥이나 창가에 노출시키는 것은 종이의 건강에 대단히 해롭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