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랑/ART 뉴스

세계가 중국미술 "사자" 열풍

영원한 울트라 2006. 5. 22. 17:55
세계가 중국미술 "사자" 열풍
    
중국미술에 투기 바람이 불고 있다. 12∼16일 열린 베이징아트페어는 그런 기류가 확인된 자리였다. 이름이 좀 알려진 중국 작가들의 작품들은 물론 일부 신진 작가들의 작품까지 아트페어가 개막도 되기 전에 입도선매돼 전시 부스에 판매된 작품임을 알리는 빨간 딱지가 즐비하게 나붙었다. 전시장에서 만난 한 중국 화랑주는 최근의 이상과열 현상을 광풍이라고까지 표현했다. 그야말로 로또를 방불케 한다는 것. 그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옥션을 중심으로 미술품 가격이 2∼10배 폭등하면서 컬렉터들이 사모펀드처럼 그룹을 만들어 베팅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팡리준, 웨민쥔, 장샤오강 등 유명 작가들은 현찰을 들고 달려들어도 작품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요즘엔 일부 컬렉터는 특정 작가의 작품을 싹쓸이해 그 중에서 한두 점을 옥션에 출품해 자신들이 고가에 사들이는 가격 끌어올리기 작전까지 펼치고 있다.

중국 미술품은 사두면 무조건 돈이 된다는 인식에 한국 컬렉터들과 화랑까지 중국 미술시장에 몰려들고 있다. 이번 베이징아트페어에도 투자를 타진하기 위해 다수의 한국 컬렉터들이 원정길에 나섰다. 3년 전부터 중국 미술품을 수집하고 있다는 K씨는 “중국 미술품 시장이 한국의 1980년대 말∼1990년대 초를 연상시킨다”며 “지금이 중국 미술품 투자의 적기”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은 경제 개발로 부가 축적되던 1970년대부터 그림값이 상종가를 치기 시작했다. 초기의 동양화 선호에서 1980년대 아파트 거주가 일반화 되면서 그에 어울리는 서양화가 강세를 보였다. 1990년대 초까지 잘나가던 한국 작가들은 물감이 마르기도 전에 그림이 팔려나갔다. 개혁·개방으로 활황기를 맞고 있는 중국의 오늘이 그때를 연상시킨다

한편에서 조심스럽게 중국 미술 거품론이 거론되고 있다. 한때 좋은 시절을 보내고 깊은 불황의 늪에 빠진 한국 화랑가의 모습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낙관론이 여전히 우세다. 넓은 중국 미술시장은 작은 한국 미술시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무한한 잠재력이 있다는 진단이다.

중국 유명작가들의 작품으로 아트 상품까지 개발한 아트사이드 이동재 대표는 “최근의 중국 미술품 가격 폭등은 1군 작가와 2군 작가의 차별화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옥션 등 작전세력에 휘둘린 투자는 자칫 낭패를 보기 쉽다”고 경계했다. 20년 전 한국의 베스트셀러 작가 상당수가 이름도 없이 사라진 사실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베이징=편완식 기자 wansi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