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랑/그림 이야기

작품 보는 눈?… ‘발품’ 판 만큼 보인다

영원한 울트라 2006. 6. 15. 16:31
작품 보는 눈?… ‘발품’ 판 만큼 보인다
[조선일보 2006-05-06 02:57]    

초보라면 1년에 1~2점, 한달 월급정도로 시작을
신예작가 위주 ‘대박’ 노릴수록 위험부담도 높아

[조선일보]

미술품 컬렉팅은 얼마에 어떤 작품으로 시작하면 좋을까? 사람에 따라 그 답변이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는 질문일 터인데, 평균인을 기준으로 내가 제안하는 금액은 자신의 한 달 월급 수준이다. 미술품이 총 자산에서 차지하는 이상적인 비중을 10% 내외로 볼 때 합당한 금액이고, 일년에 한두 점씩 30 년 동안 산다면 평생 30점에서 60점 정도의 컬렉션이 된다. 금액이 너무 크면 짐이 되고 너무 적으면 진지해지지 않는다. 동서양의 미술시장 역사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거장들이 미술시장에서 막 인정받기 시작할 무렵의 보통사이즈 작품 한 점 값이 당대 보통인의 한 달 월급 수준이었다.

어떤 작품을 살 것인가는 각자의 취향이다. 여느 자산과 마찬가지로 미술품 투자에도 환금성과 수익성에 대한 위험이 따른다. 위험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아주 젊은 작가의 큰 작품이나 작은 작품 여러 점을 사고 보수적인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인정받은 작가의 작품이나 대가의 드로잉, 혹은 판화를 살 수 있다.

갓 등단한 작가의 작품으로 대박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한강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어려움을 상기할 일이다. 기대수익률이 높을수록 위험도 커진다. 초보자는 자기 취향이나 기호에 전적으로 의지해서는 안 된다. 자신이 없으면 믿을 만한 전문가의 조언을 구할 일이다. 컬렉팅은 눈과 더불어 귀로 하는 것이다. 초보에게는 인내심도 중요한 덕목이다. 충동구매는 대개 수업료임을 명심해야 한다. 컬렉션 역시 공짜는 없다.

미술품은 공부하고 아는 만큼 보인다. 공부는 컬렉션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기도 하다. 남의 말만 듣고 하는 컬렉팅은 훈수 따라 두는 바둑과도 같다. 재미는 훈수 두는 사람이 본다. 하지만 컬렉팅을 위한 공부는 학문으로서의 미술을 공부하는 것과는 다르다. 작가·작품과 동시에 시장의 변화와 흐름을 알아야 한다. 컬렉터에게 작품의 가치는 시장가격이며 작가의 작품과 가격이 동시에 머릿속에 입력되어 있어야 질서가 잡힌다.

국내 작가만으로 한정 지어 생각해보자. 국립현대 미술관을 가보면 우리나라 동·서양화 근대미술사의 흐름을 조견할 수 있다. 동시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알기 위해서도 우리 미술의 과거부터 훑어야 한다. 한국미술사에 관한 책 한두 권을 읽고 보면 이해가 더 빠를 것이다. 우리 근대 미술의 역사가 100년 남짓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머릿속에 담는 데는 큰 노력이 들지 않는다.


작가들의 작품 가격의 과거와 현재를 알기 위해서는 ‘월간미술’(과거 계간미술)이나 ‘아트프라이스’라는 잡지들을 보면 된다. 일목요연하게 정리해놓은 기사들이 많다. 최신 가격정보는 경매회사 사이트를 방문하면 된다. 그간 경매에서 팔린 작가들의 모든 작품가격을 다 알 수 있다.

컬렉팅에 눈을 뜨기 위해서는 역시 전시장에 많이 다녀 보는 눈을 기르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 다음엔 작품을 직접 사보는 것이 최고 방법이다. 미술품을 보는 전혀 다른 시각과 애정이 생긴다. 컬렉팅의 성패는 돈이 아니라 안목과 열정에 있다. 적은 돈으로 성공한 사람이 큰돈으로 실패한 사람만큼 많다.

(김순응·K옥션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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