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은 신 앞에 평등하다’.
신 앞에서의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다고 하다지만 죽어봐야만 그 말을 알 수 있고 그저 초라한 미물인 우리 인간은 자신보다 한 계급 높은 사람 앞에만 서면 초라해질 뿐이다.
인간의 가장 오래된 직업 중 하나인 매춘에도 계급이 존재한다. 매춘은 지식이나 집안·돈 그 어떤 것에도 상관없이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육체를 가지고 돈을 버는 직업이지만 그 사업에서도 엄연히 계급이 있다. 단지 일반 계층과 다른 것은 외부의 조건과 상관없이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선천적인 것에 의해 계급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미모라는 계급에 따라 수입의 차이가 생기고 그 수입에 따라 삶의 질은 달라진다.
서글픈 사창가| 툴루스 로트렉의 <검진>
매춘은 수요도 많지만 공급 또한 많다. 남자들은 새로운 장난감에 항상 열광하듯이 오래된 것에 만족하지 못한다. 쓰면 쓸수록 값어치가 떨어지는 것이 사업의 냉혹한 세계인 것처럼 매춘 또한 마찬가지다.
시간을 이기는 장사 없다고 타고난 관능미도 시간의 흐름 앞에서는 무릎을 꿇게 마련이고 가진 것이라고는 달랑 육체가 전부인 매춘부들에게 시간은 정말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는 모래와 같다.
사람들에게 사랑받던 고급 매춘부도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의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찾고 즐기는 사창가로 자리를 이동하게 된다.
앙리 툴루스 로트렉(1864~1901)의 <검진>에 등장하는 매춘부는 늙고 초라하고 삶에 찌들어 있다. 이미 관능미가 사라지고 없는 그녀들은 수치심도 없다. 성병검사를 위해 하반신을 노출시킨 채 있는 그녀들의 표정은 무감각해 보인다. 당시 파리는 매춘으로 인해 성병이 만연했고 심각한 사회 문제로까지 대두되었다. 그래서 물랭루즈에서도 정기적으로 매춘부들에게 성병검사를 실시했다.
로트렉은 파리 뒷골목에서 살고 있는 매춘부들의 생활을 <검진>이라는 작품 속에 그대로 드러냈다. 자신을 팔아야만 생활을 할 수 있었던 매춘부들은 검진 순서를 기다리면서도 수치심을 느끼기보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옷을 미리 벗고 있다. 두 여인은 화장을 요란하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축 처진 가슴과 늘어진 뱃살 등 육체가 이미 세월에 무너져 버렸음을 나타내고 있다.
로트렉은 프랑스 대귀족 출신이지만 사고로 하체가 성장하지 못해 불구의 몸을 가지게 된다. 그는 매춘부들의 소박하고도 꾸밈이 없는 생활을 작품의 소재로 해서 많은 작품을 제작했다.
고급 매춘부 | 에두아르 마네 <나나>
에밀 졸라의 소설 《나나》의 여주인공인 고급 매춘부 나나는 빈민가 출신이지만 뛰어난 미모를 가지고 있었기에 연극 무대까지 진출해 남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녀의 관능미에 도취된 남성들은 재력을 바탕으로 그녀에게 접근한다.
나나는 풍만한 엉덩이를 흔들면서 상류층 남자들의 욕망을 부추기면서 한편으로는 남자들의 돈을 거둬들인다. 한 남자에게 정을 주기보다 많은 남자들을 사랑하는 것이 삶의 지혜라는 것을 알고 있던 그녀는 상류층 누구와도 상관없이 그들의 정부가 된다. 하지만 남자들은 타고난 소유욕으로 그녀를 독점하고 싶어했고 이는 나나에게 주는 금전적인 액수를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남자들에게 경쟁력을 부추길수록 나나는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남자들은 나나에게 지급하는 금전적인 액수가 늘어나면 날수록 파산 상태에 이르게 되고 결국 패가망신하게 된다.
에밀 졸라는 타고난 관능미를 가지고 남성들을 유혹하는 매춘부의 삶을 통해 당시 사회 전반에 흐르고 있는 타락상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소설은 발간 즉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매춘부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도 드물었지만 상류층 사회를 적나라하게 파헤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당시 프랑스에만 국한 된 일은 아니다. 우리나라 고전소설 《배비장전》에 등장하는 기생 애랑이도 마찬가지였다. 이렇듯 동서고금을 통해 상류층을 상대로 하는 매춘은 어느 사회나 존재한다.
고급 매춘 사업이 과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현실 속에서도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에밀 졸라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나나는 현실 어디에도 존재하고 있다. 그래서 나나는 우리들의 호기심을 당긴다.
에두아르 마네(1832~1883)의 <나나>는 19세기의 작가 에밀 졸라의 소설 여주인공 나나를 모델로 한 작품이다. 소설이 출판되기 전이었지만 에밀 졸라와 우정을 쌓고 있었던 마네는 소설의 내용을 알고 있었고 당시 파리는 매춘 사업이 극성을 떨고 있었던 시기였다. ‘보이는 진실을 그린다’는 마네의 방식대로 이 작품은 제작되었다.
속옷 차림의 여성이 거울 앞에 서서 립스틱을 짙게 바르고 있는 장면을 그린 마네의 <나나>는 상류층의 퇴폐적인 풍조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다. 커다란 등받침이 있는 소파는 휴식 공간이라기보다 쾌락의 장소로 침대 대용으로 상류층이 애용했다.
그 소파에 앉아 여자가 화장을 끝내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절모 신사의 눈길은 여인의 풍만한 엉덩이에 가 있다. 관능미의 상징인 여인의 엉덩이를 보는 신사의 눈길과 화장을 하면서도 신사의 의미심장한 눈길을 알고 있는 듯 당당하게 자신의 엉덩이를 내밀고 있는 여인의 표정이 상당히 해학적으로 표현된 것이 특징이다.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모델은 유명한 여배우였으나 나이가 들어 은퇴하고 당시 상류층의 정부로 살고 있던 알리에트 오제르다.
이 작품 또한 대중들은 물론 비평가들에게 혹평을 받았던 작품이다. 그의 전작인 <올랭피아>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도 매춘부를 적나라하게 표현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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