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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2006문화계] 미술시장 `파이` 커지고, 공공미술 `새싹` 트고 [중앙일보]
서울옥션과 K옥션 양대 경매회사의 질주, 100만원 안팎 저가 미술품의 약진 등 2006년 미술시장도 활기찬 한 해를 보냈다. 일반 대중을 위한 공공미술이 새싹을 틔웠고, 한.불 수교 100주년을 기념한 프랑스의 수준 높은 전시도 몰렸다. 올해 미술계를 장식한 '작품' 다섯 개를 꼽아봤다.
# 박수근의 '노상'
경매 10억짜리에 100만원 작품도
13일 K옥션 경매에선 '사건'이 터졌다. 박수근 화백의 '노상'(13×30cm.1962년)이 10억4000만원에 낙찰돼 근현대 미술품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다. 해외시장에선 100만 달러를 돌파한 작가에게 '밀리언 달러 클럽'이라는 호칭을 붙여주기도 한다. 장샤오강.왕광이 등 작품당 10억원 이상을 호가하는 작가가 10명을 넘어선 중국과 비교해 그간 저평가됐던 한국미술에 반가운 뉴스였다.
올 미술시장은 무엇보다 '파이'가 커졌다. 서울옥션과 K옥션이라는 양대 경매회사는 낙찰률 80% 를 넘나들며 선전했다. 그러나 경매 비중이 커지면서 화랑과 경매사간 갈등도 깊어졌다. 화랑협회는 3월 화랑의 경매사 운영 참여, 신예와 중견.원로 작가를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인 경매 운영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7월 국회에서 화랑과 경매사 관계자가 참석한 공청회가 열렸지만 뚜렷한 결론은 내지 못했다. 아트페어를 중심으로 한 100만원 안팎의 저가 전시도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노화랑의 '작은 그림, 큰마음 전'(60만~100만원), 마니프 아트페어 100만원전, 서울대 60주년기념 '60만원 전' 등 일반인 대상 전시가 줄을 이었다.
# 앵그르의 '안젤리카를 구하는 로제'
프랑스 관련 전시만 100여 건
프랑스 발 전시가 줄을 이었다.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루브르 전'에는 밀레.코로.고야 등 16~19세기 풍경화 70점이 출품됐다. '안젤리카를 구하는 로제' '프시케와 에로스' 등 루브르 바깥 출입이 거의 없던 작품이 대거 선보였다.
이 밖에도 프랑스의 국민화가로 불리는 장 뒤뷔페의 대규모 회고전 '장 뒤뷔페 전'과 '조르주 루오 회고전' '만레이 특별전 & 세계사진역사전' '알랭 플레셔 전' 등 고품격 전시가 쏟아졌다. 프랑스 관련 전시만 100여 건 열렸다. 가히 '불류(佛流)'의 2006년이었다.
# 김동유의 '마릴린 먼로 vs 마오주석'
40세 미만 작가들 해외 판매 급증
20대 후반~40대 초반의 젊은 작가들이 급부상했다. 크리스티.소더비.번햄스 등 해외 유명 경매사에서 추정가를 훨씬 웃도는 가격에 작품이 팔렸다. 예컨대 5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김동유의 '마릴린 먼로vs 마오 주석'이 3억1500만원에 팔렸다. 생존 현대작가 중 해외에서 가장 높은 값을 받았다.
40세 미만 한국 작가 작품의 해외 판매가(경매 총액 기준)도 수직 상승했다. 2004년 1억6100만원, 2005년 8억8600만원, 2006년 38억여원을 기록했다. 청바지를 소재로 한국적 풍경을 표현한 최소영(6점, 3억9000만원), 담배와 사탕 등을 극사실적으로 그린 안성하(8점, 1억9000만원) 가 주목됐다.
# 해망동 '대나무 바람개비'
정부, 주민 위한 미술관 건립 지원
군산 바닷가의 달동네 해망동이 올 가을 새롭게 태어났다. 동네 주민을 위한 미술관이 들어섰고, 길거리 담벼락에 그럴싸한 벽화가 선보였다. 문화관광부가 12억원을 지원하고 공공미술추진위원회가 추진한 '아트 인 시티 2006' 사업의 하나다. 자연 발생적으로 탄생한 '공공미술'에 관(官)이 가세한 것. 경기문화재단의 '열 개의 이웃', 서울시의 '도시갤러리 프로젝트'도 궤도에 올랐다.
하지만 공공미술이 갈 길은 아직 멀다. 현재 총넓이 1만㎡ 이상의 건축물을 신축할 경우 총 공사비의 1%를 '미술품 장식'에 쓰도록 하는 규정이 의무화돼 있으나 미술계에서는 '미술장식'이라는 용어를 '공공미술'로 확대하고, 건축주가 건축비의 0.7%를 공공미술기금으로 내놓는 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 김정희의 '침계'
추사 타계 150주년 기념전 잇따라
추사 김정희(1786~1856)의 타계 15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가 간송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삼성미술관 리움,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등에서 잇따라 열렸다.
추사는 중국의 글씨체를 발전시켜 자신만의 서체를 일군 학자이자 예술가다. 추사의 명품을 가장 많이 소장한 것으로 알려진 간송미술관에선 '침계' 등 추사의 걸작을 만날 수 있었다.
월간 '아트 프라이스'가 선정한 올해의 우수전시 개인전 부문 1위에 뽑혔다. 올해의 우수전시 종합 부문에서는 대림미술관의 '리빙 룸'이, 단체전 부문에는 삼성미술관 리움의 '아트스펙트럼 2006 전'이 1위에 선정됐다.
박지영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