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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겨울은 분명 예술 애호가들에게 축복의 계절이다. 조선일보사 창간 86주년 기념으로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오는 22일부터 열리는 ‘반 고흐에서 피카소까지-클리블랜드미술관 걸작전’ 때문이다. 그동안 미술 교과서에서나 보았던,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서구 근·현대 거장의 작품 94점을 한자리에서 감상하는 기회다.
‘반 고흐에서 피카소까지’ 특별전은 서구 근·현대 미술 100년사를 꿰뚫는 전시회다. 쿠르베의 1863년작 ‘로르 보로양의 초상’부터 조각가 헨리 무어의 1964년작 ‘세 방향의 조각2-궁수’에 이르기까지 그림과 조각 등 서양미술 100여년 역사가 이번 전시회에 집약돼 있다. 그 기간 활동했던 ‘모든’ 거장들(이 말은 정말 옳다), 세잔, 모네, 마네, 쿠르베, 드가, 르누아르, 반 고흐, 고갱, 쇠라, 뭉크, 피카소, 마티스, 몬드리안, 브라크, 모딜리아니, 르네 마그리트, 무어 등의 명작 94점이 전시된다.
이번 전시회의 수준이나 규모는 보험평가총액(유물이 훼손됐을 때 변상되는 액수)만 보아도 알 수 있다. 6억80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6261억원에 이른다. 2005년 전시 당시, 사상 최고 보험액이라고 평가받았던 ‘대영박물관전’도 이집트나 그리스 등 300점 이상의 명품 유물이 왔는데도 보험평가총액은 1500억원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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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블랜드미술관은 올해 중국과 일본에서도 ‘반 고흐에서 피카소까지’전을 열었지만, 한국 관객을 위해 특별히 ‘보따리’를 더 풀었다. 중·일에서는 60점만 전시했지만, 이번 전시회에는 그 60점 외에 34점을 추가한 것이다. 반 고흐의 걸작 ‘애들린 라보양의 초상’, 쿠르베의 ‘알프스의 파노라마 경치’, 피사로의 ‘에르미타주 숲의 언덕, 퐁투아즈’ 등이 이렇게 해서 한국 관객을 만나게 됐다. 미술사 전문가들이 “국내 미술 애호가들이 연말·연초, 최고의 ‘안복(眼福·눈 호사)’을 누릴 수 있게 됐다”고 이야기하는 게 과장이 아닌 셈이다.
서구 예술 100년사를 살필 수 있는 것과 아울러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기 서양 미술의 격렬한 흐름과 변화상이 이번 전시회의 또 다른 핵심이다. 19세기 후반기 인상주의와 후기 인상주의, 그리고 20세기 초반 아방가르드 미술 등이 모네, 마네, 르누아르, 반 고흐, 세잔, 피카소, 마티스 등 거장의 작품 속에서 어떻게 육화(肉化)되고 성장했는지 관객은 느낄 수 있다.
전시장은 ‘인상주의의 시대’ ‘인상주의를 넘어서’ ‘로댕과 로소’ ‘피카소와 아방가르드’ ‘북유럽과 영국의 모더니즘’ 등 6개 구역으로 나눠 꾸민다. < 도면 참조 > 유화 56점, 드로잉 25점, 조각품 13점 등으로 구성된다. 소마미술관 운영위원인 김영나 서울대교수(미술사)와 김태호 서울여대교수(서양화)가 전시 자문을 맡았다.
마지막으로 퀴즈 하나. 94점의 작품은 지난 11일부터 일곱 차례로 나뉘어 한국에 왔다. 한목에 왔다면 운반과 관리가 훨씬 더 편하지 않았을까? 번거롭게 나뉜 이유는 왕실 가족이나 세계적인 대그룹의 오너 일가족이 한 비행기에 같이 타지 않는 이유와 같다.
- ① 르누아르 / 사과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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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작가 명단(전체 51명)
쿠르베, 용킨트, 부댕, 피사로, 뫼니에, 마네, 드가, 티소, 팡탱 라투르, 세잔느, 르동, 로댕, 모네, 모리조, 르누아르, 루소, 카사트, 고갱, 베나르, 반 고흐, 브라이트너, 세간티니, 코린트, 아망-쟝, 쇠라, 로소, 마이욜, 뭉크, 툴루즈-로트렉, 민느, 보나르, 뷔야르, 마티스, 바를라흐, 드니, 쿠프카, 몬드리안, 길만, 뮌터, 오르펜, 피카소, 브라크, 모딜리아니, 슈미트 로틀루프, 그리, 딕스, 에른스트, 수틴, 니콜슨, 르네 마그리트, 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