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작가가 작고한 후에는 작품 값이 뛰는 게 일반적이듯 백씨 작품 역시 지난해부터 찾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거래가 활기를 띠고 가격도 강세다.
최근 서울 청담동 인사동 등 화랑가와 경매시장에서 유통되는 백씨 작품은 크기와 작품성에 따라 점당 4000만~4억원(사진작품 제외)대를 호가한다.
작고하기 전에 비해 작품 값이 평균 2배 이상 오른 것으로 화랑가에선 보고 있다.
TV수상기를 이용해 만든 '테크노 보이Ⅳ'는 최근 한국미술투자가 운영하는 '스타아트펀드'에 4억5000만원에 편입됐고,지난해 11월 홍콩크리스티 경매에선 1990년작 '계몽78RPMs'이 추정가 범위 내인 2억6700만원에 팔려 해외 경매낙찰 최고가를 기록했다.
또 비슷한 크기의 '유전자 신전'과 '콘트라바스'는 지난해 K옥션과 서울옥션 경매에서 각각 2억5000만원에 팔려 백씨 작품 중 국내 경매 최고가를 세웠다.
작고하기 전 작품 가운데 국내 경매 최고가는 2000년 10월 서울옥션 30회 경매에서 6400만원에 팔린 '4인도'였다.
◆ 늘어나는 거래=지난해 서울옥션과 K옥션 경매에 나온 백씨 작품은 총 42점.1998~2004년 사이에 출품된 작품(41점)과 맞먹는 물량이 지난 한 해 동안 쏟아져 나왔다.
이 가운데 34점이 팔려 낙찰총액 16억원을 기록했다.
낙찰총액으로 따지면 작고 전인 2005년(1억4900만원)보다 11배 이상 급증했고 낙찰건수로는 2005년(5점)에 비해 7배 정도 늘었다.
낙찰률 역시 큰 폭으로 뛰었다.
2004년 20% 수준에 머물렀던 낙찰률은 지난해 80.9%로 치솟았다.
그만큼 시장에 작품을 사고자 하는 컬렉터가 많다는 증거다.
또 런던·뉴욕 소더비를 비롯해 홍콩 크리스티,런던 본햄스 등 해외경매시장에서는 지난해 17건이 팔렸다.
박영덕화랑의 박영덕 대표는 "그동안 거래가 뜸했던 백씨 작품이 이처럼 경매시장에 대거 나온 이유는 작고 이후 작품을 사두면 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 향후 전망은=미국 회화작가 장미셸 바스키아,프랑스 조각가 아르망 페르난데스,벨기에 르네 마그리트 등 세계 유명작가의 경우 작고 이후 작품 값이 10~100배나 치솟은 것에 비하면 백씨의 작품은 세계적인 명성에도 불구,가격 상승세가 완만하다는 것이 미술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그러나 국내외 미술관과 기업 소장품을 제외한 실제 시장에 유통되는 작품은 100~200점에 불과한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상당한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다만 최근 영상설치미술의 인기가 식고 있고 설치 및 관리의 어려움이 문제로 지적된다.
미술시장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 아트 등 영상설치 미술이 퇴조하는 추세인 데다 백씨 작품의 경우 '가짜'를 만들기가 쉽고 유족들의 작품 관리가 미흡한 것도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