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사랑/그림 이야기

박순철의 '우이독경'

영원한 울트라 2007. 4. 20. 00:53
박순철의 '우이독경'
따뜻한 눈길과 다정한 대화가 필요해

박순철, 우이독경, 1999년, 한지에 수묵, 73 X 61 cm

★ 오늘의 주제 - 단절(斷絶)

 오늘은 우리 나라 화가의 그림을 감상하기로 해요. 그 동안 외국 유명 화가의 작품만 소개했었지요? 그러나 우리 나라에도 해외 유명 작품에 전혀 뒤지지 않는 훌륭한 그림이 많답니다.

이제 감상할 그림은 한국의 정신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수묵화예요. 수묵화란 먹에 물을 넣고 갈아 붓으로 한지에 그린 그림을 말하지요. 이 그림을 그린 화가 박순철은 수묵을 다룬 솜씨가 일품이랍니다. 화가는 전철에서 벌어지는 정경을 아주 재미있게 그렸어요. 한 노인과 청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그림이랍니다.

지하철 의자에 앉은 할아버지가 옆 자리에 앉은 학생을 다정스레 바라봅니다. 할아버지는 긴 시간을 혼자서 지하철을 타고 가다 보니 그만 심심해졌어요. 옆 사람에게 말을 건네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졌답니다.

그러나 학생은 이런 할아버지의 간절한 마음을 알 리가 없어요. 눈을 지그시 감고 이어폰을 낀 채 들려 오는 노래 가락에만 온통 정신을 빼앗기고 있습니다.

노인과 젊은 사람 사이에는 결코 건널 수 없는 강물이 흐르는 것일까요? 할아버지가 바라는 것은 노인을 이해하는 따뜻한 눈길과 다정한 대화예요. 그러나 우리 주변을 보면 이런 노인들의 심정을 짐짓 모르는 척하는 경우가 많아요. 세대간의 단절이 심각한 지경에 이른 것이지요. 음악을 듣고 있는 학생을 유심히 보세요. 할아버지와 가까워지는 것이 싫어 일부러 떨어져 앉았잖아요.

화가 박순철은 이런 안타까운 현실을 그림을 통해 알리고 싶었어요. 우이독경(牛耳讀經)이란 '소 귀에 경을 읽는다'는 속담이지요. 서로의 말이나 생각이 상대에게 전달되지 못할 때 쓰는 고사 성어랍니다.

혹시 여러분도 이런 행동과 말로 어른들을 속상하게 한 경험은 없나요? 그림을 보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이명옥ㆍ갤러리 사비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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