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둘 다 대학에 보냈으니 앞으로는 부부 위주로 살라는 주위의 충고에 고개를 끄덕이고 “이제부터는 결단코 나를 위해 살겠노라”고 거듭 다짐하지만 실행은 쉽지 않다. 유학 취업 결혼까지 돌봐 줘야 할 것 같은 걱정이 어깨를 짓누를 때도 있다. 어느 능력 있는 부모가 대학생 자녀에게 차를 사 주거나 결혼하는 자식에게 집을 마련해 주었다는 소리를 들을 때면 몸에 힘이 쪽 빠진다.
어차피 부모와 자식이 한집에서 지낼 날은 점점 줄어들고, ‘기러기 가족’처럼 아예 몇 년씩 떨어져 사는 가족도 적지 않다. 그럴수록 부모의 역할은 ‘물질적 후원자’에 지나지 않게 된다. 중고교 다닐 때까지만 해도 ‘품 안의 자식’이지만 대학에 들어간 이후에는 섣불리 자식들의 삶이나 판단에 끼어들기도 힘들다. 그렇다면 자식의 ‘홀로서기’를 위해 훗날 그들의 인생을 밝혀 줄 정신적 자산(資産) 몇 가지 정도는 일찍부터 상속해 주는 것이 부모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첫째, 매사 긍정적 사고를 갖게 해 주는 것이 좋다. 어차피 부모는 자식의 인생을 끝까지 책임질 수 없다. 자식들의 내밀한 고통과 상처에 대해서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자식들도 부모에게 말할 수 없는 일이 점차 늘어갈 것이다. 하지만 삶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느냐와 부정적으로 생각하느냐에 따라 자녀의 인생은 180도 달라진다. 성격이 곧 운명이고, 긍정적 사고는 어떠한 시련도 이겨 낼 수 있게 만든다. 긍정적 사고는 타고나기도 하지만 훈련과 노력을 통해 얼마든지 길러진다.
둘째, 좋은 취미와 문화적 안목을 길러 줘야 한다. 부모로부터 건전한 취미와 세련된 문화적 안목을 이어받은 자녀는 쾌락을 멀리하면서 삶을 즐길 줄 아는 안목을 갖게 된다. 다행스러운 것은 부잣집 아이라고 해서 반드시 이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천박한 졸부가 있는 반면, 문화적 향취가 높은 가정이 있는 것이다. 서재가 있는 집에서 자란 아이, 부모가 다정하게 음악회나 미술관에 가는 것을 보고 자란 아이는 저절로 문화의 세례를 받게 된다.
셋째, 다양한 여행을 통해 견문을 넓혀 주는 일이다. 기회가 닿는 대로 자녀의 등을 떠밀어 여행을 보내야 한다. 할 수만 있다면 해외여행도 적극 권장하라. 다양한 인종과 문화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만 사고의 폭이 넓어지고 미래지향적인 창의력도 길러진다.
넷째, 좋은 인연을 많이 맺어 주어야 한다. 인연은 공을 들인 것만큼 깊어지고, 훗날 돈과 물질보다 더 큰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따라서 부모는 스승 친구 선후배 등 자녀의 인적 네트워크 구축에 세심한 정성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부모가 맺은 오래된 인연까지 넘겨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설날 추석 등 명절 때 아이들을 동반해 자연스럽게 어른들을 찾아뵙도록 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건강하게 해로(偕老)하는 독립적인 부모가 돼야 한다. 그렇지 못한 부모는 자식에게 짐이 된다. 변변한 유산 하나 남겨 주지 못하면서 자식에게 짐만 지워서는 안 된다. 부모가 명실상부하게 자식으로부터 독립하는 순간 자식도 비로소 독자적인 삶을 모색해 나가게 된다. 자식이 부모보다 더 좋은 대학을 나와, 더 많은 연봉을 받고, 더 좋은 집에 살아야 한다는 소망이 설령 이뤄지지 않아도 이는 결코 부모의 책임과 잘못은 아니라고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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