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삶/삶의등대▲

공직 맡을 때의 3가지 참고사항

영원한 울트라 2007. 9. 27. 12:49
연초부터 개각 시비로 시끄럽다. 장관이라면 매우 중요한 자리여서 높은 기대와 포부가 오가야 할 텐데 오히려 허탈과 변명의 소리가 높다. 인사 후엔 으레 시비가 있게 마련이고, 올해는 5년 단임 정권에서 막차에 가까운 3년차란 점을 감안해도 후유증이 좀 심하다.

인사란 자리와 사람, 흐름과 때, 모양과 구색이 비슷하게 맞아야 하는데 너무 동떨어졌나 보다. "고유의 권한" 운운하는 말이 나오는 것 자체가 궁색한 것이다. 어느새 인사가 일을 하기 위해 좋은 사람을 찾는 것이 아니라 한 자리 주고받는 일로 바뀌어 버렸다.

요즘의 까다로운 공직 절차를 생각해 보라. 소위 점잖은 사람들이 공직을 맡겠다고 나서기가 어렵게 돼 있다. 선택의 범위가 좁아질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끼리끼리의 인사가 되는 것이다.

좋은 인사란 좋은 사람이 알맞은 자리를 찾아 앉는 것이다. 따라서 좋은 인사가 잘 안 되는 책임을 인사권자에게만 돌리는 것은 불공평하다. 인사를 받는 쪽에도 절반의 책임이 있다. 자신의 그릇이나 능력은 자신이 가장 잘 알 것이다. 청와대 인사팀의 검정엔 한계가 있다. 좋은 인사를 하기 위해선 받는 쪽의 절대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알아서 받을 것은 받고 사양할 것은 사양해 줘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스스로를 위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좋은 인재가 공직을 사양해선 나라의 큰 손실이므로 다음 몇 가지를 참고해 판단하기를 권하고 싶다.

첫째가 용량이 적절해야 한다. 용량이 너무 넘쳐서도 안 좋지만 모자라면 치명적이다. 나랏일을 망칠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수명을 단축하기 쉽다. 나랏일이 옆에서 보고 시비하는 것만큼 쉽고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 요즘 세상이 얼마나 복잡하고 빨리 변하는가. 관심과 지식이 있다든지 열심히 하겠다든지 하는 것만으론 잘 되지 않는다.

나랏일을 맡을 땐 우선 두려움을 가져야 한다. 그 일을 감당할 만한 지력(智力).기력(氣力).체력(體力)을 갖추고 있는가를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용량 부족일 땐 일도 안 될 뿐더러 여러 사람을 피곤하게 만든다. 또 자신도 추하게 망가진다. 괜찮은 사람이 벅찬 일을 맡아 스트레스로 만신창이가 돼 사라지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둘째, 때가 맞아야 한다. 아무리 용량이 충분하다 해도 때가 맞지 않으면 일이 안 된다. 모양새도 좋지 않다. 흘러간 물이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듯 시대가 변하면 사람도 달라져야 한다. 정부 일은 팀워크를 이뤄 하기 때문에 보조와 호흡을 맞출 수 있어야 한다. 군계일학(群鷄一鶴)이라 해서 꼭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군계(群鷄)가 오히려 좋을 수도 있다. 또 높은 자리를 너무 오래한 사람, 한번 했던 자리에 다시 간 사람치고 성공한 사람이 드물다. 오히려 옛날의 명성에 흠을 남길 뿐이다. 나서지 않을 때에 나서면 모양을 구긴다.

셋째, 운이 따라야 한다. 용량과 때가 좋아도 운이 안 따르는 사람은 사양하는 게 좋다. 운이란 좋은 기운이다. 평소 덕을 쌓고 많이 베풀어야 좋은 기운이 넘치고 그것이 어려운 일을 되게 한다. 또 따르고 도와주는 사람도 많다. 운 나쁜 사람이 일을 맡으면 될 일도 안 된다. 원한과 시기가 넘치기 때문이다. 옛날엔 높은 분 한 분만 바라보면 견딜 수 있었으나 이젠 자력갱생(自力更生)해야 하는 시대다. 따라서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운이 있고 없는가를 가리기는 무척 어렵다. 그러나 자신의 행적을 되돌아보면 대개 짐작이 갈 것이다. 또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잘 관찰하는 간단한 방법도 있다.

무슨 자리를 제의받았을 때 위의 세 가지 기준에 비춰보고 신중한 판단을 내리는 게 좋겠다. 공직을 맡아 나라에 봉사할 수도 있지만 사양함으로써 더 애국할 수도 있는 것이다. 감당하지 못할 인사는 사양하는 것이 길게는 임명권자를 도와주고 자기 자신도 사는 길임을 알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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